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릴리, 미국 내 생산 역량 확대에 본격 착수
글로벌 제약사 Eli Lilly & Co.가 표적 항암제와 차세대 면역질환 치료제 생산을 위한 새로운 제조시설을 미국 버지니아주 구치랜드 카운티(Goochland County)에 신설한다. 총 투자금액은 50억 달러(약 6조6,000억 원)로, 이는 회사가 발표한 일련의 대규모 미주 투자 계획 가운데 첫 단계다.
2025년 9월 16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는 이번 버지니아 공장을 포함해 향후 5년 안에 4개의 미국 내 신규 공장을 가동할 방침이다. 회사 측은 올해 안에 나머지 세 곳의 부지를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며, 모든 공장에서 5년 이내 상업 생산에 돌입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투자는 2020년 이후 미국 내 설비 확충에 이미 투입된 230억 달러와 별도로 진행된다.
“새 시설은 항체-약물 접합체(ADC)와 같은 바이오컨주게이트 플랫폼 위한 최초의 전용 생산 거점이 될 것”이라고 데이브 릭스(Dave Ricks) CEO는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관세 압박, 제약사 ‘리쇼어링’ 가속
최근 몇 년간 미국 정부는 해외 의존도가 높아진 의약품 공급망을 되돌리기 위해 수입 의약품 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려 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2025년 7월, 업계 전반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공개 언급했다. 이에 따라 다국적 제약사들은 미국 내 생산설비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릭스 CEO는 그러나 “미국 투자의 주된 요인은 세제 환경“이라며 2017년 통과된 세제개혁법(Tax Cuts and Jobs Act)을 직접 거론했다. 이 법안은 법인세율을 21%로 인하하며 제조업 회귀를 촉진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버지니아 공장의 주요 특징과 기대 효과
새 공장은 항암·자가면역 치료제의 유효성분(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API)부터 완제의약품 형태까지 일괄 생산할 수 있는 통합 라인을 갖춘다. 특히 ADC는 모노클론 항체에 세포 독성 화합물(payload)을 결합해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차세대 치료 기술로, 릴리를 포함한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앞다퉈 투자를 확대하는 분야다.
ADC란? 1모노클론 항체를 이용해 종양세포 표면의 특이 항원에 결합한 뒤, 연결된 독성 물질을 세포 내부로 전달해 사멸시키는 방식이다. 2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고효율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화학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릴리는 현재 바이오·화학 공정을 결합해 머신러닝·AI 기반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Right-First-Time 생산”―첫 공정부터 목표 규격을 정확히 맞추는 제조 품질―을 구현해 공급 안정성을 극대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고용 효과도 상당하다. 완공 후 엔지니어·과학자·운영 인력·실험실 기술자 등 650명의 상근직과 1,800명의 건설 인력이 지역에 새로 일자리를 얻게 된다.
생산 네트워크 재편…“제3국·유럽 생산 일부 흡수”
릭스 CEO는 “유럽 등 외부 위탁생산 물량 일부를 버지니아로 이전한다”고 말했다. 이미 다른 산업용도로 조성됐던 부지를 전환한 덕분에 인프라·유틸리티 공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파이프라인 일정에 맞춰 조기 가동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릴리가 보유한 다른 미국 공장은 노스캐롤라이나·인디애나·위스콘신에 위치하며, 이번 버지니아 투자로 회사의 미국 내 핵심 거점이 네 곳으로 늘어난다.
체중 감량제 ‘젭바운드’·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의 성공, 그러나 그 너머를 겨냥
릴리는 GLP-1 계열 체중 감량제 젭바운드(Zepbound)와 당뇨 치료제 마운자로(Mounjaro) 판매 호조로 대규모 자금을 확보했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식욕 억제 및 혈당 조절 효과로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을 재편 중이다.
그러나 회사는 단기 실적에 안주하지 않고, 암·알츠하이머·희귀질환 등 광범위한 파이프라인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번 버지니아 투자 역시 비만·당뇨를 넘어 고부가가치 항암제 분야까지 미래 수익원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GLP-1이란? Glucagon-Like Peptide-1 호르몬을 모사해 인슐린 분비 촉진·위 배출 지연·식욕 억제를 유도하는 약물군이다. 최근 비만치료제로도 적응증이 확대되면서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 시각: 세제·공급망 리스크 대응의 복합 전략
기자의 분석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의 이번 결정은 세금 인센티브·정치적 리스크·공급망 효율성이라는 세 가지 축이 맞물린 결과다. 법인세 인하가 장기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하는 동시에, 트럼프 전 행정부의 관세 압박 가능성은 리쇼어링(Reshoring)을 촉진하는 명시적 변수로 작용했다. 또한, ADC 및 차세대 바이오 치료제는 복잡한 제조 공정과 고도화된 품질 관리가 필수적이어서, 공급망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한 현지화 전략의 필요성이 더욱 컸다.
결과적으로, 버지니아 공장은 일라이 릴리의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과 상업 생산을 보다 긴밀하게 연결하며, 회사의 장기 성장 모멘텀을 강화하는 핵심 축이 될 전망이다.
“이 시설은 ADC를 포함한 차세대 치료제를 바이알 형태로 완성해 즉시 출하할 수 있는 ‘엔드투엔드’ 플랫폼이 될 것” — 데이브 릭스 일라이 릴리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