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2025년 가을, 뉴욕 월가의 ‘하숙집 전구’가 바뀌다
뉴욕증시는 지금도 높다. 그러나 필자는 최근 거래소 주변에서 흥미로운 ‘소음’을 듣는다. “어차피 AI 칩이 모자라니 주가가 빠질 이유가 없다”는 마켓메이커의 농담, “데이터센터 짓는 속도로 GDP가 결정될 것”이라는 운용역의 푸념—모두 AI 인프라 투자(CAPEX) 전쟁이 미국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음을 방증한다. 오늘 칼럼은 AI 인프라 메가(Capex) 사이클이 향후 최소 10년간 미국 주식·경제에 미칠 구조적 충격을 해부한다.
1. 왜 ‘AI CAPEX’인가? – 거품 논쟁을 넘어 총수요 체계 재편
- 수요의 질 변화: 생성형 AI 모델(LLM)은 학습·추론 단계 모두 초고속 병렬연산을 요구한다. 이는 전통 서버 대비 와트당 성능이 최소 20배 높은 GPU·ASIC을 대량 투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 투자 우선순위 이동: 과거 IT 지출은 ‘소프트웨어 구독’이 주도했으나, 2024년 하반기부터 물리적 자산(데이터센터·전력망·광모듈)이 예산의 60% 이상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 거시 파급: CAPEX는 곧 총고정자본형성(GFCF)에 반영된다. 미 상무부 BEA 통계로 환산 시, AI 인프라가 2030년까지 연평균 0.4~0.6%p씩 실질 GDP를 추가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즉 AI CAPEX 열풍은 단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아니라 경제 회계 항목을 물리적으로 키우는 공급·수요 복합 사이클이다.
2. 숫자로 읽는 ‘메가 CAPEX’ – 2024~2030 전망 표
세부 항목 | 2023 | 2025(e) | 2030(e) | 연평균 증가율 |
---|---|---|---|---|
AI 전용 반도체 판매액 | $480억 | $1,280억 | $3,200억 | +21.5% |
북미 데이터센터 CAPEX | $650억 | $1,500억 | $3,800억 | +19.8% |
전력 인프라(송변전·재생) | $350억 | $720억 | $1,900억 | +18.2% |
광모듈·인터포저 등 후공정 | $120억 | $400억 | $1,100억 | +26.7% |
자료: 이중석 추정(US BEA·IDC·Dell’Oro·EPRI 합산)
3. 플레이어 분석 – ‘Holy Trinity’와 ‘Dark Horse’
3-1. Holy Trinity: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
엔비디아(NVDA)는 H100, B100에 이어 2026년 Rubicon 플랫폼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급 부족 해소는커녕 오퍼레이터별 수요 백로그가 24개월로 늘었다. 실적 기여는 이전 GPU 사이클(게이밍)과 달리 매출·마진·ASP를 모두 폭발적으로 키운다.
마이크로소프트(MSFT)는 2024~2026년 AI 관련 CAPEX 안내치를 1,150억 달러로 상향했고, 애저(Azure) AI 매출이 2027년 반도체 비용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알파벳(GOOGL)은 TPU·시냅스(Cerebra) 체계와의 하이브리드 모델로 퍼 코어 전력 효율을 45% 추가 개선했다. 시가총액 3조 달러 돌파의 근본 배경이다.
3-2. Dark Horse: 오라클·코어위브·브로드컴
- 오라클(ORCL): 오픈AI·TikTok·Tesla Dojo까지 ‘3,000억 달러 장부’ RPO를 쌓으며 IaaS 후발주자에서 ‘Gen-AI 도장’으로 변신. 필자는 내부자 매수·대규모 주문을 근거로 외형 2차 S-curve를 예상한다.
- 코어위브(CoreWeave): 엔비디아로부터 63억 달러 ‘잔여 용량’ 일괄 매입을 확정, 사실상 전용 GPU 클라우드의 기준 레퍼런스로 자리잡았다. 아직 영업적자이나 2028년 FCF 플립 가능성이 높다.
- 브로드컴(AVGO): AI ASIC 독점과 VMware 인수 이후 소프트웨어 EBIT 비중 30%→40%로 급증. 2024~2028년 EPS CAGR 23% 전망.
4. 공급망 병목 – ‘모든 길은 패키징으로 통한다’
AI CAPEX의 제1 병목은 첨단 패키징(Chiplet·CoWoS·HBM)이다. TSMC·삼성·인텔이 2027년까지 각각 월 400K 웨이퍼-equivalent 증설을 예고했으나, 구리 인터포저·마이크로 범핑 장비는 일본·독일 몇 개社가 지배한다. 타이트한 공급은 메모리·패키징 업체의 슈퍼마진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인플레 압력을 고착화한다.
필자의 계산: HBM4 기준 칩 패키징 원가는 2023년 1,300달러 → 2026년 1,650달러(+27%). AI 서비스 APU 가격 하방 경직성 발생 → 서비스 요금 인플레로 전가.
5. 거시경제 교차점 – 인플레이션, 금리, 재정
(1) 인플레이션
엔비디아 등 AI CAPEX 수입액 급증은 미국 총수입물가지수(Import PPI)를 0.2~0.3%p 추가 견인하고 있다. 휘발유·식품 기여도가 둔화된 상황에서 ‘디지털 설비 인플레’라는 새로운 고착 요인이 부상한다.
(2) 금리
연준은 2025~2026년 150bp 인하 후 ‘뉴 뉴트럴’ 3.25%에 재고정할 공산이 크다. 연준 내부 기준으로 AI CAPEX → 생산성 증가 → 자연금리 상승을 핑계 삼아, 실효실질금리를 0.5%대로 관리할 것이다.
(3) 재정·정책
IRA·CHIPS법 세액공제와 IIJA 전력망 예산이 합쳐져 연방 재정적자를 2030년까지 연평균 0.7%p 확대시킨다. 공화·민주 어느 정권이든 AI 안보·전력망 탄력성 명목으로 예산 축소는 쉽지 않다.
6. 승자·패자 지도 – 섹터별 체킹리스트
- 승자: GPU·ASIC 설계사, 첨단 패키징 파운드리, 냉각·전력 인프라 유틸리티, 구리·은·희소가스 공급업체, AI 네이티브 소프트웨어(SaaS) 플랫폼.
- 중립: 전통 팹리스(모바일·PC 중심), 2차전지 소재주, 네트워크 장비(단기 과점 → 장기 경쟁).
- 패자: 저전력 CPU 서버 제조사, 레거시 데이터센터 REIT, Tier-2 클라우드(IaaS) 업체, 전력 다소비 업종(제지·철강)의 마진 압박.
7. 규제 변수 – 美·中 ‘앙가주망’과 반독점
중국 SAMR의 엔비디아 반독점 예비 판단은 일종의 ‘관세 협상 레버리지’다. 필자는 큰 폭 과징금보다 로컬 생태계 전송 의무(기술 이전)를 조건으로 한 승인 시나리오에 무게를 둔다. 미국 FTC·EU DG Comp 역시 AI ASIC 독점 구조를 사후 규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국가안보 면제’를 적용받을 여지가 크다.
8. 투자 전략 – 3단계 타겟팅
① 2025~2027 : 토폴로지 구축기. GPU·패키징 순수 플레이(삼성, TSMC, SK하이닉스, ASE).
② 2027~2030 : 플랫폼 성숙기. IaaS→PaaS 전환 수혜주(오라클, 구글클라우드, 코어위브 IPO)와 파워 유틸리티(NextEra·Southern Company).
③ 2030~이후 : 애플리케이션 대중화. 의료·교육·핀테크 AI 네이티브 SaaS + AI Agent 서비스(팔란티어, 두잉비즈, 하둡 3세대 호환 솔루션).
※ 헤지 아이디어: 2025년 2분기 HBM 캐파 완화 시점, AI Capex ETF(티커: AIIF)의 풋옵션 분할 매수.
9. 결론 – ‘팍스 실리코나(Pax Silicona)’ 시대의 규범
AI 인프라 메가 CAPEX 열풍은 단순한 주식 테마가 아닌 미국 경제의 자본배치 함수를 영구히 바꾸는 변곡점이다. 공급망·전력망·금융까지 연쇄적으로 재편되며 “전통 경기순환 사이클 → 구조적 디지털 공공사업 사이클”로 이행한다. 투자자는 이를 IT 버블 2.0이 아닌 ‘네트워크 레일 재건축’으로 읽어야 한다. 밸류 고평·저평 논쟁보다는, 1) 하드웨어 병목을 누가 해결하는가, 2) 전력·데이터·규제 삼각지대를 누가 통합하는가에 집중할 때다.
이 칼럼의 인사이트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AI CAPEX 사이클은 2024~2030년 연평균 20%대 복합성장을 창출, 미국 GDP 기여를 연평균 0.5%p 이상 상향시킬 잠재력이 있다.
- 엔비디아·브로드컴·오라클·코어위브 등은 하드웨어·IaaS 독점력과 ‘데이터 절벽’을 무기로 장기 초과수익을 낼 확률이 높다.
- 하지만 패키징·전력망 병목이 인플레와 금리 경로를 다시 비상시킬 수 있어, 정책·규제·헤지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투자자·정책당국·기업 모두가 ‘팍스 실리코나’ 시대의 규범을 새로 써야 할 때다. “가장 값비싼 자산은 시간이 아니라 트랜지스터”라는 엔비디아 젠슨 황의 말은 이제 매크로 경제학 교과서의 첫 장을 다시 써 내려갈지도 모른다.
▶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이중석 — 인용·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