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 친환경 연료전지 업체인 블룸에너지(Bloom Energy Corp., NYSE: BE) 주가가 17일(현지시각) 장 초반 전일 대비 8%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배경에는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가 제시한 월가 최고 수준의 목표주가 상향이 자리 잡고 있다.
2025년 9월 1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의 데이비드 아카로(David Arcaro) 애널리스트는 블룸에너지 목표주가를 종전 44달러에서 85달러로 대폭 올리고, 종전과 같은 ‘비중 확대(Overweight)’ 의견을 유지했다. 이는 16일 종가 67달러 대비 약 27%의 추가 상승 여력을 의미하며, 현재 월가에서 제시된 목표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블룸에너지가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전력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오라클(Oracle, NYSE: ORCL)이 최근 발표한 거대 규모의 수주 실적이 핵심 근거로 제시됐다. 오라클은 2025 회계연도 1분기에 계약 잔고가 전분기 대비 3,170억 달러 증가해 약 5,000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월, 블룸에너지와 오라클이 체결한 ‘AI 데이터센터 연료전지 전력 공급 계약’이 구체적인 매출 확대 가능성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폭증
아카로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전통적인 전력망(Grid)과 재생에너지 방식 모두 대기 기간이 길어졌다
”고 진단했다. 그는 향후 수년간 예상되는 전력 부족 규모가 40GW(기가와트)를 웃돌 것으로 추정하며, 이는 블룸에너지의 연간 1GW 수준 제조 능력과 비교할 때 막대한 성장 기회라고 강조했다.
40GW는 대략 원전 40기 또는 대형 화력발전소 80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블룸에너지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lid Oxide Fuel Cell)는 상대적으로 짧은 설비 구축 기간,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설치 장소 유연성 등으로 데이터센터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제조 유연성‧확장성 부각
보고서는 블룸에너지가 6개월 미만 기간에 생산 능력을 두 배로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아카로는 “동사가 수 주 내로 장비를 출하할 수 있는 민첩성을 확보했다”며 “현재 제조 CAPA(연 1GW)를 기준으로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50MW의 반복 수요가 추가 발생할 때마다 주당 약 5달러
의 주주가치가 생성된다”고 분석했다.
50MW는 블룸에너지 기존 생산 능력의 약 5% 수준이다. 즉, AI 데이터센터 고객이 장기적으로 300~500MW 규모 수요를 반복 주문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만 주당 30~50달러 추가 밸류에이션이 가능해진다. 모건스탠리가 설정한 ‘강세(불) 시나리오’ 목표주가 185달러는 현 주가 대비 175%의 상승 여력을 내포한다.
전통 전력망 병목이 기회
아울러 미국 주요 전력회사들은 신규 데이터센터를 기존 전력망에 접속하는 데 5~7년가량 걸릴 수 있다고 공지하고 있다. 이는 전력망 확충에 필요한 인허가·환경평가·송전선 건설 등이 모두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에너지 같은 분산형 전원(온사이트 발전) 솔루션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설치가 가능해 수요자 관점에서 매력적이다.
전문가들은 AI 붐이 단순한 ‘소프트웨어 혁신’에 그치지 않고 ‘하드웨어·에너지 인프라 재편’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GPU(그래픽처리장치) 클러스터가 대량의 전력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전력 공급망 병목이 기술기업의 캐파 확장 속도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에너지와 연료전지 기술 해설
블룸에너지의 주력 제품인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는 천연가스·수소·바이오가스 등을 전기화학 반응으로 변환해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다. 화석연료를 직접 연소하지 않아 질소산화물·황산화물·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거의 없고, 열병합 운전을 통해 총효율 80% 이상을 달성할 수 있다. 초기 CAPEX(설비투자비)가 높다는 점이 약점이었으나, 대규모 수요와 제조 자동화로 단가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은 전력 효율 개선, 탄소 배출 저감, 전력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블룸에너지의 SOFC 솔루션은 이러한 3대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며, 필요 시 수소전환(Carbon-free Hydrogen) 연료로도 전환이 가능해 ‘넷제로(Net Zero)’ 전략과 호환성이 높다.
시장 반응과 향후 전망
블룸에너지 주가는 모건스탠리 리포트 발표 직후 장중 69달러 선까지 급등했다가 이내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72달러대에서 거래됐다. 거래량은 평균 대비 세 배 이상으로 늘어, 기관 투자자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으로 해석된다.
모건스탠리를 포함해 월가 15개 증권사가 블룸에너지에 대해 ‘매수’ 또는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고평가 논란·연료 인프라 구축 비용·경쟁사 진입 등을 리스크로 지적한다. 블룸에너지가 실제로 생산 증설 로드맵을 계획대로 실행하고, 오라클 외 추가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향후 12~18개월 내 블룸에너지 수주잔고가 3~4GW 규모로 확대될 경우, 투자자 신뢰가 한층 강화될 것이다.” — 데이비드 아카로,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본 기자의 견해로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이 연료전지를 포함한 분산형 전원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앞당기고 있다고 판단된다. 미국·유럽·아시아 각국이 전력망 확충에 정책적·재정적 제약을 받고 있는 만큼, 블룸에너지 같은 민간 기업이 공백을 메우는 구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동사의 주가가 이미 기대치를 상당 부분 선반영하고 있어, 단기 변동성 확대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