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 주가지수가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딛고 반등했다. 스위스 공업화 기업 ABB의 기록적인 분기 수주 실적과 미·EU 무역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가 투자심리를 개선한 것이 주된 배경이다.
2025년 7월 17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은 그리니치표준시(GMT) 기준 08시 54분에 전장 대비 0.7% 오른 487.59포인트*가상치를 기록하며 상승 흐름을 나타냈다. 모든 주요 지역 지수가 동반 상승한 가운데, 독일의 수출·무역 민감지수인 DAX는 1% 급등하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ABB는 미국 내 견조한 수요와 인공지능(AI) 지원을 위한 데이터센터용 제품 판매 확대 덕분에 사상 최대의 분기 주문량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힘입어 ABB 주가는 7.2% 급등했으며, 같은 산업재 섹터에 속한 독일 지멘스(Siemens)와 프랑스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도 각각 2.9%, 5.5% 상승했다. 이들 기업의 동반 랠리로 유럽 산업재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고, 이는 통상 경기 민감주가 많은 STOXX 600 전체 상승폭을 확대하는 촉매가 됐다.
반도체주도 낙폭 만회
전날 대폭 조정을 받았던 유럽 반도체주는 세계 최대 AI 칩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2분기 사상 최대 순이익을 공시한 덕분에 일부 낙폭을 만회했다. 네덜란드 리소그래피 장비업체 ASML은 전일 11% 급락 이후 이날 1.5% 반등했다.
“유럽 증시는 오늘 실적 모멘텀과 미국 정치 뉴스가 맞물리면서 되살아나고 있다.” ― IG그룹 수석 기술분석가 악셀 루돌프(Axel Rudolph)
루돌프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관세와 관련해 강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8월 1일까지 EU와 무역 합의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다“며 “EU가 준비 중인 보복 관세는 미국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양측 모두 실리적 타협을 선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준(Fed) 제롬 파월 의장 해임설을 부인하며 시장 불안을 일부 차단했지만, 동시에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파월 의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같은 매파적 압박은 달러 약세 가능성을 키워, 유럽 수출기업 주가에 단기적인 추세 순풍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개별 종목 집중 점검
영국 온라인 유통·기술 기업 Ocado는 내년 순현금 흐름(Free Cash Flow) 흑자 전환 목표를 밝히면서 주가가 12.7% 급등, 이날 STOXX 600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영국 핀테크 업체 Wise는 2분기 수익이 시장 예상에 못 미쳤다는 소식에 9.4% 급락했다.
또한 영국 저비용항공사 EasyJet은 프랑스 관제사 파업 및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연간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주가가 6% 하락했다. 스웨덴 게임 기술사 Evolution은 2분기 실적 호조로 7% 상승세를 기록했다.
주요 용어·지표 해설
STOXX 600은 유럽 17개국, 약 600개 대형·중형·소형주를 포함한 광범위 지수로, 미국의 S&P 500에 대응하는 벤치마크다. 업종 비중이 고르게 분포돼 있어 유럽 경제 전반의 건전성을 가늠하는 데 자주 활용된다.
DAX(Deutscher Aktienindex)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상장 대형 40종목으로 구성된 국가지수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독일 경제 특성상 글로벌 무역 상황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는 AI·모바일 칩 설계사에서 만든 설계를 위탁생산(파운드리)해 주는 세계 최대 반도체 전문기업으로, 글로벌 IT 공급망의 핵심 허브로 꼽힌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편집자 겸 애널리스트로서 필자는 현재 산업재·반도체주의 동반 회복세가 기술적 반등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판단한다. 특히 ABB, Siemens, Schneider Electric이 주도한 산업재 섹터 랠리는 최근 부상한 AI·데이터센터 인프라 수요가 유럽 제조업체 실적에 얼마나 강력한 지지대를 제공하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다만, 미·EU 무역협상이 정치 변수에 좌우될 여지가 큰 만큼, 8월 1일 전후로 관세 관련 악재가 재부각될 경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투자자들은 단기 랠리에 안주하기보다는 향후 협상 흐름과 기업별 주문·수익지표의 지속성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주요 수치·가격·지수 포인트는 원문 기사에 기초해 번역한 것이며, 한국어판 편집 과정에서 소수점·표기 방식이 일부 조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