미국 산업장비 대표주자 캐터필러(Caterpillar Inc.)가 3분기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전력 소모가 큰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면서, 회사의 핵심 사업부인 에너지·운송(Energy & Transportation) 부문이 매출 성장을 주도한 결과다.
2025년 10월 29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캐터필러는 3분기 매출 176억 달러를 기록해 LSEG(구 리피니티브)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 167억7천만 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4.95 달러로, 시장 평균 전망치 4.52 달러를 9%가량 웃돌았다.
특히 에너지·운송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약 7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부문은 발전용 디젤·가스 엔진, 터빈 시스템, 대형 굴착·셔블 등 광산 장비까지 담당하며, 회사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AI 확산이 촉발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폭증’이 가장 큰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AI 모델을 학습·운용하려면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이 자가 발전 설비와 백업 파워 시스템을 적극 확충하면서 캐터필러가 직접 수혜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월가에서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인프라 확대 정책 역시 실적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임 행정부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화석연료 기반 발전소·송배전망 건설 프로젝트를 적극 장려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대형 발전 장비 수요가 동반 상승했다.
다만 제조업체 전반에 부담을 주는 ‘관세 인플레’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캐터필러는 현재 연간 관세 비용을 16억~17억5천만 달러로 예상했는데, 이는 종전 전망치(15억~18억 달러)보다 하단이 1억 달러 늘어난 것이다. ※2018년 이후 부과된 광범위한 수입관세가 원가 압박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글로벌 기업들이 보고한 관세 관련 연간 비용은 합산 162억~179억 달러, 2026년에도 약 150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로이터 ‘관세 트래커’는 전했다. 고금리와 수요 둔화로 완제품 가격 인상 여력이 제한적인 만큼, 제조사들의 수익성 변동성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사업부(Construction Industries) 매출은 67억6천만 달러로 7% 증가했다. 회사는 구조적인 가격 인상과 북미 인프라 투자를 배경으로 들었다. 해당 부문은 굴착기·로더·불도저 등 토목·건축 기계를 제공하며, 캐터필러 전체 매출에서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캐터필러 주가는 실적 발표 전 프리마켓에서 4%가량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글로벌 산업 경기 지표로 여겨지는 캐터필러의 ‘어닝 서프라이즈’에 주목하고 있다.
용어 설명
• 에너지·운송 부문 : 발전기, 가스·디젤 엔진, 터빈, 선박·기관차 엔진 등 전력·운송 관련 중장비를 포괄한다.
• 데이터센터 : 클라우드 서비스의 핵심 인프라로, AI·빅데이터 운용에 필수적이다. 고성능 서버가 밀집해 있어 전력 소비량이 막대하다.
• 어닝 서프라이즈 :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상황을 일컫는 금융 업계 용어다.
기자 해설
AI 도입 경쟁이 심화될수록 전 세계 전력 인프라 확충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발전 장비 시장의 과점 구도를 고려할 때, 캐터필러는 향후 2~3년간 안정적 수주 레벨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광범위한 관세 정책이 장기화할 경우 원가 부담이 재차 확대될 수 있으므로, 가격 전가 전략과 공급망 다변화가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달러 강세와 글로벌 금리 고점이 장비 교체 수요를 억제하는 변수로도 작용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AI·에너지 인프라 수요가 관세·금리 리스크를 얼마나 상쇄할지 집중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종합적으로 캐터필러의 3분기 실적은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산업 전반의 디지털·전력 전환 트렌드가 강력한 수요를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세 비용 관리와 가격 전략의 균형이 향후 실적 방향성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