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F, 미국 프라이마크 매출 23% 급증에도 유럽 부진·식품 수익성 악화로 주가 10% 급락

Associated British Foods(ABF)가 2024/25 회계연도 실적 가이던스를 공개한 뒤 주가가 장중 10% 하락했다. 회사는 의류 브랜드 프라이마크(Primark)의 미국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시장에서의 부진·식품 부문 수익성 약화·설탕 사업 구조조정 등 복합적 악재가 겹치며 전반적인 수익성이 기대치를 밑돌았다고 밝혔다.

2025년 9월 10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ABF의 조지 웨스턴(George Weston)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고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하반기 실적은 비교적 견조했다”고 말했다.

프라이마크 매출은 회계연도 전체 기준으로 약 1%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같은 점포에서의 매출신장률(like-for-like)은 하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2%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3분기는 2.4%, 4분기는 2%가량 감소할 전망이며, 이는 금융정보 플랫폼 비저블 알파(Visible Alpha) 컨센서스(하반기 −1%)를 하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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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 CEO는 “프라이마크는 영국 국내 시장에서 거래가 개선됐고 미국에서는 23%의 강력한 매출 성장을 달성했으나, 유럽 대륙에서는 소비 심리 악화로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회사에 따르면 프라이마크는 하반기에 미국 점포 4개(테네시주 1호점 포함)를 신규 오픈하며 총 23개 매장을 운영하게 됐다. 미국 매출은 전년 대비 23%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영국·아일랜드 매출은 약 1%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의류 시장점유율은 6.6%에서 6.8%로 소폭 상승했다. 점포 포트폴리오 변화를 제외한 like-for-like 매출은 거의 보합세다.

대륙별 세부 실적을 살펴보면, 하반기 스페인·포르투갈 매출은 2% 증가하고, 프랑스·이탈리아는 4% 감소한다. 중앙·동유럽은 9% 증가하지만 북유럽(독일·네덜란드·벨기에·오스트리아)에서는 2% 감소가 예상된다. 하반기 동안 회사는 유럽과 미국에 총 15개 신규 매장, 22개 리핏(refit·매장 재단장)을 완료했다. 네덜란드 매장 한 곳은 폐점, 다른 한 곳은 규모를 축소했다.

중동 진출 작업도 진행 중이다. 회사는 2025년 10월 쿠웨이트에 1호점을 열고, 2026년 초 두바이에 2개 점포를 추가 오픈할 계획이다.


식품 부문: ‘트윈닝스·오발틴’ 선방, 제빵·설탕 사업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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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F는 식품 부문에서 하반기 총매출이 전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지만, 조정 영업이익은 일회성 구조조정 비용 탓에 기존 가이던스를 소폭 하회할 전망이다. 세부적으로는 트윈닝스(Twinings)가 볼륨 성장을, 오발틴(Ovaltine)이 가격 인상·신제품 출시 효과를 봤다. 반면 얼라이드 베이커리스(Allied Bakeries)는 매출 감소와 함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ABF는 영국 식빵 브랜드 ‘호비스(Hovis)’ 인수를 추진 중이며, 규제 당국 승인을 받으면 “재무적으로 지속 가능한 UK 베이커리 사업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재료·첨가물(Ingredients) 부문은 이스트·제과제품(AB Mauri) 호조로 전년과 유사한 매출을 달성했으며, 영업이익은 기존 예상치를 소폭 상회할 전망이다.

설탕(Sugar) 부문은 매출 10% 감소가 예상된다. 특히 바이오에탄올 자회사 비버고(Vivergo)를 포함할 경우 조정 영업손실이 최대 4,000만 파운드에 이를 수 있다. 회사는 “영국 정부와 장기간 협상했으나 비버고가 안정적으로 흑자를 낼 수 있는 해결책을 받지 못했다”며 공장 폐쇄를 발표했다.

비버고 및 스페인 설탕 사업 재구조조정에 따른 미실현 손실·현금유출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총 2억 파운드(현금 5,000만 파운드 포함) 규모로 추산된다.


농업(Agriculture)·기타 사업

농업 부문은 하반기에 1% 매출 성장이 예상되지만, 조정 영업이익은 대폭 감소할 전망이다. 프런티어(Frontier) 합작법인 기여도가 줄어든 데다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결과다.

한편 RBC 캐피털 마켓 애널리스트들은 “프라이마크는 여전히 유럽·미국에서 매장 확장(rollout) 스토리가 견조하고, 영국에서는 가격 대비 가치를 앞세워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식품·설탕 부문의 과제가 향후 2024/25 회계연도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웨스턴 CEO는 “최근의 비버고 폐쇄, 스페인 설탕 구조조정, 호비스 인수 합의 등 전략적 결정을 통해 2026년부터는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높은 변동성 환경에서도 적극적인 투자 및 비용 최적화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 “Like-for-Like” 매출

Like-for-like’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동안 존재했던 점포 또는 사업 단위의 성과만을 비교해 점포 수 변동이나 M&A 효과를 제거한 순수 영업 성장률을 뜻한다. 신규 출점이나 폐점, 리노베이션 등 외적 요인을 배제해 실제 소비자 수요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매·유통업 체인들의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기자 전문 분석

이번 실적 가이던스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미국 프라이마크 사업의 성장 잠재력설탕·농업 부문 구조조정 비용 간 상충 효과다. 미국 매출 23% 증가는 ABF가 저가 패션 카테고리에서 패스트 리테일링, TJX 계열 오프라이스 리테일러들과 경쟁하며 가격 경쟁력을 입증한 사례로 해석된다. 그러나 유럽 소비 위축이 like-for-like 매출에 타격을 주는 이상, ABF가 주가 회복을 위해선 글로벌 소비 심리 개선 또는 추가 비용 절감책이 절실하다.

또한 설탕 부문의 손실 확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사료·사탕수수 가격 변동과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다. 만약 원자재 시장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2025/26 회계연도까지도 수익성 압박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설탕·바이오에탄올 사업 비중을 빠르게 축소하고, 고마진 인그리디언트프라이마크 미국 확장에 자본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결국 ABF의 향후 2년 성패는 유럽 소비 경기 회복 속도, 미국 동부·남부 주요 상권 추가 출점, 설탕 사업 구조 개편이 맞물린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