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및 방위산업의 성장이 전 세계 구리 수요를 2040년까지 약 50%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되며, 재활용과 광산 개발이 확대되지 않으면 연간 1천만 미터톤(metric tons) 이상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컨설팅업체 S&P Global이 2026년 1월 8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밝혔다.
2026년 1월 8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S&P Global은 목요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구리 수요가 2040년까지 연간 4,200만 미터톤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25년의 2,800만 미터톤에서 증가한 수치다. 보고서는 추가적인 공급원이 확보되지 않으면 이 수요의 거의 4분의 1가 충족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구리는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고 부식에 강하며 성형이 용이해 건설, 운송, 기술 및 전자제품 산업에서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왔다. 특히 지난 10년간 전기차 산업의 확대로 구리 수요가 이미 증가했으나, AI, 방위산업, 로봇 공학 등 신(新)수요 분야가 향후 14년 동안 구리 사용을 더욱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한 전통적인 소비자 수요인 에어컨 등 가전제품도 구리 수요를 지속적으로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의 전기화가 근본적인 수요 요인이며, 구리는 전기화의 금속이다.”
이 발언은 S&P Global의 부회장 겸 보고서 공동 저자인 댄 예르긴(Dan Yergin)의 설명이다.
보고서는 AI 분야를 구리 수요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지난해에만 100개가 넘는 신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진행됐으며, 이들 프로젝트의 가치는 약 610억 달러(미화)에 달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데이터센터는 전력 공급용 배선, 네트워크 케이블, 냉각·전력 분배 설비 등에서 대량의 구리를 필요로 한다.
또한 우크라이나 분쟁과 일본·독일 등 주요국의 국방비 증액 움직임이 구리 수요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S&P의 부사장이자 전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인 카를로스 파스쿠알(Carlos Pascual)은
“방위 분야의 구리 수요는 사실상 비탄력적이다(수요가 가격 변화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라고 평가했다.
지리적·무역적 특성도 보고서는 함께 짚었다. 칠레와 페루는 세계 최대의 구리 채굴국이며,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제련(정련)·제련소(스멜터) 보유국이다. 미국은 일부 구리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연간 수요의 약 절반을 수입에 의존한다. 보고서는 심해(深海) 채굴에서의 공급 가능성은 이번 분석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S&P는 2022년에도 유사한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으며 당시에는 2050년 탄소 중립(넷제로) 시나리오하에서의 구리 수요를 예측했다. 이번 보고서는 다른 방법론을 사용해, 정부의 기후 정책과 관계없이 구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본 가정(base-case)을 바탕으로 수요를 전망했다고 S&P는 밝혔다. 예르긴은
“에너지 전환의 정치가 상당히 극적으로 변해왔다.”
고 덧붙였다.
용어 설명
구독자나 일반 독자가 낯설어할 수 있는 몇 가지 용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제련소(스멜터, smelter)는 채굴된 원광에서 금속을 추출·정제하는 설비를 말하며, 구리를 정련해 산업용 원료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심해 채굴(deep-sea mining)은 해저 바닥의 망간단괴·금속 광물을 채굴하는 기술을 일컫는데, 경제성·환경성·규제 측면에서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 전기화(electrification)는 교통·난방 등 전통적으로 화석연료를 쓰던 부문을 전기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전력 전달·분배를 위한 전선과 변압기 등에 구리가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비탄력적 수요(inelastic demand)는 가격 변화에 수요량이 크게 반응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하며, 방위 분야나 필수 인프라에서 종종 나타난다.
경제적·시장 영향 분석
S&P 보고서의 핵심 수치인 연간 1천만 미터톤 이상의 공급 부족 가능성은 시장에 다음과 같은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첫째, 구리 가격의 상승 압력이다. 공급이 수요를 크게 밑돌면 단기적으로 선물시장·현물시장에서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전력 인프라·전기자동차·데이터센터·가전 제품의 원가를 상향시켜 최종 소비자가격과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둘째, 공급망 다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의 부각이다. 칠레·페루 등 특정 국가에 채굴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정치·사회적 불안정이나 수출 규제는 공급 불안정을 증폭한다. 또한 중국의 제련능력 집중은 원광의 국제 거래 구조와 정제 단계에서의 전략적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장기적 투자 수요 확대다. 신규 광산 개발에는 탐사·허가·건설·시운전까지 통상 수년에서 수십 년이 소요된다. 따라서 단기적 시장 충격을 완화하려면 재활용 확대, 사용 효율 개선, 대체 소재 개발 등이 병행돼야 한다. 재활용은 비교적 빠르게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이지만, 현재 전기·전자제품의 재활용 비율과 회수 체계에는 개선 여지가 많다.
넷째, 정책과 규제의 역할이다. 광산 허가·환경 규제·지역사회 합의는 채굴 확대의 제약 요인이지만, 동시에 지속가능한 채굴 관행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 준수는 장기적 공급 안정성 확보에 필수적이다. 정부와 기업은 전략 비축, 투자 인센티브, 재활용 인프라 지원 등을 통해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가능한 시나리오를 정리하면, (1) 적극적 재활용·투자가 동반되는 경우 시장은 점진적 조정을 통해 공급을 맞추며 가격 급등을 억제할 수 있다, (2) 재활용과 신규 광산 투자가 미흡한 경우 단기적 가격 급등과 공급 병목이 발생해 산업 전반의 비용 상승과 공급 재편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전기차·국방 장비 등 핵심 수요는 가격 상승에도 수요가 크게 줄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산업별 영향은 차별화될 전망이다.
결론
S&P Global의 이번 보고서는 전기화와 첨단산업의 확산이 구리 수요를 대폭 확대할 것임을 분명히 하며, 동시에 재활용 확대·신규 광산 개발·정책적 대응 없이는 심각한 공급 부족과 시장 불안이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시장 참여자와 정책당국은 공급망 다변화, 재활용 인프라 투자, 그리고 환경·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한 광산 개발 전략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향후 구리 시장의 움직임은 에너지 전환, AI 인프라 투자, 그리고 지정학적 변수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