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가 기술주 ‘메가캡(초대형주)’의 2분기 실적 시즌 개막을 앞두고 낙관적 기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AI) 투자 과열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중국·아시아 공급망 리스크 등 굵직한 변수들이 향후 주가 흐름을 좌우할 것이란 경계심도 여전하다.
2025년 7월 22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알파벳과 테슬라가 ‘2분기 실적 발표 릴레이’의 포문을 열고, 다음 주에는 메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애플이 잇따라 성적표를 내놓는다. 엔비디아는 8월 말 예정돼 있어 이번 10일간이 빅테크 랠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 증시 기술주 중심지수인 나스닥종합지수는 21일(현지시간) 사상 최고치로 마감하며 6거래일 연속 상승, 연초 대비 8% 상승률을 기록했다. 1분기 부진 이후 반등에 성공했지만, 향후 실적 발표 결과에 따라 ‘추가 랠리’ 혹은 ‘김 빠진 반등’이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 알파벳(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핵심 수익원인 온라인 광고 매출은 올해 초 트럼프 관세 확대 우려로 타격을 입었다. LSEG(구 LSEG 리피니티브) 컨센서스에 따르면 2분기 매출 증가율은 11%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최근 2년 사이 가장 느린 성장세다. 지난 분기 유튜브 광고도 시장 기대를 밑돌았다. 당시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아시아·태평양(APAC) 소매업체 광고주가 관세 불확실성으로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월가 일부에서는 AI 기술 고도화가 검색·광고 효율을 끌어올리며 매출 반등을 견인할 가능성을 주목한다. 도이체방크·골드만삭스·BMO캐피털마켓 등은 최근 보고서에서 “AI가 광고주 ROAS(광고투자수익)를 개선해 하반기 실적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구글 클라우드 매출도 관건이다. 알파벳은 올해 AI·클라우드 데이터센터 확충을 위해 750억 달러(약 99조 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Waymo)의 로보택시 사업은 7월 15일 기준 ‘무인 주행 1억 마일’을 돌파하며 5개 미국 대도시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다.
2. 테슬라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 약 17% 하락해 메가캡 중 최대 약세를 기록 중이다. 7월 초 발표된 2분기 차량 인도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하며 2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1분기 자동차 매출이 20% 줄어든 데 이어 2분기에도 비슷한 하락이 예상된다.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중국·유럽 전기차 업체들이 저가 모델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테슬라는 ‘보급형 신차’ 공개 압박을 받고 있다. 또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으며 신당 창당 구상을 내비친 점도 투자심리를 흔들고 있다.
한편, 6월 말 텍사스 오스틴에서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개시했으나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재무적 영향은 아직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3. 메타 플랫폼스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는 6월 AI 스타트업 스케일AI 창업자 알렉산드르 왕을 포함한 핵심 인재 영입에만 140억 달러를 지출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어 전 깃허브 CEO 냇 프리드먼, 실리콘밸리 투자자 다니엘 그로스도 합류시켜 ‘Meta Superintelligence Labs’를 신설했다.
저커버그는 “AI 컴퓨트 인프라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했으며, 내년 첫 슈퍼클러스터 가동을 목표로 한다. 이에 따라 메타는 올해 설비투자 가이던스를 640~720억 달러로 상향했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성과 입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모펫나탄슨은 “AI 플랫폼 주도권 확보까지는 경쟁이 치열하고 긴 여정”이라고 지적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저커버그의 공격적 지출은 사업 자신감의 표현이지만 투자수익 명확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4.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CEO가 이끈 애저(Azure) 클라우드는 여전히 성장 동력이다. 1분기 35% 성장했고 2분기에도 34~35% 성장이 예상된다. 다만 미즈호증권은 분기 중 ‘대규모 워크로드 리트러닝(온프레미스 회귀)’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달러 강세·연방정부(관세 효율국 DOGE) 발주 지연 등이 변수로 지목된다. 새 회계연도(7월 1일 시작) 설비투자 가이던스는 990억 달러 안팎으로, 전년 56% 급증 이후 성장률이 14%로 둔화될 전망이다. MS는 이달 초 9,000명 추가 감원으로 비용 절감에 나섰다.
5. 애플
애플은 부품·조립 대다수를 중국·아시아에 의존한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대표적 피해주로 꼽히며 주가가 올해 15% 하락했다. 팀 쿡 CEO는 2분기에 관세로 9억 달러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애플은 생산기지 다변화를 위해 인도·베트남 투자를 확대하고, 미국 내 제조 시설에도 50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7월 15일에는 미국 희토류 업체 MP머티리얼즈와 500 만 달러(역: 기사 원문 5억 달러이나 오타?)* 계약을 체결해 희토류 영구자석 공급망을 강화했다.*원문: 500 million
다만 LSEG 전망치에 따르면 2분기 매출 증가율은 4%로 최근 4개 분기(2~6%) 범위 내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6. 아마존
아마존은 지난 분기 관세·환율·경기 둔화를 이유로 예상보다 낮은 영업이익 가이던스를 제시해 투자자를 실망시켰다. 이후 앤디 재시 CEO는 “재고 선제 확보로 관세 충격을 완화하고,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존 재고 소진 후 중국발 신규 물류에는 더 높은 관세가 적용돼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 클라우드 자회사 AWS의 1분기 매출 성장률은 17%로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2분기에도 동일 수준이 예상된다. 재시는 AI 칩·전력 공급 제약이 데이터센터 확장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 주가는 올해 4% 상승에 그쳤다.
용어·배경 설명
메가캡(Megacap)은 시가총액이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기업을 뜻한다. ROAS(Return on Ad Spend)는 광고비 대비 매출액을 의미하는 지표다. 리트러닝(Repatriation)은 클라우드에서 물리적 서버로 워크로드를 되돌리는 것을 말한다. 로보택시는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희토류 영구자석은 모터·풍력터빈 등에 필수 소재다.
또 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는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가 신설한 ‘정부 효율성 부처’이며, 암호화폐 도지코인(Dogecoin)과 발음이 같아 화제가 되었다.
“AI 수익화가 진화함에 따라 구글은 20년간 축적한 AI 역량으로 광고주 ROAS를 확대할 것” — BMO캐피털마켓
월가 관계자들은 “향후 10일간 발표될 빅테크 실적과 가이던스가 나스닥 랠리의 지속 여부를 가를 것”이라며 “AI 투자 대비 실질 성과, 관세·공급망 리스크 관리 능력, 클라우드·광고 성장세가 핵심 평가 지표”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