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 무라티(전 오픈AI CTO·왼쪽)와 다리오 아모데이(Anthropic 공동창업자). 사진=Getty Images·CNBC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 올해 들어 수십 명의 신규 억만장자를 탄생시키며, 최근 역사상 가장 거대한 부(富)의 창출 국면을 이끌고 있다.
2025년 8월 1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한 Anthropic, Safe Superintelligence, OpenAI, Anysphere 등은 기업가치(밸류에이션)와 함께 창업자들의 지분가치를 기록적으로 끌어올렸다. 시장조사업체 CB 인사이츠(CB Insights)는 1) 현재 전 세계에 498개 AI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사)이 존재하며 총합 가치는 무려 2조7,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그중 100곳은 2023년 이후 설립된 ‘신생’ 기업이다.
또한 기업가치 1억 달러 이상인 AI 스타트업은 1,300여 곳을 넘어서, 지난 ‘닷컴 붐’이나 스마트폰 혁명기를 압도하는 자금 유입을 보여준다.
MIT 디지털경제이니셔티브 공동 책임자인 앤드루 맥아피 연구원은 “100년 이상의 데이터를 살펴봐도, 이 정도 규모와 속도로 부가 만들어진 적은 전례가 없다”고 진단했다.
AI 유니콘·상장사 동반 질주…천문학적 ‘종이 재산’
올해 3월 기준, 블룸버그가 분석한 네 곳의 대형 AI 비상장사는 최소 15명의 억만장자를 배출했으며, 이들의 순자산 합계는 380억 달러(약 51조 원)에 달한다. 이후에도 두 자릿수 이상의 신규 유니콘이 추가로 탄생해 총액은 더 늘었다.
올해 2월 독자 법인 Thinking Machines Lab을 설립한 미라 무라티는 불과 다섯 달 만인 7월, 역대 최대 규모 시드(Seed) 라운드인 20억 달러를 유치해 기업가치 120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Anthropic은 현재 기업가치 1,700억 달러를 기준으로 50억 달러 추가 조달을 협의 중이다. 3월 대비 거의 세 배 가까운 몸값 상승으로, 다리오 아모데이 CEO를 비롯한 7명의 공동창업자는 사실상 ‘멀티’ 억만장자 대열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딩 특화 AI ‘Anysphere’의 기업가치는 6월 99억 달러에서 불과 몇 주 만에 180~200억 달러까지 제안이 들어왔다. 이에 따라 만 25세의 창업자 겸 CEO 마이클 트루엘 역시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상장 지연·세컨더리 거래 확대…현금화 전략 다변화
닷컴 버블 시기와 달리, 오늘날 AI 스타트업은 공개시장(IPO)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 벤처캐피털·국부펀드·패밀리오피스 등에서 끊임없이 자금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대신 세컨더리 마켓(비상장주식 장외거래)이 급성장하면서 창업자·직원 지분의 유동성을 높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OpenAI는 5,000억 달러 기업가치 기준으로 직원 대상 지분 매각 프로그램(세컨더리 오퍼)을 추진 중이다. 올 3월 3,000억 달러 가치로 자금을 유치한 지 불과 다섯 달 만이다.
한편, 메타(Meta)가 Scale AI에 143억 달러를 투자하며 공동 창업자 알렉산드르 왕을 영입한 사례처럼, 인수·합병(M&A)도 2023년 이후 73건 이뤄져 유동성 창출에 일조하고 있다. Scale AI 초기 공동창업자였던 루시 구오는 지난해 LA 할리우드힐스에 약 3,000만 달러 규모의 저택을 매입했다.
‘AI 골드러시’의 지리적 편중…실리콘밸리·샌프란의 부활
베이(灣) 지역은 다시 한번 세계 기술 부(富)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2024년 한 해에만 벤처 자금 350억 달러를 흡수했다. 컨설팅사 뉴월드웰스·헨리앤파트너스 자료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거주 억만장자는 82명으로 뉴욕(66명)을 앞섰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서 2,000만 달러 이상에 거래된 주택 건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임대료·주택가격·고급 상업용 부동산 수요 모두 AI 붐이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불과 몇 년 전 ‘둠 루프’(세수 감소·공실 증가·치안 악화 악순환) 우려에 빠졌던 도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맥아피 연구원은 “지리적으로 이렇게 집중된 혁신 물결은 놀랍다”면서, “실리콘밸리는 여전히 실리콘밸리”라고 강조했다.
자산관리 시장의 ‘새 VIP’…전통 금융의 숙제
상장과 함께 AI 주식 부자의 지분이 현금화되면, 글로벌 프라이빗뱅크·증권사·독립 자문사들이 눈독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이먼 크린스키 패스톤(Pathstone) 경영이사는 “AI 부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비유동성(unlisted equity)에 묶여 있어 전통 PB(Private Banking) 잔고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크린스키는 1990년대 닷컴 부자 사례를 언급하며 “처음에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비슷한 기술 스타트업에 재투자하다가, 변동성 리스크를 체감한 뒤 자산 다각화와 전문가 관리 필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AI 창업자 역시 같은 경로를 밟으리라 예상한다.
“초기에는 동료·친구 회사에 재투자하지만, 시장 변동성에 ‘멍이’ 들면 세금·상속·자선·포트폴리오 설계에 숙련된 전통 자산관리사로 눈을 돌릴 것” — 사이먼 크린스키
전문가 해설: ‘유니콘·세컨더리 마켓’이란?
유니콘은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가리키는 벤처 업계 용어다. 희소성이 큰 신화 속 동물에 빗대어, ‘보기 드문 대형 성공 사례’를 일컫는다.
세컨더리 마켓은 비상장 기업 지분을 장외(場外)에서 사고파는 시장으로, IPO 이전에도 창업자·직원이 현금화할 수 있도록 유동성 현창(現創) 기능을 제공한다.
기자 시각: AI 자본의 ‘속도와 집중’이 던지는 신호
기존 IT 혁신 주기는 ‘개발·보급·상용화’ 단계마다 5~10년을 소요했지만, 생성형 AI는 학습 인프라·클라우드·데이터센터가 이미 구축돼 있어 부(富)의 창출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스타트업이 상장을 늦추면서도 대규모 투자를 받는 구조는, 글로벌 초과 유동성·국부펀드의 전략적 Tech 베팅이 맞물린 결과다.
이는 ‘평균적인 노동 소득’과 ‘초고액 자본 소득’ 간 격차를 추가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정책적·사회적 대응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지역·세대 간 자산 불평등 문제는 심화될 개연성이 높다. 반대로 한국처럼 AI 반도체·데이터센터·서비스 삼각 벨트를 갖춘 국가는 이번 흐름을 ‘산업 업그레이드’ 기회로 삼을 여지도 크다.
© 2025 이 보고서는 CNBC 원문 ‘AI is creating new billionaires at a record pace’를 기반으로 번역·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