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회의 하루 전, 스티븐 미란 이사 임명안 미 상원 표결

워싱턴 D.C. — 미 상원은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 신규 이사로 지명한 스티븐 미란(Stephen Miran) 후보자에 대한 절차 표결을 진행한 뒤 같은 날 밤 최종 인준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는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17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불과 하루 앞둔 시점이다.

2025년 9월 15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상원은 이날 오후 5시 30분(미 동부시간) 절차 표결을 개시하고, 약 8시께 본회의에서 최종 인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절차 표결은 토론 종결 여부를 묻는 ‘클로처(cloture)’ 표결로, 51표 이상을 얻으면 그날 밤 본표결이 가능하다.

미란 후보자가 인준될 경우 그는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CEA) 위원장 직을 완전히 사임하지 않고 무급 휴직 상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연준 이사대통령의 수석 경제보좌관이라는 두 직위를 동시에 유지하려는 구상에 대해 의회와 학계에서는 연준의 독립성 훼손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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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올 들어 연준에 대해 반복적으로 기준금리 대폭 인하를 공개 압박해 왔다.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연준이 2024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우세하지만, 0.25%p 인하에 그칠지, 또는 0.50%p ‘빅 컷’에 나설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8월 말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관세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경제 여건이 악화될 경우 적절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언급해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동시에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한편 7월 말 열린 직전 FOMC에서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5.25%~5.50%)에 동결하기로 9 대 2로 결정된 바 있다. 따라서 미란 후보자가 이번 회의에 참가하더라도 ‘캐스팅보트’가 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의 수석 경제보좌관과 연준의 독립적 이사를 단 하루라도 동시에 겸직하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은행위원회 민주당 간사

워런 의원은 지난주 은행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공화·민주 양당이 정견을 달리한 가운데, 정당 구도대로 진행된 찬반 투표 끝에 미란 후보자의 지명을 본회의로 넘기는 데 반대표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가 지난 8월 돌연 사임 의사를 밝히자, 그 공석을 메우기 위해 미란 후보자를 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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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글러 이사의 임기는 2026년 1월 31일까지였으나, 사임 시점 기준으로 약 4개월 반이 남아 있다. 미란 후보자도 청문회에서 “남은 임기가 불과 몇 달이기에 지명됐으며, 만약 그 기간을 넘겨 장기 임명안이 제시된다면 즉시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인준 절차는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른 연준 이사 리사 쿡을 직권 해임하려다 연방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가운데 급물살을 탔다. 쿡 이사는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을 부인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판사는 지난주 해임 효력을 일시 정지했다. 행정부는 이 결정을 뒤집어 달라며 항소법원에 긴급 정지를 신청했다.

이처럼 연준 이사진 교체와 기준금리 결정이 맞물리면서 시장은 물론 학계·정치권 모두 연준의 독립성통화정책의 중립성을 둘러싼 논쟁에 휩싸여 있다.


‣ 용어 해설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는 연준 산하의 통화정책 결정기구로, 연 8회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와 자산매입 프로그램 등 주요 정책을 정한다. 일반적으로 의장·부의장·이사 7명과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5명이 표결에 참여한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란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추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의미한다.

‣ 전문가 시사점
복수의 전직 연준 관계자들은 미란 후보자의 이사 입성 자체가 단기적으로 금리 인하 폭을 결정짓지는 못하더라도, 연준 내부 토론 지형에 미묘한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을 지적한다. 백악관 경제수장과 연준 이사라는 ‘두 모자’를 번갈아 쓰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향후 정치적 압력이 통화정책 프로세스에 비공식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공화당 측은 “미란은 숙련된 경제학자이며, 단기 임기 동안 통화·시장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방어 논리를 폈다.

향후 시나리오에 대해 월가에서는 ① 금리 0.25%p 인하 후 대기, ② 0.50%p 인하 후 추가 인하 시사 두 갈래 전망이 공존한다. 미란 후보자가 첫 회의부터 소수 의견을 내며 큰 폭 인하를 지지할 경우,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와 연준 간 ‘힘겨루기’가 새 국면을 맞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