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미국 주식·경제의 향배를 가를 차세대 에너지 판도 전환이 실리콘밸리와 테네시 강변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다. 지난 8월 18일 구글·카이로스 파워·테네시강유역개발공사(TVA)가 발표한 ‘허미스-2’ 소형모듈원자로(SMR) 전력구매계약(PPA)은 AI 시대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자원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잠재적 ‘게임 체인저’다. 본 칼럼은 해당 프로젝트가 미 에너지 인프라, 전력 요금, ESG 자본 흐름, 그리고 장기 주식 밸류에이션에 미칠 영향력을 1년 이상 시계열로 분석한다.
1. 왜 SMR인가 — 숫자로 보는 전력 수급의 경고음
- 2025년 기준,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190TWh(테라와트시)로 전체 전력 소비의 4.2%를 차지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생성형 AI 연산 확대로 2030년 400TWh 돌파를 예상한다.
- 동 기간 미국 신규 재생에너지 추가분을 모두 동원해도 260TWh 공급이 한계다. 전력 적자 140TWh가 발생한다.
- 냉각수도 문제다. 전통식 수랭(수冷) 데이터센터 100MW당 연간 15억ℓ가 필요하다. 이미 캘리포니아·텍사스·조지아에서 물 사용 제한 조례가 속속 제정되고 있다.
즉 AI 성장 궤적을 지키려면 24시간 탄소 제로-전력을 대량·안정·저가로 공급하는 신규 솔루션이 필요하다. 원자력이 다시 소환된 이유다.
2. 허미스-2 프로젝트 개요
구분 | 내용 |
---|---|
노형 | Kairos KF-B75 (액체염 냉각·60MWth/50MWe) |
부지 |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인근 TVA 소유지 |
PPA 물량 | 구글 테네시·앨라배마 데이터센터에 50MW 전량 공급 |
가동 목표 | 2030년 12월(건설허가 2024.11 취득·운전면허 심사 중) |
재무 구조 | CAPEX 전액 구글·카이로스 조달, TVA는 kWh 단가로 장기 매입 |
TVA가 소비자 요금 동결을 전제로 계약했다는 점, 그리고 구글이 클린에너지 추가성(Additionality)을 충족했다는 점이 투자자에게 중요하다.
3. 장기 영향 분석
3.1 전력 요금 & 인플레이션
미국 남동부 평균 산업용 전력 요금은 7.5¢/kWh다. SMR LCOE(균등화발전단가)는 초기 8~9¢로 추정되지만 규모의 경제(FOAK→NOAK) 달성 시 6.5¢ 이하로 하락 가능하다. 이는 2027~28년 천연가스 발전 LCOE(6.8¢)와 역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전력 요금 하락은 전력집약 사업의 마진 상승으로 이어져, S&P500내 FANG+ 기업의 EBITDA 1.5%p 개선을 가져올 잠재력이 있다(모건스탠리 추정).
3.2 자본시장 – 그린본드 & SMR-SPAC 재점화
허미스-2 상업 성공 시 2026년 이후 SMR 테마 SPAC·그린본드 발행이 재점화될 것이다. 블룸버그NEF는 美 소형원전 누적 투자가 2035년 2,2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풍력·태양광과 달리 세제 크레딧이 아닌 장기 PPA 현금흐름을 담보로 하기에 기관의 안정적 이자수익 자산으로 편입될 여지가 높다.
3.3 ESG 프레임 재편
원전은 전통 ESG 펀드에서 오랫동안 ‘회색지대’였다. 그러나 EU 택소노미 포함(2022), SEC 스코프 3 공시 연기(2024) 이후 원전이 ‘E’ 기여 자산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허미스-2는 액체염 노형 특성상 사고시 저압·자동 응고로 방사성 물질 확산 위험이 작다. 이는 안전성 = 지속가능성 공식을 강화한다.
4. 리스크 평가
- 규제: NRC 운전면허 심사는 평균 42개월. 일정 지연 시 IRR –200bp.
- CAPEX 초과: FOAK 비용 +25% 가능성. PPA 단가 재협상 트리거.
- 사용후핵연료: 연방 영구처분장(Yucca Mountain) 정책 교착 지속 시 O&M 비 가산.
- 기술 경쟁: 테라파워·누스케일·X-energy 등 노형 난립, 공급망 재편 장기화.
5. 투자전략 – 섹터·종목 아이디어
5.1 직접 수혜주
- Kairos Power Pre-IPO: IPO·신규상장 카테고리 모니터링. 밸류에이션 DCF 기준 2026F 매출 $1.1B 가정 시 EV/S 4.5배는 매력.
- TVA 공채: BBB+ 등급, SMR PPA 로 레버리지 완충. 장기 듀레이션 볼록성.
5.2 파급 수혜주
- BWX 테크놀로지즈(BWXT) – SMR 주단조·연료 피복 공급. EV/EBITDA 13배.
- Google(Alphabet) – 데이터센터 전력비용 장기 절감 → 2028F EPS +4% 상향 여지.
- Nucor – 동남부 SMR 건설 철강 수요 증가.
6. 전망과 결론
구글-카이로스-TVA PPA는 “빅테크가 원전 금융과 수요를 동시에 책임지는 시대”의 서막이다. 이는 석탄·가스 중심 전력믹스를 재편해 에너지 가격 하방 안정·ESG 자본 유입·신규 산업 투자라는 장기 선순환을 촉발할 것이다. 물론 규제·비용·사회적 수용성 리스크가 상존하나, AI 전력난이라는 필연적 수요가 변곡점을 앞당기고 있다.
투자자는 ① NRC 라이선스 마일스톤, ② FOAK→NOAK 단가 추이, ③ 빅테크 추가 PPA 동향을 핵심 체크포인트로 삼아야 한다. 필자는 2026년 이후 SMR 상용화 테마가 실리콘밸리 AI 랠리의 2단 로켓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즉, 전력·ESG 인프라 섹터가 빅테크 다음 주도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 칼럼니스트 이중석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