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소, 미국 상수도에 투입되는 이유와 논란: 공중보건 대책인가 위험 요소인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와 전국의 보수 진영은 치아 법랑질을 강화해 충치를 예방한다는 이유로 수십 년간 사용돼 온 불소(fluoride)의 사용을 금지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2025년 9월 16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플로리다주유타주는 이미 주(州) 상수도 시스템에서 불소 투입을 금지했으며, 콜게이트-팜올리브(Colgate-Palmolive)는 텍사스주 법무장관의 우려를 반영해 유아용 치약 광고·포장을 ‘콩알 크기’만큼의 치약을 사용하도록 수정하기로 합의했다.

본 기사는 상수도 불소화(fluoridation)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논란이 지속되는지에 대한 핵심 정보를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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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소란 무엇이며 어떤 효능이 있나?

불소는 자연계(물·토양·대기)에 존재하는 무기질(mineral)로, 치아 표면의 가장 단단한 층인 법랑질(enamel)을 강화해 산(酸)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고, 초기 충치를 되돌리거나 진행을 억제한다. 미국 연방 보건당국에 따르면 상수도 불소화 이전에는 미국인의 충치 발생이 광범위하고 심각했으나, 이후 어린이·성인 모두 충치가 감소했고, 노년층의 완전 무치아 사례도 드물어졌다.


2. 정책으로서의 상수도 불소화 연혁

20세기 초, 자연적으로 불소 농도가 높은 지역 주민의 치아가 충치에 강하다는 관찰이 보고됐다. 1945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 시가 미국 최초로 불소를 통제된 방식으로 상수도에 투입한 뒤, 15년간 3만 명의 초등학생에서 60% 이상 충치 감소가 확인됐다.

1950년대 들어 미국 공중보건국(Public Health Service)미국치과협회(ADA)가 효과를 인정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됐고, 치약·가그린 등 구강 위생 제품에도 불소가 포함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방 차원의 의무 규정은 없으며, 불소화 여부는 대체로 지방정부와 상수도 당국이 결정한다.


3. 현재 미국 내 불소화 현황

2022년 기준 전체 미국인 63%가 불소화된 상수도를 사용한다고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집계했다. 그러나 2025년 들어 유타·플로리다 주법이 불소화 금지를 확정했고, 식품의약국(FDA)어린이 불소 보충제 시장 철수 절차를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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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주 보건복지부는 “대부분 지역의 자연 불소 농도가 낮아 주민은 보충제를 섭취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는 상수도 불소화를 시행하지 않는 국가가 더 많으며, 일부 국가는 식탁용 소금에 불소를 첨가한다.


4. 비용과 규제

ADA에 따르면 불소화 비용은 인구 규모에 따라 연간 1인당 0.50달러(대도시)에서 3달러(소규모 지역)까지 다양하다. 미국 공중보건국은 불소 농도를 리터당 0.7mg 이하로 권고하며, 1.5mg/L 초과 시 골절·갑상선 질환·신경계 손상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한다. 환경보호청(EPA)의 법적 최대 허용치는 4.0mg/L이며, 최근 캘리포니아 연방 판결로 규제 강화를 요구받고 있다.


5. 불소 제조·공급 업체

상수도 불소화에 가장 널리 쓰이는 화합물은 플루오로실리실산(fluorosilicic acid)이다. 이 물질은 물과 만나 즉시 불소 이온을 방출한다. EPA는 J.R. 심플롯(J.R. Simplot)Nutrien 산하 PCS 파머스포스페이트(PCS Phosphate Co)를 주요 제조사로 지목했다. 2019년 미국 내 플루오로실리실산 생산량은 약 2,900만kg(3만2,000톤)이었다.

용어 해설: 플루오로실리실산은 인광석(phosphate rock)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추출되며, 산도(pH) 조절이 용이하고 가격이 저렴해 상수도 처리에 널리 사용된다.


6. 케네디 장관 및 반대 진영의 주장

케네디 장관은 “현행 미국 수준의 불소화가 암 등 건강 문제와 연관될 수 있다”는 결정적 근거가 없는 주장을 제기해 왔다. 이에 대해 ADA·CDC 등 공중보건 기구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한다.


7. 전문가 의견 및 연구 동향

CDC는 음용수 불소화를 ‘20세기 10대 공중보건 성과’로 선정했다. ADA 역시 “불소화는 사회·경제적 지위와 무관하게 충치를 25% 이상 감소시킨다”고 재확인했다.

그러나 2024년 10월 코크란 체계적 문헌고찰(Cochrane Review)은 157편의 연구를 분석해 “고소득국에서는 치약에 불소가 널리 보급된 이후 상수도 불소화의 추가 이점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불소화 중단 시 영향을 평가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2025년 1월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진은 10개국 74편의 연구를 재분석해, 4,179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저편향 위험 연구 4건에서 “소변 불소 농도가 높을수록 IQ 점수가 낮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동 연구와 함께 실린 사설은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우려가 정당하다”고 평가한 반면, 다른 사설은 “해당 분석의 한계로 인해 공공 정책이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8. 기자 해설 (Opinion)

상수도 불소화는 ‘비용 대비 최대 효과’를 인정받아 온 고전적 공중보건 전략이지만, 최근 연구와 정치·사회적 요인이 중첩되며 과학·정책·이념 간 충돌이 극명해지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별 의사결정 구조가 달라 미국 내에서도 불소화 수준이 편차를 보이는 만큼, 향후 논의는 과학적 근거의 업데이트·투명한 소통·지역 주민 참여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