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시뮬레이션한 연준 회의, 정치적 압력 속에서 위원회 분열 확인

[AI‧중앙은행 연구 심층 분석]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인공지능(AI)으로 가상 재현한 결과, 정치적 압력이 가해질 때 위원들의 의견이 극단적으로 갈리고 반대 의견이 급증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2025년 9월 1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조지워싱턴대 연구진은 AI 기술을 활용해 실제 위원들의 과거 발언‧이력‧정책 성향을 학습한 가상 위원(에이전트)들을 구성한 뒤 2025년 7월 열릴 예정이었던 FOMC 회의를 미리 시뮬레이션했다.

주목

연구팀 소피아 카지닉·타라 싱클레어 박사는 현장 경제지표와 금융 뉴스가 연준에 실시간 보고된다는 가정 아래, AI 위원들이 어떻게 금리 결정을 내리는지를 분석했다. 특히 정치권과 언론의 압박이라는 외부 변수(텍스트 자료)를 투입하자, 이전까지 비교적 일치된 결론을 내던 에이전트들 사이에서 다수의 반대·소수 의견이 동시에 쏟아져 나왔다고 논문은 설명한다.

“이번 시뮬레이션은 연준이 법률·규정으로 정치로부터 부분적으로만 보호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부의 세밀한 감시가 내부 의사 결정 과정까지 바꿀 수 있다.”

연구가 재현한 시점은 2025년 7월 FOMC다. 실제로 연준은 정치적 독립성(institutional independence)을 원칙으로 삼고 있으나, 의석 교체기나 대선을 앞둔 시기에 의회·행정부·언론 등의 압력이 거세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AI, “정책 결정”엔 아직 이르지만… 중앙은행 업무 효율화는 확산

현재 세계 주요 중앙은행은 AI를 정책 수립이 아닌 내부 연구·운영 효율화 도구로 우선 도입 중이다. 예컨대 연준은 생성형 AI(Generative AI)를 활용해 FOMC 의사록 방대한 텍스트를 요약·분석하고 있으며, 유럽중앙은행(ECB)은 기계학습 모델로 유로존 물가 전망을 고도화하고 있다.

주목

일본은행(BOJ) 역시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이용해 원재료비 중심의 인플레이션에서 노동비용 중심으로 물가 압력이 이동하는 징후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호주중앙은행(RBA)은 미셸 불럭 총재가 9월 3일 연설에서 “새 AI 툴로 정책 관련 질의를 요약한다”고 밝혔지만, “AI가 금리를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2024년 4월 보고서에서 “전 세계 중앙은행 다수가 AI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데이터 수집·분석 실험을 활발히 진행 중”이라면서도, “지배구조데이터 품질 보장이라는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용어 설명: 가상 에이전트(AI Agent)·FOMC

AI 에이전트는 대규모 언어모델에 실제 인물의 연설문·이력 등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시켜, 해당 인물과 유사한 의사결정 패턴을 구현한 프로그램을 말한다.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는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12명의 투표권자(7명의 이사와 5명의 지역 연은 총재)로 구성된 연준 산하 위원회다.

전문가 시각: “AI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

국내외 중앙은행 출신 인사들은 이번 연구가 AI의 잠재력과 동시에 정책 독립성의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평가한다. 서울 소재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수치·텍스트 데이터 분석에서 AI의 기여도가 이미 커지고 있는 만큼, 중앙은행은 독립성을 강화하면서도 거버넌스 체계를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I가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통화정책 시나리오를 제시해 줄 경우, 정책당국은 시장의 즉각적 반응을 더 민감하게 고려할 수 있다”며 “반면, 알고리즘 편향·데이터 오류 등이 정책 위험 요인으로 부상할 수 있으므로 통제·감독 프레임워크 구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중앙은행이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완벽히 자유롭지 않다는 점, 그리고 AI가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효율성을 동시에 증진·저해할 수 있다는 양면성을 조명한다. 향후 AI와 통화정책이 결합하는 방식과 속도는 각국 제도·문화·정치 환경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