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석 칼럼 — 본 칼럼은 2025년 7월 중순 공개된 다수의 공식 통계·기업 발표·정부 문서를 기반으로 작성됐으며, 특정 종목이나 자산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미리 밝힌다.
Ⅰ. 서론: ‘빅데이터’에서 ‘빅와트(Big-Watt)’로 — 게임의 본질이 바뀌다
2024~2025년 미국 증시를 관통한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다. 그러나 주가 차트의 화려함 뒤에서 더 근본적인 수치가 폭발적으로 뛰고 있다. 바로 전력 수요다. AI 학습·추론용 GPU 클러스터를 수용하려면 데이터센터 한 곳당 수십~수백 메가와트(MW)의 전력이 필요하다. 이는 소형 원자로 한 기(機)에 필적하는 전력 규모다. 최근 구글·블랙스톤·코어위브 등이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한 PJM 전력권에만 900억달러 이상을 배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데이터’보다 ‘전력’이 AI 경제의 병목으로 부상했다.
이 글은 (1) 투자 규모와 속도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수치, (2) 전력망·재생에너지·자본시장의 구조적 재편, (3) 장기 투자·산업 전략적 함의를 통합적으로 분석한다.
Ⅱ. 팩트 체크: 2025년 상반기 발표 투자·설비 계획
기업·펀드 | 발표 시점 | 총액(달러) | 지역 | 전력 용량(MW) | 주요 파트너·특이점 |
---|---|---|---|---|---|
구글 | 7 월 15 일 | 250 억 | PJM 13주 | 추정 >2 GW | 브룩필드 수력 PPA 30억 포함 |
블랙스톤 | 〃 | 250 억 | 펜실베이니아 전역 | 1 GW+ | 천연가스 복합화력+데이터센터 코로케이션 |
코어위브 | 〃 | 60 억 | 랜커스터(싱글 캠퍼스) | 초기 100 → 300 MW | NVIDIA GPU 클라우드 전용 |
마이크로소프트 | 6 월 25 일 | 120 억 | 아이오와·조지아 | 800 MW+ | 소형 모듈 원전(SMR) 검토 병행 |
아마존·AWS | 5 월 14 일 | 110 억 | 버지니아·오하이오 | 700 MW | 수전해 그린수소 파일럿 |
자료: 각 사 IR, 주 정부 개발청, PJM 인터커넥션 정격 인허가 문서 종합
단순 합계만 해도 8개월 만에 7,900 MW 규모다. PJM 전체 기저수요(약 145 GW)의 5% 넘는 전력을 신규 데이터센터가 요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Ⅲ. 전력망 수요‧공급 불일치: ‘3대 병목’ 진단
1) 허가 (Interconnection Queue) 적체
PJM 자료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대기 프로젝트는 487 GW로, 평균 완료 소요가 5.2년에 달한다. 데이터센터는 “3년 내 완공→즉시 전력사용”을 요구하지만 송전선 증설은 정치·환경 심의로 제자리걸음이다.
2) 전력 믹스 (Power Mix) 미스매치
AI 인프라 기업은 ESG 압력 때문에 24×7 재생에너지 매칭을 공언하지만, 야간 부하를 충당할 저장·기저설비가 부족하다. 이 탓에 구글·마이크로소프트는 수력·핵융합(SMR)·가스터빈 코로케이션을 병행한다.
3) 자본 비용 (Capex) 상승
연준 정책금리가 상단 5.5%에 고착되면서 데이터센터 IRR이 10% 후반까지 요구된다. 블랙스톤이 고정 수익형 인프라 펀드(8~9% 목표 IRR)를 넘어서 레버리지 65% 구조를 승인한 것도 이 때문이다.
Ⅳ. 장기 시나리오 시뮬레이션
필자는 ‘전력망·금리·AI 수요’ 세 축을 변수로 2025~2035년까지 3가지 시나리오를 구축했다.
- 베이스라인: PJM 송전 인허가 기간 5년→3.5년 단축, AI 수요 CAGR 22%, 연준 금리 3.5% 복귀 → 데이터센터 누적 설비 50 GW 증설, 미국 전력소비 중 9% AI 전용.
- 공급망 낙관: 초고압직류(HVDC) 확대·SMR 상용화 → 주정부 간 전력거래 비용 –30% → 데이터센터 전력비 kWh당 7 센트 → AI 기업 FCF 마진 +250bp.
- 비관 시나리오: 관세로 인한 서버·모듈 가격 +25%, 그리드 병목 지속 → 완공 지연 24 개월, 연 CAPEX 계획 –40% → 목표 IRR 미달, IPO·REIT 차질.
베이스라인조차도 미국 전체 발전설비 투자를 연 650억 달러에서 최소 1,100억 달러로 끌어올려야 실현 가능하다. 전통 유틸리티의 EBITDA 마진 12%→15% 상승이 예상되지만, 반대로 소비자 전기요금은 평균 8% 내외 상승할 공산이 크다.
Ⅴ. 산업·시장 레벨 영향 분석
① 에너지 — 천연가스·SMR·재생의 해묵은 논쟁
- 천연가스: 블랙스톤·NFG ‘코로케이션’ 전략으로 Henry Hub 연동 장기 PPA가 부활, 가격 변동 리스크가 유틸리티→AI 기업에 전가될 수 있다.
- SMR: 마이크로소프트·테라파워가 2030년 Wyoming Na-기반 SMR 준공을 목표로 하는데, 노후 석탄발전소 부지 재활용 모델이 핵심이다.
- 재생에너지: 구글의 수력발전 현대화는 탄소 프리 전력(CFP) 크레딧 시장을 확장시킬 촉매다. 다만 수문(水門) 허가·어류 서식지 보호 이슈가 변수가 된다.
② 부동산 — 데이터센터 REIT vs. 전통 물류센터 디스카운트
프라임급 데이터센터 REIT 평균 FFO 멀티플은 28배, 산업용 물류 REIT는 16배로 스프레드가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필자는 FFO 성장률 격차가 2027년을 기점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유는 (1) 전력 비용 증대가 데이터센터 임차료를 가파르게 끌어올려 수요를 부분 위축시키고, (2) 로케이션 희소성이 둔화되는 시점이 도래하기 때문이다.
③ 채권·자본시장 — 인프라 그린본드 vs. 전력요금 인상 리스크
ESG 그린본드 발행 잔액이 2024년 8,000억 달러에서 2030년 2.2조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공공요금 채권(Public Power Bond)의 스프레드는 2023년 40bp→2025년 상반기 72bp로 확대됐다. 이는 전력요금 인상 허가를 둘러싼 정치 불확실성이 반영된 결과다.
Ⅵ. 리스크·대응 전략
리스크 | 발생 확률 | 재무적 충격 | 대표 대응 |
---|---|---|---|
그리드 인허가 지연 | High | CAPEX 지연·금융비용 증가 | ① HVDC 지선 조기 착공 ② 연방 FAST-41 법 적용 |
전력요금 사회적 저항 | Medium | IRR 하락·정책 리스크 | ① 수요 반응(DR) 프로그램 ② 탄소 프리 전력 크레딧 |
AI 수요 과대 추정 | Low~Medium | 캐시플로우 미스매치 | ① 멀티테넌트 클라우드화 ② 서버 재배치 옵션 계약 |
자본 비용 고착 | Medium | WACC 상승·차입 축소 | ① 그린본드·IRA 세액 공제 ② 인센티브 PPA 구조화 |
Ⅶ. 투자자·정책결정자를 위한 6대 체크포인트
- HVDC 송전선 FID (최종 투자결정) 타임라인 — 2026년까지 FID에 도달하지 못하는 프로젝트는 연 200bp 이상의 금융비용 부담.
- SMR 규제 프레임워크 — NRC(미 원자력규제위)의 2027년 일괄형 허가 제도 통과 여부.
- PJM capacity market 개선안 — 데이터센터 수요가 피크 부하로 편입될 때 용량요금 상승폭.
- IRA 세액 공제 transferability 시장 — 세금 크레딧 현금화 할인율이 85→92%로 회복될 경우 금융구조 개선.
- AI 서버 수명주기 — GPU 세대교체 사이클 단축이 설비 CAPEX 상환기간을 압도하는지 여부.
- 정치 리스크 — 관세·국가안보 논쟁이 서버·모듈 수입가를 재차 자극할 가능성.
Ⅷ. 결론: 에너지·데이터 ‘쌍둥이 축(Twin Pillars)’이 바꿀 2030년 미국 경제 지형
본 칼럼은 데이터센터 투자 붐을 단순 ‘기술 트렌드’가 아닌 장기 구조적 전환으로 규정한다. 핵심은 (1) 전력망이라는 아날로그 인프라와 (2) AI 컴퓨팅이라는 디지털 인프라가 선수(先手)·후수(後手) 관계가 아니라 시소 관계로 얽혔다는 점이다. 구글·블랙스톤의 ‘900억 달러’는 이 구조를 가시화한 시작일 뿐이며, 향후 10년간 누적 1.5조 달러 이상이 미국 에너지·데이터 복합 인프라에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에게는 전력·부동산·AI 장비·그린본드를 아우르는 멀티에셋 포트폴리오가 유효하다. 정책결정자에게는 허가 절차 단축·전력요금 사회적 합의·ISR(Inter-Regional Sharing) 기준 정비가 시급하다. 실패할 경우, 미국은 AI 패권을 지키면서도 전력비 인상과 탄소 목표 미달이라는 역설에 빠질 수 있다.
‘데이터를 돌리는 것은 전기’이고, ‘전기를 돌리는 것은 자본’이다. 앞으로의 승자는 두 축을 동시에 설계하고 조달하는 플레이어가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 데이터분석가
이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