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차세대 웹 검색 패러다임이 기업의 트래픽 구조와 수익 모델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AI 요약 기능이 사용자를 검색 결과 페이지에 오래 머물게 하면서 유입(traffic)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최근 데이터는 이러한 공포가 과장됐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25년 8월 1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AI가 검색 비즈니스에 ‘위협’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알파벳(구글 모회사) 등 핵심 플랫폼은 AI 기능을 광고·콘텐츠 추천과 결합해 오히려 수익 극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Pew Research Center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검색 과정에서 AI 요약을 접한 이용자는 그렇지 않은 이용자에 비해 전통적 검색 결과를 클릭할 확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컨설팅업체 베인이 2024년 말 수행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80%가 검색의 40% 이상에서 ‘제로 클릭(zero-click)’ 결과를 활용한다”
고 답했다. 베인은 이 같은 현상이 자연 검색(organic search) 트래픽을 15~25% 감축한다고 추정했다.
그럼에도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Dan Ives) 애널리스트는 “검색의 종말설은 과장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알파벳은 7월 23일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매출·이익 모두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같은 분기 검색 부문 매출은 542억 달러, 전체 광고 매출은 713억 달러(전년 대비 10% 증가)를 기록했다.
아이브스는 “알파벳은 이번에도 공매도 세력을 무색케 했다”며 “질의(query) 자체는 여전히 강력하다. AI는 단기적으로 역풍일 수 있지만, 결국 ‘재능(타인트)’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저스틴 포스트(Justin Post) 애널리스트 역시 비슷한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6일자 보고서에서 “구글 검색 트래픽, 점유율, 모바일 일간활성이용자(DAU)가 7월에도 비교적 안정적이었다”며 “AI 기반 도구가 기존 검색 활동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완적인 수요를 창출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은?
물론 모든 기업이 AI 검색의 등장에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클레이즈는 7월 고객 보고서에서 “검색 추천(Referral) 트래픽 감소가 본격화되면 기업은 두 가지 양자택일에 직면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① 수익성(마진)을 유지하되 매출 성장률 둔화를 감수하거나, ② 고객 획득비용(CAC)을 늘려 성장률을 방어하지만 이익률이 희생되거나 — 두 선택 모두 현 컨센서스 추정치에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다.
바클레이즈 분석팀은 직접 트래픽(direct traffic) 비중이 낮은 기업일수록 충격이 크다고 지적했다. 직접 트래픽은 사용자가 주소창에 URL을 직접 입력하거나 소셜미디어 등의 비(非)검색 채널을 통해 사이트에 접근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예컨대 트립어드바이저의 직접 트래픽 비중은 29%에 불과해, 에어비앤비보다 AI 검색 충격에 취약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됐다.
다코타웰스매니지먼트의 로버트 패블릭(Robert Pavlik)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eBay·너드월렛·웨이페어·부킹홀딩스·에어비앤비·체그 등을 부정적 영향권에 있는 종목으로 꼽았다. 웨드부시의 아이브스 또한 “광고 의존도가 높고, 최근 수요세가 둔화된 익스피디아(Expedia)가 부킹홀딩스보다 역풍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패블릭과 아이브스 모두 “AI가 검색 시장에 미칠 충격은 월가(Wall Street)의 공포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패블릭은 “AI 요약이 정보를 묶어줄 순 있어도, 실제 제품을 사려면 결국 웹사이트를 방문해야 한다”며 “ChatGPT가 의자를 직접 판매하지는 않는다”는 비유를 들었다.
아이브스는 오히려 핀터레스트(Pinterest)에 대해 “현대화·참여도 제고 전략 덕분에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긍정적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 용어 해설: ‘제로 클릭’과 KPI
국내 투자자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제로 클릭(Zero-click)’ 검색이란, 이용자가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 별도 링크를 클릭하지 않고도 원하는 정보를 얻는 현상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요약·박스형 답변·지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편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는 기업이 목표 달성도를 측정하기 위해 설정하는 핵심 성과 지표다. 이번 기사에서 언급된 트래픽·검색 점유율·모바일 DAU 등이 대표적 예시다.
◆ 기자의 시각
검색 시장이 AI 발전으로 구조적 변곡점에 들어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광고 모델의 ‘죽음’을 단언하긴 이르다. 첫째, 광고주 역시 AI 기반 문맥(Context) 타기팅 및 쇼핑 연계 기능으로 더 높은 전환율을 기대할 수 있다. 둘째, 플랫폼들은 AI를 활용한 맞춤형 요약·챗봇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용자 체류시간’과 ‘데이터 축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고 있다. 결국 승패는 AI를 어떻게 제품·광고와 통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향후 1~2년은 검색 플랫폼, 미디어, 이커머스 업계의 전략 수정이 본격화되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투자자 관점에서 구글·메타·핀터레스트처럼 방대한 1st-party 데이터와 광고 네트워크를 보유한 기업은 우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브랜드 파워가 약하고 검색 의존도가 절대적인 미드캡 기업은 고객 획득 비용(CAC) 상승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본 기사의 의견 부분은 기자 개인의 분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