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 심화·금값 사상 최고…연준 완화 기대가 시장 주도

[뉴욕 외환·원자재 시장 동향]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통화 완화 기대가 확대되면서 달러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 인덱스(DXY00)는 –0.42% 밀려 2.25개월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고, 같은 날 12월물 금 선물(티커 GCZ2)은 온스당 3,698.60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2025년 9월 16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 16~17일 열리는 2일간의 FOMC 정례회의에서 0.25%포인트(basis point)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은 100%로, 0.50%포인트 인하 가능성까지 5% 반영되고 있다. 회의 직후 예상되는 단 한 차례의 인하가 끝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된다. 선물·스왑 시장에서는 10월 28~29일 회의 때 추가 25bp 인하 확률을 84%로, 연말까지 누적 69bp 인하를 반영하며 연방기금금리가 3.64%까지 내려갈 것으로 가격에 담고 있다.

시장 분위기는 달러 약세로 직결됐다. 달러 지수가 미끄러지는 사이, 유로/달러 환율(EUR/USD)은 +0.69% 급등해 4년 만의 고점을 찍었고, 달러/엔 환율(USD/JPY)은 –0.55% 하락하며 엔화가 강세를 보였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사실상 금리 인하 사이클 막바지에 진입했다고 보는 반면, 연준은 세 차례 추가 인하가 남았다는 중앙은행 간 ‘디버전스(정책 괴리)’가 반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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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제지표 “혼조”…달러 낙폭 제한

이날 발표된 미국 8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증가해 시장 예상치(+0.2%)를 상회했고,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 또한 +0.7%로 전망치(+0.4%)를 웃돌았다. 같은 달 수입물가(석유 제외)는 +0.2% 상승했으며, 8월 제조업 생산은 –0.2% 감소 예상과 달리 +0.2% 증가했다. 그러나 9월 주택시장지수(NAHB)는 32로 2년 9개월 최저치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며 회복세가 지연되는 모양새다.

이처럼 소비와 제조업은 견조하지만 주택 부문은 부진한 ‘혼조’ 흐름이 나타나면서 달러 하락폭은 일시적으로 제한됐다. 다만 정책 방향을 좌우할 변수는 여전히 인플레이션보다 경기 둔화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연준 독립성 우려…정치적 불확실성도 달러 매도 부추겨

투자자들은 달러 약세의 또 다른 요인으로 연준 독립성 훼손 가능성을 꼽는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 이사인 리사 쿡 해임을 시도하고 있으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에서 근무 중인 스티븐 미런이 연준 이사로 지명될 경우 사실상 ‘겸직’ 논란이 불가피하다. 해외 투자자들은 이러한 정치적 압박을 경계하며 달러 자산을 줄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책 결정 과정에 정치적 간섭이 확대되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을 회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퍼지고 있다.


유로존·독일 지표와 ECB 발언, 유로 강세 재료

유로존 경제지표는 엇갈렸다. 7월 산업생산은 +0.3%로 전망치(+0.4%)에 못 미쳤지만, 6월 수치는 –1.3%에서 –0.6%로 상향 조정됐다. 2분기 노동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3.6%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독일 9월 ZEW 경기전망지수는 37.3을 기록, 예상치 25.0을 크게 웃돌며 ‘경기 비관론 완화’ 조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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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ECB 집행이사회 시믜쿠스 위원은 “물가가 목표치(2%) 부근에서 안정되고 있어 금리 인하 사이클의 끝이 머지않았다”고 밝혀 유로 강세를 거들었다. 금리선물은 오는 10월 30일 회의에서 ECB가 25bp를 인하할 확률을 단 2%만 반영하고 있다.


엔화, 경제지표 호조·일본 정치 변수로 반등

일본 7월 서비스업활동지수(tertiary index)는 전월 대비 +0.5%로 예상치(+0.1%)를 상회했다. 또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자민당 총재 경선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시장은 대규모 재정 부양 대신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매파적’ 정책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일본은행(BOJ)의 초저금리 기조에 대한 정치적 개입 우려를 줄이며 엔화 가치를 지지했다.


금·은, 달러 약세 타고 ‘이중 호재’…ETF 자금 유입 지속

달러가 2.25개월 저점을 찍자 금·은 가격이 동반 급등했다. 12월물 금 선물은 온스당 15달러(+0.40%) 오른 3,698.60달러로 계약 기준 최고가를, 12월물 은 선물(SIZ2)은 +0.73% 상승해 14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준이 연내 세 차례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 그리고 정치·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안전자산 수요’를 몰고 왔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바유 총리가 국회 신임투표에서 패배해 사임했고, 일본에서는 이시바 요시히데 총리가 지방선거 참패 이후 사임해 정치 공백이 발생했다. 이러한 글로벌 정치 불안은 금값 상승의 또 다른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펀드 자금도 유입세다. 금 상장지수펀드(ETF) 보유량은 지난주 2.25년 만의 최고치로 늘었고, 은 ETF 보유량 역시 9월 3일 이후 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DXY(달러 인덱스)는 주요 6개 통화(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웨덴크로나, 스위스프랑) 대비 달러 가치를 가중 평균한 지수다. bp(베이시스포인트)는 금리 0.01%포인트를 의미하며, 25bp는 0.25%포인트다. FOMC는 Fed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로, 연 8회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처럼 금리·환율·원자재 시장이 복잡하게 맞물려 움직이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뿐 아니라, 정치적 변수와 실물 지표 흐름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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