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성장 추구에 힘입어 올해 글로벌 M&A 2조 6천억 달러 돌파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2025년 1월 1일부터 8월 1일까지 집계된 누적 규모 2조 6,000억 달러(약 3,470조 원)를 기록하며 2021년 팬데믹 시기 정점을 찍은 이후 같은 기간 기준 최대치를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금액 기준 28% 증가한 수치다.

거래 건수는 지난해보다 16%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100억 달러를 웃도는 초대형 거래가 잇따르면서 전체 금액을 끌어올렸다. 대표적으로 유니온 퍼시픽(UNP)의 850억 달러 규모 노퍽 서던(NSC) 인수 제안, 소프트뱅크가 주도한 오픈AI 400억 달러 자금 조달이 있다.

2025년 8월 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은행권은 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성장 기회를 노린 경영진의 움직임과 AI(인공지능) 붐이 위험 회피 심리를 상쇄하며 활발한 딜메이킹을 이끌었다고 분석한다.

“현재 거래 논리는 ‘성장’에 집중돼 있으며, 그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 안드레 바이시드 EY 글로벌 금융서비스 전략·거래 부문 리더

그는 “AI와 규제 환경 변화로 인해 우리 고객들이 뒤처지지 않으려는 욕구가 활동을 견인한다”고 덧붙였다.


■ 팬데믹 이후와의 비교

투자자들이 봉쇄 이후 폭발적으로 거래를 늘렸던 2021년 8월(3조 5,700억 달러)과 비교하면 올해 누적 규모는 1조 달러가량 낮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전망이 더 명확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 딜메이커들은 하반기에 더 대형 거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슬로터앤메이의 사이먼 니콜스 영국법인 M&A 공동대표는 “미 대선 이후 예측 불가능성이 오히려 ‘예측 가능한 불확실성’으로 자리 잡았다”고 표현했다. 클리퍼드 챈스의 나이절 웰링스 파트너 역시 “이제는 관세 국면을 넘어섰다”며 “경기 안정과 규제 측 양호한 신호를 호재로 본다. 다만 거품이 낀 시장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 섹터별 흐름: 헬스케어에서 IT·전자산업으로

팬데믹 직후 M&A를 주도했던 헬스케어 부문 대신 최근 2년간은 컴퓨터·전자 부문이 미국과 영국에서 가장 많은 인수 제안을 기록했다. 특히 AI 인프라로 분류되는 데이터센터 수요가 거래를 자극하고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005930)의 17억 달러 규모 독일 데이터센터 냉각 전문업체 플락트그룹 인수가 있었고, 팔로알토 네트웍스(PANW)는 사이버 보안 강화를 위해 이스라엘 동종업체 사이버아크를 250억 달러에 매입했다. 이 거래는 올해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최대 규모다.


■ 사모펀드(Private Equity) 복귀

관망세였던 사모펀드(PE)도 다시 활기를 띠었다. 시카모어 파트너스는 왈그린 부츠 얼라이언스(WBA) 100억 달러 규모 공개매수에 나섰고, KKR과 어드벤트는 영국 과학 장비 업체 스펙트리스(SXS)를 두고 각각 48억 파운드 규모 경쟁 제안을 제출했다.

미국은 여전히 글로벌 M&A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최대 시장 지위를 공고히 했다. 반면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의 거래 금액은 작년 동기 대비 두 배로 늘어 EMEA 성장률을 추월했다.

전문 용어 해설*
* 사모펀드(Private Equity):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비상장 또는 상장 기업 지분에 투자해 기업 가치를 높인 뒤 매각을 통해 수익을 내는 투자 방식이다. 국내에선 ‘PEF’로도 불린다.


■ AI 열풍이 촉발한 ‘규모의 경쟁’

시장 참가자들은 ‘AI를 통한 시너지’가 거래 규모 대형화를 가속화한다고 입을 모은다. 데이터 처리량 증가 → 데이터센터 확충 → 반도체·전력·냉각 수요 확대의 수직 계열화가 현재 M&A의 주된 논리다.

EY, 딜로이트, PwC 등 글로벌 컨설팅 펌은 올해 상반기 고객사 이사회 보고서에서 “AI 도입 속도를 높이려면 자체 기술 개발과 더불어 전략적 인수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 향후 전망

은행권은 금리 변동성, 지정학 위험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에 익숙해진’ 경영진이 하반기에도 초대형 딜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M&A 총액이 3조 달러 선에 다가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안티트러스트(독점 규제) 심사의 엄격도”가 최대 변수라고 평가한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 초창기보다는 규제 기준이 명확해져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 결론 및 시사점

요약하면, AI 도입 경쟁과 성장 압력 속에서 글로벌 M&A 시장은 관세·금리·지정학 리스크에도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은 여전히 중심지이며, 아시아·태평양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국내 기업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 AI 인프라 투자 트렌드를 고려한 활발한 인수 전략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