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공급 차질 우려에 국제유가 1.5주 만에 최고치

국제 유가가 달러 약세와 러시아산 원유 수출 차질 우려에 힘입어 급등했다.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16일(현지시간) 배럴당 1.22달러(1.93%) 상승한 64.55달러에 마감해 약 1.5주 만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달물 RBOB 가솔린 선물도 1.40% 올라 배럴당 2.0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9월 16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DXY)가 2.5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 원유 등 달러 표시 상품 가격을 끌어올렸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과 송유관이 연이어 타격을 받으면서 공급 불안이 심화돼 유가 상승폭이 확대됐다.

WTI 선물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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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원유 공급 차질 가시화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 서부 키리시(Kirishi) 정유공장에 대한 드론 공습을 비롯해 흑해·발트해 연안 물류 허브와 파이프라인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키리시 정유공장은 연간 2,000만 톤 이상을 처리하는 대형 설비로, 가동 중단은 글로벌 공급망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 로이터는 러시아 원유 물동량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국영 파이프라인 운영사 트란스네프트(Transneft)저장 능력을 제한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공습으로 9월 첫 3일 동안 러시아 정유 가동률이 하루평균 4.98백만 배럴(bpd)까지 떨어져 3년 3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집계가 나왔다. 이 같은 공급 위축은 국제 시장에서 물리적인 타이트함(수급 경색)을 초래해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미국 경기 지표 ‘깜짝’ 호조

미국 경기 지표도 유가 상승을 거들었다. 8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늘어 시장 예상치(0.2%)를 세 배 이상 웃돌았고, 제조업 생산도 0.2% 증가하며 예상치(–0.2%) 하락 전망을 뒤집었다. 소비·생산 모두 탄탄함을 재확인하면서 원유 수요 기대치가 상향 조정됐다.

저장 탱커 재고 감소…공급 타이트 지표

시장조사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9월 12일 주간 기준 7일 이상 정박한 탱커에 저장된 전 세계 해상 원유 재고가 직전 주 대비 7.2% 줄어든 6,796만 배럴로 나타났다. 이는 물류 병목 완화보다는 가용 재고가 실제로 감소했음을 시사, 가격 상승 요인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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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솔린 선물 차트

지정학적 위험 확대

시장에서는 유럽·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난주 폴란드 영공에 진입한 러시아 드론을 폴란드 군이 격추하면서 나토(NATO) 동맹국 간 안보 긴장이 고조됐다. 또한 이스라엘이 카타르 도하 지역을 공습해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동 불안이 재차 부각됐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핵심 지역이어서, 갈등 확산 시 공급 차질 가능성이 크다.

OPEC+ 증산 규모 ‘미미’…시장 안도

OPEC+는 9월 7일 회의에서 10월부터 하루 13만7,000배럴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직전 두 달간 증가폭(하루 54만7,000배럴)보다 크게 축소된 만큼, 시장은 공급 과잉보다는 점진적 회복으로 해석했다. 다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글로벌 원유 초과공급(서플러스) 전망치를 하루 333만 배럴로 상향해 장기적 공급 과잉 가능성을 경고했다.

EIA·Baker Hughes 데이터 체크포인트

시장 컨센서스는 17일 발표될 미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재고가 원유 175만 배럴 증가, 가솔린 67만5,000배럴 증가일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주 기준 미국 상업용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3.2% 낮고, 디스틸레이트 재고는 10.4% 적은 상태다. 주간 원유 생산량은 1,349만5,000배럴(bpd)로 사상 최고치(1,363만1,000bpd)에 근접했다.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9월 12일 주간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 수는 2기 늘어난 416기로, 4년 내 최저치(410기) 수준에 머물렀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WTI(West Texas Intermediate)는 미국 텍사스 서부지역에서 생산되는 고품질 경질유로, 세계 3대 벤치마크 가격 중 하나다.
RBOB(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는 미국 환경기준에 맞춰 제조된 가솔린 선물 계약이다.
DXY(Dollar Index)는 유로, 엔, 파운드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며, 달러가 약세면 원자재 가격이 상대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전망 및 시사점

달러 약세, 러시아 수출 차질, 미국 경제 지표 호조라는 세 가지 매크로 요인이 맞물리며 원유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IEA가 제시한 중장기 공급 과잉 전망과 OPEC+의 단계적 증산 계획은 상승 폭을 제한할 잠재 요인이다. 수급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주간 재고·시추기 지표와 지정학적 뉴스플로우를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