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美 아날로그 칩 반덤핑 조사 착수…글로벌 공급망 재편 촉발하나

중국 상무부(MOFCOM)가 미국산 아날로그 반도체를 대상으로 대규모 반덤핑(anti-dumping) 조사에 돌입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번스타인(Bernstein)은 이번 조치가 세계 아날로그 칩 시장의 힘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고 평가한다.

2025년 9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사 결정은 2025년 9월 13일 장쑤반도체산업협회(江蘇省半導體行業協會)가 제출한 청원을 상무부가 받아들이면서 공식화됐다. 번스타인은 “중·미 간 지정학적 긴장이 여전히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 내 국산 대체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사 대상은 크게 두 갈래다. 첫째, 인터페이스(Interface) 트랜시버 가운데 1CAN(Controller Area Network)·2RS485 제품, 둘째, 게이트 드라이버(Gate Driver) IC 가운데 절연형(isolated) 및 다채널(multi-channel) 제품이다. 이 칩들은 자동차·산업용 제어·전력전자 장비에서 신호 전송·절연·전력 스위칭 제어를 담당하는 핵심 부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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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 한눈에 보기
CAN은 차량 전장 통신용 직렬 버스 규격이며, RS485는 산업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직렬 데이터 통신 규격이다. 게이트 드라이버 IC는 IGBT·MOSFET 등 전력 반도체 스위칭 소자의 ‘문’(Gate)에 구동 전압을 인가해 개·폐를 정밀 제어한다. 해당 제품군은 작동 신뢰성과 안전성이 관건이라 높은 기술 장벽을 지닌다.


번스타인은

“텍사스인스트루먼트(TXN) 매출의 11.4%, 아날로그디바이시스(ADI)의 7.8%, 온세미콘덕터(ON)의 10.2%가 중국 내 해당 제품에서 발생한다”

고 추산했다. 중국 매출 비중이 전체의 20% 안팎임을 감안하면, 관세 부과 시 실제 타격은 LSD(Low-Single-Digit, 한 자릿수 중후반 이하)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상무부는 “2022~2024년 미국산 조사 대상 칩 수입량이 37% 증가했고 평균 단가가 52% 하락국내 산업이 실질적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조사 착수 근거로 제시했다. 이번 조사는 1년을 기본으로 하되, 필요 시 최장 6개월을 추가 연장할 수 있다. 관세 산정은 2024년 수입분을 기준으로 하고, 피해 평가는 2022년까지 소급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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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스타인은 과거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사례를 언급했다. 2012년 중국은 유럽·미국산 폴리실리콘에 최대 57%의 관세를 매겼고, 이후 중국 기업들이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보고서는 “이번에도 유사한 시나리오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내 잠재 수혜 기업으로는 실레지(Silergy)·노보센스(Novosense)·쓰리픽(3Peak)·SG마이크로(SG Micro)·줄왓(Joulwatt) 등이 거론된다. 반면 미국 업체는 중장기적으로 점유율 하락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 번스타인은 “르네사스(일본)·인피니언(독일)일본·유럽 업체들은 ‘어부지리’ 형태로 간접 수혜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시장 파급 효과
가격 인상 압력 :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 내 완성품 제조사는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산·비미국산 대체품으로 수요를 전환할 공산이 크다.
공급망 재편 : 다국적 기업은 중국 내 생산 비중을 높이거나 동남아·멕시코 등으로 조달선을 다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술 자립 가속 :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정책과 맞물려 설계·제조·테스트 생태계 전반의 투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반덤핑 조사는 통상 덤핑 마진(수출 가격과 정상 가격의 차이)·산업 피해·인과 관계 등 세 가지 요건을 따져 관세율을 산정한다. 조사 기간 중에도 예비 관세를 부과할 수 있어, 미국 업체들은 이미 주문 취소·물량 조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 유의 사항
글로벌 애널리스트들은 “단기 주가 조정이 있더라도 아날로그 반도체는 높은 진입장벽과 안정적 수요를 지닌 섹터”라며, 관세율·시행 시점·대체 수요의 속도를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편 일부 기관은 실적 부진 시 ‘저가 매수’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견해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