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엣젯, 9년 기다림 끝에 첫 보잉 737 MAX 인도 예정…미·베트남 관세 협상 행보 주목

하노이/시애틀 (로이터) – 베트남 최대 민간 항공사인 비엣젯(VietJet Aviation JSC)이 9년 전 최초 주문한 보잉 737 MAX 여객기를 마침내 인도받을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내부 문건과 베트남 정부 자료에 따르면, 이번 인도는 하노이 정부가 미국과 진행 중인 관세 협상의 중요한 담판 국면과 맞물려 있어 외교·통상적 의미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9월 1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보잉은 현지 시각으로 일요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소재 공장에서 첫 737 MAX를 비엣젯에 공식 인도할 예정이다. 베트남 국가주석 르엉 쿠엉(Luong Cuong)이 직접 참석해 축사를 할 계획이며, 쿠엉 주석은 이틀 뒤 뉴욕에서 열리는 제79차 유엔 총회(UNGA) 본회의에서도 연설할 예정이다.

“이번 인도는 베트남이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완화해 고율 관세 리스크를 낮추려는 전략의 핵심 조치로 간주된다.”

는 평가가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과 업계 인사들 사이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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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엣젯-보잉 계약의 주요 경과
비엣젯은 2016년 5월 100대 규모의 737 MAX를 2019~2023년 인도 일정으로 보잉과 최초 계약했다. 하지만 2018년 7월에는 주문량을 200대로 두 배 늘렸고, 직후 발생한 737 MAX 추락 사고 두 건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항공업계 전반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일정이 대폭 연기됐다.

비엣젯은 2023년 9월 태국 자회사(Thai VietJet)가 12대를 우선 인도받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 기체는 지금까지 한 대도 인도되지 못했다. 만약 이번 일정이 확정되면, 일요일(현지 시각) 인도되는 기체가 비엣젯이 보유하는 첫 보잉 기종이 된다. 현재 비엣젯 기단은 대부분 에어버스 기체이며, 최근 중국산 코맥(COMAC) ARJ21 두 대를 단기 임차한 바 있다.

사안에 정통한 익명 관계자에 따르면, 두 번째 737 MAX 기체는 오는 10월 추가 인도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보잉·비엣젯 양사가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총력 가동’에 들어갔음을 시사한다.


미·베트남 관세 협상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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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미국과의 무역 흑자가 꾸준히 확대되면서 ‘환율 조작국’ 및 고율 관세 부과 위협에 직면해 왔다. 관세란 특정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자국 산업 보호·무역 불균형 시정을 목적으로 한다. 베트남 정부는 미국의 무역적자 불만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산 항공기·에너지·농산물 대량 구매 ▲미국 기업의 현지 투자 확대 허용 등 다각적 방안을 추진해 왔다.

실제 비엣젯은 2025년 1월 미국 주요 기업들과 총액 500억 달러에 달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세부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보잉 항공기 구매가 핵심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8월 베트남산 상품에 20% 관세를 전격 부과했다. 이는 4월 ‘최대 46% 관세’ 위협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하노이는 두 국가 간 ‘합의된 조치’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베트남 정부 고위층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항공기 구매가 관세 협상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베트남 국영 베트남항공(Vietnam Airlines)도 보잉 기종 추가 도입에 관심을 표명해 업계는 향후 발주 경쟁이 한층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베트남 항공사들이 운용 중인 항공기의 86%는 에어버스가 공급하고 있다.

737 MAX는 어떤 기종인가?

보잉 737 MAX는 미국 보잉사가 단거리·중거리 노선용으로 개발한 협동체(Narrow Body) 항공기로, 연료 효율이 전세대 대비 약 14% 개선됐다. 그러나 2018년 라이온에어·2019년 에티오피아항공 추락 사고로 약 20개월간 전 세계 운항이 중단됐다. 이후 소프트웨어·센서 개선, 조종사 교육 강화 등 안전성 보완책이 마련돼 2020년 말부터 순차적으로 운항이 재개됐다.

안전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가 상승에 따른 연료 효율 압박·탄소배출 규제 강화 환경에서 737 MAX는 여전히 매력적인 기종으로 평가된다. 이번 비엣젯 도입분 역시 1,890㎞ 이상을 비행하는 베트남–북동·남아시아 주요 노선에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일정 및 외교 무대

르엉 쿠엉 베트남 국가주석은 9월 23일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최하는 리셉션에 참석할 예정이다. 쿠엉 주석의 공개된 일정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별 회담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양국 정상 간 비공식 접촉 가능성에 대해서는 외교가의 관심이 쏠린다.

업계 전문가들은 “항공기 인도 실적이 베트남이 미국에 보내는 ‘성실한 무역 파트너’ 신호가 될 것”이라며, “동시에 보잉과 에어버스 간 주문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비엣젯·베트남 대통령실·베트남 외교부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보잉 측은 관련 질의에 대해 “비엣젯이 발표할 사안”이라며 구체 답변을 거부했다.


용어 설명(Reader’s Note)

무역흑자(Trade Surplus)란 한 국가의 수출액이 수입액보다 많을 때 발생하는, 즉 외국에 물건을 더 많이 팔아 외화를 더 많이 벌어들이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경우 상대국은 무역적자를 이유로 관세를 높여 흑자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려 할 수 있다.

관세(Tariff)는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일반적으로 자국 산업 보호, 재정 수입 확보, 외교·통상 협상 카드 등의 목적을 지닌다. 관세율이 높아지면 해당 상품 가격도 올라가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

MOU(양해각서)는 양측이 향후 계약 체결을 전제로 주요 조건에 합의했음을 나타내는 비구속적 문서이다. 정식 계약과 달리 법적 구속력이 약하지만, 실질적인 약속으로 간주돼 시장에 강한 시그널을 준다.

협동체(Narrow Body) 항공기는 동체 폭이 4m 안팎인 단일 통로(single aisle) 여객기로, 주로 200명 이하 승객을 중·단거리에 수송한다. 이에 반해 광동체(Wide Body) 항공기는 동체 폭이 넓어 두 개 통로를 갖추고 장거리·대량 수송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