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문가 시각] 글로벌 클라우드 1위 사업자 아마존 웹 서비스(Amazon Web Services, 이하 AWS)가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주요 라이벌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애저(Azure)와 구글 클라우드(Google Cloud)보다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미국 증권사 번스타인(Bernstein)이 최근 발간한 애널리스트 보고서에서 “다르게 주장하기 어렵다”고 표현할 정도로 AWS의 ‘AI 후발 주자’ 논란에 불을 지폈다.
2025년 10월 2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번스타인 리서치팀의 마크 슈물릭(Mark Shmulik), 웬후안 창(Wenhuan Chang), 라브닉 발리안(Lavnik Balyan) 애널리스트는 AWS가 경쟁사 대비 느린 성장률, 제한된 GPU(그래픽 처리 장치) 할당량, 그리고 AI 파트너십 가시성 부족 등을 이유로 “클라우드 3강 중 AI 최하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AI 분야 최하위가 AWS인가? 누군가는 꼴찌여야 한다”라는 도발적 문구로 시작한다. 이어 “선제적으로 오픈AI(OpenAI) API를 탑재하며 시장을 선점한 애저는 아니며, 자체 AI 모델 ‘제미니(Gemini)’와 AI 가속 칩 TPU를 보유한 구글 클라우드 역시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주가·성장률 모두 ‘지각 변동’
실제로 주가 흐름에서도 AWS는 영향권 밖으로 밀려났다는 설명이다. 2022년 말 챗GPT(ChatGPT) 출시 이후 아마존 주가는 알파벳(Alphabet) 주가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왔으나, 2025년 들어서는 ‘매그니피센트 7’1 및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 그룹 가운데 올해 누적 수익률이 가장 낮은 종목으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번스타인은 아마존 주식에 대해 ‘아웃퍼폼(outperform)’ 의견과 250달러의 목표가를 유지했다. 10월 17일 종가(213.04달러)를 감안할 때 17% 상승 여력이 있다는 계산이다.
“AWS의 문제는 약점이 아니라 타이밍”
보고서는 AWS의 ‘AI 후행’ 현상을 “역량이 아닌 시기(timing)의 문제”로 규정했다. 애저 대비 약 9개월, 구글 클라우드 대비 4~5개월 늦게 대규모 데이터센터 증설을 시작하면서 필수 자원인 GPU 공급이 지연됐다는 것이다. 번스타인은 “용량 부족(capacity constraints)은 사실이며, AWS의 추가 용량 확보는 늦게 시작된 만큼 탄력도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프로젝트 레이니어(Project Rainier)’로 불리는 인디애나주 슈퍼컴퓨팅 캠퍼스가 가동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30개 데이터센터에 총 2.25GW(기가와트)의 전력 용량을 확보하는 이 프로젝트가 2026년 AWS 매출의 2.1~2.6%, 2027년에는 3.5%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는 추정이다.
핵심 변수: 앤트로픽(Anthropic) 협력
번스타인은 AWS 반등 시나리오의 핵심 축으로 AI 스타트업 앤트로픽과의 파트너십을 꼽았다. 앤트로픽은 차세대 AI 모델을 AWS 인프라에서 훈련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이를 통해 2026년 AWS 성장률에 210~260bp(베이시스 포인트)―%p 기준 2.1~2.6%포인트―, 2027년에는 최대 420bp까지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젝트 레이니어의 Tranium2 클러스터를 이용한 앤트로픽 모델 학습은 AWS에 추가 성장 여력을 제공할 것” ― 번스타인 보고서 중
Bedrock·Trainium 논란도 여전
한편 AWS의 AI 플랫폼 ‘베드록(Bedrock)’은 초기업 시장 도입 초기 단계에서 오픈AI GPT API를 선호하는 기업들에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수반됐다. 자체 AI 학습 칩 ‘트레이니엄(Trainium)’ 시리즈 역시 비용 효율성은 크지만, 여전히 범용적 선택지로 자리 잡은 엔비디아(NVIDIA) GPU 대비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2025년 2분기 AWS는 창사 이래 두 번째로 큰 순증(순수익 기준) 분기 성장을 달성했다. 보고서는 “AWS는 현재도 용량이 부족한 상태인데, 해당 제약이 완화되고 있다”며 긍정적 시각을 유지했다.
향후 전망과 전문가 시각
번스타인 모델은 2025년 3분기 AWS 매출 성장률을 18.8%, 2026년엔 20.6%로 전망한다. 이는 추가 용량 투입과 앤트로픽 수요 반영 결과다. 애널리스트들은 “파이는 커지고, 조각은 줄어드는 환경 속에서 이 경영진이 ‘생존’이 아닌 ‘번영’을 입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AWS의 장기 경쟁력을 신뢰한다고 밝혔다.
전문가 해설: ‘하이퍼스케일러’는 데이터센터 규모 및 전력·네트워크 인프라를 대규모로 운영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클라우드 사업자를 의미한다. ‘베이시스 포인트(bp)’는 0.01%포인트 단위를 가리키며, 금융·리서치 업계에서 미세한 변동을 표시할 때 사용된다. ‘프로젝트 레이니어’는 AWS가 미국 인디애나주에 건설 중인 초대형 데이터센터 캠퍼스 명칭으로, 향후 AI 학습 전용 서버를 집중 배치할 계획이다.
결국 AWS의 ‘AI 꼴찌’ 논란은 GPU 공급 시차와 초기 시장 진입 속도 차이에서 기인했으나, 대규모 설비 투자를 통해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을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시장 컨센서스다. 투자자들은 프로젝트 레이니어 가동률, 앤트로픽 협력 확대, 그리고 베드록 플랫폼의 고객 전환율을 중점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