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넌스타인 리서치(Bernstein Research)가 미국 IT 하드웨어 업종을 새롭게 분석 대상으로 편입하며, 해당 섹터가 ‘Intelligence Revolution(지능 혁명)’의 초입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애플, 델, 씨게이트, 샌디스크를 최선호주로 제시하며 모두 ‘Outperform’(시장수익률 상회) 의견을 부여했다.
2025년 9월 16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버넌스타인은 “전통적으로 IT 하드웨어의 성장세를 억눌러 왔던 무어의 법칙 둔화·클라우드 전환·가격 경쟁 심화라는 구조적 역풍이 서서히 약화되고 있다”면서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확산이 IT 전체 주소 가능한 시장을 확대해 하드웨어 업종이 다시 성장 국면으로 복귀할 잠재력이 커졌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기업용 추론(Enterprise Inference) 시장 규모에 대해 보고서는 2025~2030년 연평균성장률(CAGR)을 67%로 가정할 경우, 2030년에는 1조3,0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AI 모델 학습 이후 실제 서비스 단계에서 발생하는 추론 작업이 데이터센터 및 엣지 디바이스 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는 시각에 기반한다.
“단기적으로 AI 버블을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초기 수요 지표는 건전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리스크 대비 보상(risk/reward)’이 우호적으로 기울고 있다.” — 버넌스타인 애널리스트 보고서 중
디바이스 측면에서는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가 PC·스마트폰·웨어러블 등 모든 하드웨어 제품을 다시 설계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애플은 ‘지능 혁명’의 관문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실행력이 떨어질 경우 타격도 가장 클 수 있다는 양면적 평가가 덧붙었다.
데이터센터 관점에서 버넌스타인은 “AI가 증폭시키는 ‘데이터 폭증(Data Explosion)’ 현상이 스토리지 수요를 거세게 밀어 올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내 스토리지 용량 수요가 연평균 2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저장장치 기업 중에서는 씨게이트(Seagate)가 HAMR(Heat-Assisted Magnetic Recording) 기술의 선도적 지위를 확보해 최대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또한 샌디스크(SanDisk)의 경우 “New Memory Paradigm(신개념 메모리 체제)의 귀환”과 함께 높은 성장률을 누릴 것이라는 관측을 제시했다.
서버 부문에서는 델(Dell)이 AI 특화 서버 판매 호조로 EPS(주당순이익)·FCF(잉여현금흐름) 모두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IBM에 대해서도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 추진이 전사 성장 재개를 이끌 ‘잠재적 촉매’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하드웨어 종목 간 주가 편차가 크고 밸류에이션(가치평가)도 상대적으로 매력적이어서 장·단기 모두 기회가 존재한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용어 풀이 및 배경]
CAGRCompound Annual Growth Rate는 일정 기간 동안 매년 동일한 성장률을 가정했을 때의 평균 연간 성장률을 뜻한다.
Inference(추론)는 AI 모델을 학습(training)한 뒤 실제 환경에서 데이터를 입력해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을 말한다.
HAMR은 레이저로 디스크를 순간 가열해 더 높은 자성 밀도로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게 하는 차세대 하드디스크 기술로,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이들 용어는 일반 투자자에게 생소할 수 있으므로 산업 동향을 파악할 때 꼭 이해해두면 유용하다.
[기자 관전평]
본 리포트는 하드웨어 업종을 둘러싼 ‘성장 정체론’을 정면으로 반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딥러닝 파라미터 규모와 데이터 생성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현 상황에서, AI가 하드웨어 시장에 제공할 ‘볼륨 레버리지’는 과거 PC·스마트폰 슈퍼사이클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하드웨어 기업들이 칩·모듈·완성품 각 단계에서 얼마나 빠르게 AI 특화 솔루션을 제품 로드맵에 반영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