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NOC, EU 보조금 조사 대응 위해 양보안 준비…코베스트로 주가 5% 이상 급등

독일 화학기업 코베스트로(Covestro)의 주가가 두 자릿수에 가까운 상승세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주가 급등의 배경에는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 아드녹(ADNOC)이 유럽연합(EU) 보조금 조사를 의식해 인수 조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자리하고 있다.

2025년 9월 1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ADNOC은 총 147억 유로(미화 약 172억 달러) 규모로 제시해 온 코베스트로 인수 제안을 성사시키기 위해 EU 집행위원회의 보조금 조사에 맞춰 다각적인 양보책(remedies)을 마련 중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코베스트로 주가는 09시24분(그리니치표준시) 기준 전 거래일 대비 5.5% 급등해 1년여 만에 최대 일일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ADNOC이 인수 완료 후 코베스트로에 투입하려던 12억 유로 규모의 유상증자(capital increase) 구조를 ‘주주대출(shareholder loan)’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복수의 투자은행 및 규제기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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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는 자본성 투입으로 간주돼 EU 보조금 규정에 저촉될 소지가 있지만, 주주대출 형태로 바뀌면 규제 당국의 심사를 비교적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다”

는 판단이 작용했다.


EU 보조금 조사란 무엇인가

EU는 역내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제3국 정부 또는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이 제공하는 각종 금융 지원이 ‘시장 왜곡적 국가보조금’으로 기능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한다. 2023년 7월 발효된 EU 외국보조금 규정(EU Foreign Subsidies Regulation)은 ▲거래 규모 5억 유로 이상 ▲잠재적 국가보조금 5천만 유로 이상일 경우 심층 조사 가능성을 명시하고 있다. 이번 코베스트로 인수를 추진 중인 ADNOC은 아랍에미리트(UAE) 정부의 실질적 소유하에 있는 국영 석유회사로, ‘국가보조금’ 논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EU 집행위가 조사에 나섰다.

실제 ADNOC은 지난주 EU 규제 당국이 요구한 자료 규모가 “과도하고 침해적(disproportionate and invasive)”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이번 양보안 도출 소식은 협상의 진전을 시사하며 투자 심리를 개선시켰다.


시장 반응과 애널리스트 전망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사 메츨러(Metzler)의 토마스 슐테-포비크(Thomas Schulte-Vorwick) 애널리스트는 “‘점진적 호재(incrementally positive)’가 등장했다”면서 “양측이 단기간 내 협상을 타결하고 거래를 종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1인수 과정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경우 코베스트로의 장기적 성장 잠재력이 재평가받으면서 추가적인 주가 상승 여력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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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전일 종가 기준 코베스트로 주가는 연초 대비 3.1% 하락 상태였지만, 이번 급등으로 연간 수익률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전문가 시각으로 본 시나리오 분석

ADNOC의 양보안이 EU 집행위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실사 및 승인 절차가 2026년 상반기 이전에 완료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그러나 규제 당국이 ‘주주대출’ 구조 역시 간접적인 국가보조금으로 판단할 여지는 남아 있다. 실제 미국·EU 다국적 규제 기구들은 최근 ‘금융 지원의 실질’을 중시하며, 형식적 구조 변경만으로는 규제 회피가 어렵다는 기조를 강화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DNOC이 자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대출 조건(이자율, 상환기간, 전환권 등)을 ‘시장금리 수준’으로 맞춘다면, 보조금 성격이 희석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 경우 코베스트로는 대규모 자본 투입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친환경 폴리우레탄·고기능 플라스틱 등 고부가 제품군 R&D 확대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용어 설명

주주대출(Shareholder Loan)은 대주주가 회사에 제공하는 대출로, 일반 금융기관 차입보다 낮은 금리나 유연한 상환조건을 설정해 ‘자본과 부채의 중간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다. 규제 당국은 이러한 대출이 사실상 자본 확충과 동일한 효과를 내지만, 지분 희석 없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점에서 국가보조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EU 보조금 조사는 역내 공정경쟁 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최근 중국·중동·러시아 국영기업의 잇단 유럽 자산 매입 시도가 이어지면서, ‘국가 자본에 기반한 시장 교란’을 경계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향후 체크 포인트

첫째, EU 집행위의 예비 심사(Phase 1) 결과 발표 시점이다. 통상 25~35영업일이 소요되는데, ADNOC이 제시한 양보안이 포함된 공식 서류가 조기에 제출될 경우 일정이 단축될 수 있다. 둘째, 독일 연방거래청(Bundeskartellamt)의 국내 경쟁법 심사 절차도 병행되므로, 복수 규제기관의 시각차를 조율하는 과정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셋째, 중동계 자본에 대한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독일·EU 시장에서 어떻게 재평가될지 주목된다. 글로벌 ESG 자금 흐름이 강화되면서, ‘화석연료 자본’이 제조·화학 부문으로 확장하는 사례가 향후 규제·평가 체계에 미칠 영향도 관전 포인트다.


환율은 보도 시점인 2025년 9월 11일 기준 1달러 = 0.8555유로로 고정했다. 단, 실시간 환율 변동에 따라 원화·달러 환산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ADNOC의 전향적 양보 의지가 확인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코베스트로 인수합병(M&A) 성사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규제·정치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므로, 향후 EU와 독일 경쟁당국의 공식 입장 공개 전까지는 변동성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