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연준 압박, 미 국채 수익률곡선 더 가팔라질 가능성

미국 국채시장에서 장·단기물 간 금리 차이가 다시 확대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채권 펀드 매니저들은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압박을 지목하며, 정치적·재정적 리스크를 이유로 투자자들이 장기물에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 9월 1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연준 위원회·제롬 파월 의장에 대한 공개 비판과 금리 인하 압박이 시장 심리를 훼손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준 의결권 구조를 바꾸려 시도한 전례까지 거론되며 독립성 훼손 논란이 재점화됐다.

수익률곡선(yield curve)이란 만기별 국채금리를 연결한 곡선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지만, 재정적자 확대·인플레이션 재발 우려가 커지면 장기물 금리 상승폭이 단기물보다 커져 ‘가팔라지는(steepening)’ 현상이 나타난다. 반대로 경기 침체나 급격한 금리 인상기에는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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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레스 니컬슨 노무라 인터내셔널 웰스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로이터 글로벌 마켓포럼(GMF)에서 “정치가 통화정책을 왜곡한다면 달러 반등은 매도하고 듀레이션(만기) 포지션을 민첩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달러와 미국 30년물 국채를 첫 번째 완충장치로 삼되, 필요하면 즉각 축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 독립성에 대한 회의론이 이미 장기물 금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의 지속적인 재정적자와 대규모 국채 발행은 단기물 금리가 연준의 완화 기대를 반영해 하락하는 동안에도 장기물 금리를 지지하고 있다.

2년물 금리(통상 연준 정책금리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는 9월 16일 장중 3.578%에서 3.51%로 하락했고, 10년물은 4.03%로 최근 몇 주 사이 다소 내려왔다. 이는 고용지표 둔화가 정책 완화 기대를 키운 영향을 반영한다.

니컬슨 CIO는 노동시장이 계속 약화될 경우 단기물 수익률이 2026년 초 2% 후반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장기물은 3~4% 밴드에서 비교적 안정될 것으로 예측해, ‘완만한 수익률곡선 가팔라짐’이 나타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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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파커 J.P.모건 프라이빗뱅크 글로벌투자전략 공동책임자는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및 재정 위험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장기물이 그 위험에 가장 민감하다”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 CIO인 마이크 윌슨 역시 “정책 결정자는 인플레이션 재점화를 감수하고서라도 수익률 억제를 시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단기적으로는 단기 국채 발행(Bill) 증가·재매입 계획·연준 발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장기물 금리가 일시적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도 제시했다.


민간 신용(private credit) 확대
채권형 펀드 매니저들은 미 국채의 매력도가 감소할 경우 민간 신용이 수익과 분산 투자 수단의 공백을 메울 것으로 본다. 니컬슨 CIO는 “세컨더리(secondary) 펀드·인프라·재생에너지·물류 부동산 분야가 여전히 유망”하다고 밝혔다.

파커 책임자는 “기업 부문 펀더멘털은 견조하며, 스프레드(회사채-국채 금리차)가 좁아 보이는 것은 왜곡된 국채시장 구조 탓”이라며 “장기물 비중보다는 캐리(이자 수익)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용어 풀이 및 추가 설명

Front-end·Back-end: 채권 만기에 따라 단기 구간(front-end)장기 구간(back-end)을 구분한다. 투자자들은 각각의 구간에서 금리 수준이 상이하다는 점을 활용해 매수·매도 조합(스티프너·플래트너 거래)을 구성한다.

Private Credit: 은행이 아닌 사모펀드·자산운용사가 기업 또는 프로젝트에 직접 대출·채권투자 형태로 자금을 공급하는 시장이다. 비교적 높은 금리와 맞춤형 구조로 투자자에게는 수익률 제고, 차입자에게는 대체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한다.

Curve Steepening Trade: 5년물 매수·30년물 매도처럼 단기물 금리를 낮게, 장기물 금리를 높게 전망하며 포지션을 구축하는 전략이다. 정책 완화 기대와 재정 악화가 동시에 존재할 때 유효성이 커진다.


기자 해설

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는 과거에도 반복됐지만, 이번처럼 국채 순발행 규모가 역사적 고점을 경신하는 시기에는 시장 반응이 훨씬 민감하다. 이미 10년·30년물 금리는 ‘공급 부담·정치 리스크’를 반영해 수 차례 급등락을 보였다. 만약 2026년 대선 국면에서 재차 연준 인사 교체 시도가 현실화될 경우, 달러 약세·장기물 금리 급등·신흥국 자본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헤지수단으로는 인플레이션 연동 채권(TIPS)·금·선진국 외환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