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인공지능(AI) 관련 기대감과 견조한 고용 지표에 힘입어 다시 한 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2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0.13% 오른 채 마감했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45%, 나스닥100지수는 0.48% 각각 상승했다. 6월 E-미니 S&P 선물은 0.14% 올랐고, 6월 E-미니 나스닥 선물은 0.48% 상승했다. 이날 S&P 500, 다우지수, 나스닥100은 장중 낙폭을 만회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2026년 6월 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은 오전 약세로 출발했으나 이후 반등에 성공했다. 기술주는 대규모 AI 투자 확대의 수혜 기대가 이어지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마벨 테크놀로지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 회사가 다음 1조 달러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뒤 32% 넘게 급등했다. 현재 시가총액의 5배를 웃도는 수준에 대한 전망이 시장의 강한 매수세를 자극한 셈이다.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도 AI 수요 확대에 따른 서버와 네트워킹 사업 성장세를 근거로 연간 매출 전망치를 시장 예상보다 높게 제시하면서 19% 넘게 뛰었다. 여기에 4월 JOLTS 구인건수가 예상과 달리 23개월 만의 최고치로 증가하면서 미국 노동시장의 강세 신호가 확인돼 증시를 추가로 지지했다.
다만 초반에는 중동 정세 불안이 투자심리를 흔들었다. 미국과 이란 간 휴전 시점이 언제가 될지, 호르무즈 해협이 언제 다시 열릴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며 주가가 먼저 밀렸다. AFP 통신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의 ‘부분적 휴전’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하자 유가가 급등했고, 이란은 이스라엘이 레바논 공격을 확대하는 것에 반발해 미국과의 협상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 늦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두고 “미친 사람(crazy)”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졌으며, 베이루트를 타격하려는 이스라엘 계획을 제동 걸었다고 한다. Axios는 이스라엘이 더 이상 베이루트의 헤즈볼라 목표물을 공격할 계획이 없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미국과의 어떤 휴전 합의에도 레바논 휴전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장의 다른 부담 요인은 소프트웨어주 약세와 비트코인 급락이었다. 소프트웨어 종목 전반이 약세를 보이며 시장 상승폭을 제한했고, 비트코인은 이날 6% 넘게 급락해 2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관련 노출도가 높은 종목들도 일제히 밀렸다. 비트코인은 통상 위험자산 선호도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로 여겨지기 때문에, 급락은 성장주와 고변동성 종목 전반의 투자심리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 4월 JOLTS 구인건수는 73만1,000건 증가한 761만8,000건으로 집계돼, 686만6,000건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3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JOLTS는 미국 노동부가 발표하는 구인·이직 통계로, 노동시장의 수요 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구인 규모가 예상보다 크게 늘었다는 점은 경기 둔화 우려를 일부 완화시키는 동시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 억제를 위해 긴축 기조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의 베스 해맥 총재는 화요일 매파적 발언으로 채권과 주식에 부담을 줬다. 그는 연준의 기준금리가 “제약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고, 최근 데이터 흐름이 이어진다면 “지속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커지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이 머지않아 행동에 나서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은 다음 FOMC 회의(6월 16~17일)에서 25bp(1bp=0.01%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2%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분기 실적 시즌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현재까지 S&P 500 편입 기업 485곳 가운데 84%가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P 500의 1분기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기술 섹터를 제외하면 증가율은 약 3%에 그쳐 최근 2년 내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의 실적 기여도가 전체 시장의 이익 성장세를 사실상 떠받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외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유로스톡스50은 1.21% 상승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5개월 만의 저점에서 반등해 0.43% 올랐다. 반면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0.30% 하락했다. 유럽 채권시장에서는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가 2.8bp 내린 2.975%,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가 3.9bp 하락한 4.859%를 나타냈다. 유로존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2% 올라 예상치에 부합했고, 2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식품·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근원 CPI는 2.5% 올라 예상치 2.4%를 웃돌며 1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스왑시장은 6월 11일 열리는 다음 유럽중앙은행(ECB) 회의에서 25bp 금리 인상 가능성을 99%로 반영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와 AI 인프라 관련 종목이 강세를 보였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온세미컨덕터는 6% 넘게 올랐고,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는 데이터센터 솔루션 부문이 2025 회계연도에 3억27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약 5억 달러가 예상된다고 밝히면서 5% 넘게 상승했다. 램리서치, 퀄컴, KLA도 5% 이상 올랐고, ASML 홀딩, 아날로그디바이시스, 브로드컴, NXP 세미컨덕터,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4% 넘게 뛰었다. AMD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3% 이상 상승했다. 이는 AI 서버, 데이터센터, 반도체 장비 투자 확대가 시장의 핵심 테마로 자리 잡았음을 재확인한 흐름이다.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들도 강세를 보였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북미 무역지대에서 차량의 최소 50%를 미국산 부품으로 채우도록 하는 규정이 논의 중이라고 밝히자 주가가 올랐다. 애프트리브는 7% 넘게 올랐고, 다나 코퍼레이션은 5% 이상 상승했다. 보그워너는 4% 넘게, 오토리브와 다우차 코퍼레이션은 3% 이상 올랐다. 이는 무역 규정 변화가 부품업체의 공급망과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난방·환기·공조(HVAC) 및 농기계 관련 기업도 상승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6월 8일부터 이들 분야의 많은 제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겠다고 밝히자 CNH 인더스트리얼은 11% 넘게 뛰었고, 디어앤드컴퍼니는 6% 넘게 올랐다. 캐터필러는 5% 이상, 레녹스 인터내셔널은 3% 이상, 캐리어 글로벌은 2% 이상 상승했다. 관세 인하 소식은 자본재와 산업재 종목의 비용 부담 완화 기대를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소프트웨어주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인튜이트는 골드만삭스가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낮추고 목표주가를 276달러로 제시한 뒤 8% 넘게 떨어지며 S&P 500과 나스닥100 내 하락 종목을 이끌었다. 서비스나우는 6% 넘게 하락했고, 아틀라시안, 워크데이, 팔란티어 테크놀로지는 5% 이상 밀렸다. 세일즈포스, 마이크로소프트, 오토데스크, 어도비 시스템즈는 4% 이상 하락했으며, 데이터독은 2% 이상, 오라클은 1% 이상 내렸다. 이는 AI 투자 기대가 큰 반도체와 인프라 종목으로 자금이 쏠리는 반면, 일부 소프트웨어 종목은 밸류에이션 부담과 성장 둔화 우려에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상화폐 연동 종목도 크게 약세를 보였다. 비트코인이 6% 넘게 떨어져 2개월 만의 최저치로 내려가자 스트래티지는 9% 넘게 하락하며 나스닥100 하락 종목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갤럭시 디지털 홀딩스는 5% 넘게 내렸고, 코인베이스 글로벌은 4% 넘게 하락했다. 마라 홀딩스와 라이엇 플랫폼스도 3% 이상 떨어졌다. 암호화폐 가격 변동이 관련 주가에 즉각적으로 전이되는 전형적인 흐름이 재현된 것이다.
개별 종목 가운데서는 마벨 테크놀로지가 젠슨 황 CEO의 1조 달러 기업 발언에 힘입어 32% 넘게 급등하며 나스닥100 상승 종목을 주도했다.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는 2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 79센트를 발표해 시장 예상치 54센트를 크게 웃돌았고, 연간 조정 EPS 전망치를 기존 2.30~2.50달러에서 3.35~3.45달러로 상향 조정하면서 19% 넘게 올랐다. 시스코 시스템즈는 IT 인프라를 운영하고 방어하기 위한 에이전틱 플랫폼 ‘시스코 클라우드 컨트롤’을 공개해 다우지수 내 상승률 상위를 차지하며 5% 넘게 뛰었다. 제너랙 홀딩스는 주요 하이퍼스케일러 데이터센터 운영업체에 백업 전력 발전기를 공급하는 글로벌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뒤 5% 넘게 상승했다.
반면 프락시스 프리시전 메디슨스는 성인 국소 발작 환자를 대상으로 한 2/3상 POWER1 연구에서 자사 약물 보마트리지닌(vormatrigine)이 월간 발작 빈도 변화율이라는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히며 22% 넘게 급락했다. 누뱅크 홀딩스는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리서치가 투자의견을 비중축소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10달러로 제시한 뒤 8% 넘게 하락했다.
향후 시장에는 두 가지 상반된 힘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하나는 AI 투자 확대와 반도체·데이터센터 수요가 기술주와 주요 지수의 상승세를 유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중동 긴장, 유가 변동,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가 연준과 ECB의 통화정책 경로를 다시 보수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구인건수 증가와 근원 CPI 상승이 동시에 확인된 만큼, 향후 발표될 고용·물가 지표는 금리 인하 기대를 지연시키거나 약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시장은 당분간 AI 수혜주와 방어주, 그리고 금리 민감주 사이에서 변동성이 큰 순환매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