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클레이스, 헤일리온 투자의견 ‘비중확대’에서 ‘시장수익률’로 하향…미국 부진·라틴·유럽 역풍에 목표가 380p

바클레이스(Barclays)소비자 헬스케어 기업 헤일리온(Haleon)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기존 ‘비중확대(overweight)’에서 ‘시장수익률(equal weight)’로 전격 하향했다. 목표주가도 430펜스(p)에서 380p로 11.6% 내려잡았다.

2025년 9월 1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의견 조정은 미국 시장의 장기적인 판매 둔화라틴아메리카·유럽에서 나타난 새로운 역풍을 반영한 결정이다.

한국 시각으로 같은 날 오전 5시 55분(그리니치표준시 9시 55분) 기준, 런던 증시에서 헤일리온 주가는 전일 대비 3% 하락한 357p에 거래됐다. 이는 수정된 목표가 380p 대비 상승 여력이 6.5%에 그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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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클레이스는 보고서에서 2025 회계연도 기준 헤일리온의 유기적 매출 성장률(Organic Sales Growth·OSG)을 3.1%로 전망했다. 이는 회사가 이미 낮춰 제시한 ‘약 3.5%’ 가이던스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국 부진이 핵심 요인이다. 미국 매출은 헤일리온 총매출의 34%를 차지하지만, 카테고리 성장 둔화와 ‘디스톡킹(destocking)’ 압력이 겹치면서 실적을 짓누르고 있다. 특히 드러그스토어(약국 체인)의 재고 수준이 대형 소매업체 대비 거의 2배에 달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 용어 설명1

‘디스톡킹’은 유통·소매 단계에서 과잉 재고를 줄이기 위해 업체가 의도적으로 물량 구매를 축소하는 과정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단기 매출 감소를 동반하지만, 재고 조정 이후에는 정상화되는 흐름을 보인다.

브라이언 맥나마라(Brian McNamara) 헤일리온 최고경영자(CEO)는 바클레이스 글로벌 컨슈머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재고 상황을 투명하게 파악하고 있다”며 “약국 체인은 전통적으로 높은 재고를 유지하지만, 만약 재고를 과도하게 줄인다면 결국 매대에 상품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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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는 “사측이 재고를 선제적으로 축소하면 2026년을 앞두고 단기적인 실적 고통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소비 트렌드 역시 약세다. 시장조사업체 NielsenIQ에 따르면, 2025년 8월 헤일리온의 미국 매출 성장률은 -2.6%를 기록해, 같은 기간 -2.2% 하락한 시장 평균보다 더 부진했다.

흡연자 건강(smokers’ health) 등 일부 카테고리에서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맥나마라 CEO는 “흡연자 건강 부문은 30~40달러 가격대에서 소비자 압박이 특히 심하다”면서 대형 소매사의 PB(자사 브랜드) 제품과의 가격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외 지역에서도 역풍이 불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멕시코·브라질에서의 거시경제 압박으로 필수품 위주 소비 전환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에서는 특히 독일을 중심으로 유통업체의 가격 인상 저항이 거세지면서 2026년 실적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애널리스트들은 “현 시점에서 연간 3.5% OSG 가이던스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50 대 50’”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바클레이스는 구강 관리(oral care) 사업 부문의 경쟁력과 꾸준한 수익성 개선을 인정했다. 헤일리온은 2025년 상반기에 전년 대비 160bp(1bp=0.01%p) 총마진을 확장했고, 2026~2030년 사이 8억 파운드(£) 비용 절감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그러나 보고서는 “마진과 이익 성장만으로는 주가 아웃퍼폼을 견인하기 어렵다”면서, 미국 시장에서 ‘분기점(inflection point)’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헤일리온은 2025년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19.4배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유럽 필수소비재 섹터 평균 대비 5% 할인이나, 렉킷(Reckitt)·켄뷰(Kenvue)보다는 프리미엄이고, 유니레버(Unilever)에는 할증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바클레이스는 “2026년 유니레버의 OSG 알고리즘에 더 큰 신뢰를 두고 있다”면서, 헤일리온의 미국 시장 회복 신호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