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 상장사 STAAR 서지컬(STAA)의 알콘(ALC) 매각 건이 최대 주주의 본격적인 위임장 대결(proxy fight) 선언으로 격화되고 있다. 스위스 소재 글로벌 안과 기업 알콘이 제시한 주당 28달러 현금 합병안에 대해, 27.4%를 보유한 1대 주주 브로드우드 파트너스가 “반대표를 던져 달라”며 다른 주주들을 공개적으로 설득하고 나섰다.
2025년 9월 15일, 인베스팅닷컴 단독 보도에 따르면 브로드우드는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예비 위임장(Preliminary Proxy Statement)을 제출했다. 이는 지난 9월 2일 보도자료로 매각 조건을 비판한 이후 2주 만에 나온 첫 법적 행동으로, 특별주주총회 전까지 녹색(GREEN) 위임장 카드를 우편 발송해 반대표 결집에 나설 계획이다.
STAAR 서지컬은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ICL(Implantable Collamer Lens)이라 불리는 삽입형 콜라머 렌즈를 비롯한 굴절 교정 제품을 제조한다. ICL은 중등도 이상의 근시 환자를 대상으로 라식(LASIK) 수술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편 알콘은 라식 레이저 시스템 및 굴절 수술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을 점하는 스위스계 다국적 기업이다.
■ “주당 55달러+CVR” 거절 이후, 28달러로 낮아진 인수가
알콘은 2024년에 주당 55달러 현금과 2024년 실적 연동 CVR(Contingent Value Right) 7달러를 제안했으나, STAAR 이사회는 당시 성장세와 밸류에이션을 이유로 거절했다. 그러나 이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재고 과잉 및 선택적 시력 교정 수요 둔화가 발생하면서 매출·주가가 급락했고, 알콘은 2025년에 현금 28달러 ‘다운그레이드’ 제안을 제출해 이사회 승인을 받아냈다.
브로드우드는 예비 위임장에서 현 거래를 “본질적으로 알콘만을 위한 사실상 독점 협상“으로 규정했다.
“STAAR 이사회는 다른 잠재 인수자에게 실질적 검토 시간을 주지 않았다”
며, 이사회가 계약 서명 직전 Party A·Party B라는 두 곳으로부터 인수 의향을 받았음에도 “몇 시간 내 조건서를 내라”고 요구해 경쟁 입찰을 사실상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가치 저평가 논란도 거듭 제기됐다. 브로드우드는 28달러 제안이 2026년 매출 대비 약 4배(4.0×) 수준이라며, 이는 동종 의료기기 업체 대비 15~20% 할인이라고 계산했다. 전년도 55달러+7달러 CVR 제안과 비교하면 절반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CVR(Contingent Value Right)이란 미래 일정 조건 충족 시 추가 지급되는 권리로, 인수합병에서 가격 불확실성을 완화하기 위해 활용된다. 일반 투자자에게 익숙지 않지만, 바이오·헬스케어 딜에서 자주 등장한다.
■ 알콘 인수 시 임원진 ‘골든 패러슈트’ 5,500만 달러
브로드우드는 Change-of-Control 조항 아래 임원진이 즉시 확보할 주식 보상액이 5,500만 달러를 초과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스티븐 패럴 CEO는 취임 5개월 만에 약 2,400만 달러 규모 보상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펀드는 이를 “단일(trigger) 조건 보상”이라 명명하며 이해상충이라고 날을 세웠다.
브로드우드는 단순 반대 표 결집을 넘어, 합병안 부결 시 2026년 정기총회에서 새로운 이사·경영진을 선임해 독립 기업으로서의 STAAR를 재도약시키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 ‘윈도숍(window-shop) 기간’ 종료 임박
STAAR 계약서상 경쟁 제안 수용이 가능한 기간은 9월 19일에 종료된다. 이후 다른 인수자를 선택하면 알콘에 지불해야 하는 파기 수수료(break-up fee)가 약 4배로 뛰어, 실질적으로 경쟁 입찰 가능성이 급감한다.
STAAR 이사회는 “28달러 현금 제안은 8월 4일 종가 대비 51%, 90일 VWAP 대비 59% 프리미엄”이라며, 단독 생존 시나리오로는 같은 가치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회사 측은
“브로드우드의 시각은 다른 주주와 애널리스트의 지지를 받는 우리의 판단과는 동떨어져 있다. 본 합병이야말로 주주에게 즉각적·매력적 현금 가치를 제공한다”
라고 강조했다.
인베스팅닷컴이 접촉한 익명의 관계자는 “STAAR의 독자 기술력은 인정하지만 중국 시장 판매 회복은 요원해 보인다”면서, ICL 가격이 라식·스마일(SMILE) 등 대안보다 고가라 경기 둔화 시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합병 찬성론자들은 STAAR-알콘 결합설이 이미 작년부터 시장에 퍼졌지만, 계약 서명 전날에야 Party A·Party B가 연락해왔고 그마저도 공식 오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일 년 넘게 경쟁 제안이 없었다는 점에서 장기 매각 피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 다음 관전 포인트
특별주주총회는 올 가을 열릴 예정이며, 합병안 및 골든 패러슈트 자문 투표가 동시에 상정된다. 브로드우드는 위임장 배포를 통해 주주 설득에 나설 방침이어서, 표 대결 결과가 M&A 업계와 안과 의료기기 시장 모두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용어 한눈에 보기
골든 패러슈트(Golden Parachute)는 인수·합병 시 고위 경영진이 일괄 지급받는 대규모 보상을 뜻한다. Proxy Fight는 주주총회 의결권 위임장을 모아 경영진을 교체하거나 특정 안건을 좌우하려는 전략이다. ICL은 홍채와 수정체 사이에 삽입하는 렌즈로, 각막을 절삭하지 않아 가 reversibility가 장점이다.
기자 해설: 본 사안은 주주 행동주의와 기업 지배구조 양면에서 시사점이 크다. 매각 프리미엄만 보면 수긍할 수 있으나, 중국 시장 리스크·신기술 임상 결과라는 변수가 존재한다. 2~3분기 내 EVOlve 무작위 임상 결과가 긍정적일 경우, STAAR 단독 가치가 재평가돼 브로드우드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실적 반등이 지연되면, 확정 현금 28달러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시간’과 ‘데이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