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퍼리스, 조플라 매각설 재점화로 라이트무브 경쟁 리스크 부각

영국 온라인 부동산 광고 시장의 지각변동 가능성이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국계 사모펀드 실버레이크(Silver Lake)가 조플라(Zoopla)의 모회사 ZPG 자산 분리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 1위 플랫폼 라이트무브(Rightmove)의 독점적 지위에 구조적 도전이 제기된 것이다.

2025년 9월 15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스카이뉴스(Sky News)는 실버레이크가 ZPG 매각 또는 분할을 위한 자문사로 JP모건아르마 파트너스를 선임했다고 전했다. 2018년, 실버레이크는 22억 파운드(약 3조7,000억 원)에 ZPG를 비상장화한 뒤 7년 만에 ‘포트폴리오 재편’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2개월 안에 ZPG의 자산을 분리 매각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ZPG는 주택 포털 조플라, 중개사 소프트웨어 알토(Alto), 부동산 데이터 기업 홈트랙(Hometrack)을 보유한 하우스울(Houseul)과, Confused.com·uSwitch.co.uk·Money.co.uk 등을 거느린 RVU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실버레이크 측은 이번 보도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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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리스(Jefferies)의 시각

미국계 증권사 제퍼리스 애널리스트들은

M&A는 본질적으로 예측하기 어렵지만, 이번 자문사 선임은 영국 부동산 광고 시장 구조에 ‘변곡점’을 예고한다”

며 라이트무브 투자의 리스크 요인을 강조했다. 라이트무브는 영국 온라인 부동산 광고 트래픽의 75%를 장악하며, 그동안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를 바탕으로 중개인 이탈률(에이전트 이탈)을 최소화해왔다.

그러나 조플라가 새 주인을 찾거나 사업부를 분할할 경우, 공격적 가격 전략·기술 투자·소비자 마케팅 확대 등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제퍼리스는 다음 세 가지 ‘새로운 변수’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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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실버레이크가 공식적으로 자문사를 임명함에 따라 거래 프로세스가 가시화됐다.
둘째, 미국 상업용 부동산 정보업체 코스타(CoStar)가 호주 도메인(Domain) 인수를 완료하며 시너지를 꾀한 뒤 추가 글로벌 인수합병에 나설 여력이 생겼다.
셋째, 지난 4월 이후 경쟁 뉴스가 없는 사이 라이트무브 주가가 재평가(리레이팅)돼 2025년 예상 PEG1 2.4배로, 동종업계 평균(1.5~2.0배)을 훌쩍 넘어섰다.

1 PEG 비율이란 주가수익비율(PER)을 향후 이익 성장률로 나눈 지표다. 일반적으로 1배를 넘으면 ‘고평가’ 신호로 해석된다.

라이트무브 밸류에이션

라이트무브 주가는 9월 13일(금) 726.40p에 마감하며 시가총액 61억 파운드를 기록했다. 52주 주가 범위는 586p~827p다. 제퍼리스는 ‘언더퍼폼(Underperform)’ 의견을 유지하며 목표주가 485p를 제시, 33% 하락 여지를 시사했다.

거래 지표도 라이트무브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유통 주식비율(free float) 91.8%, 일 평균 거래대금 1,557만 달러, 런던증권거래소 종목코드 RMV LN 등이다.


시장 반응 및 분석

시장 참가자들은 “라이트무브가 20년 가까이 쌓아온 견고한 진입장벽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과 “조플라가 ‘단순 매각’보다 ‘부분 분할+투자 유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으로 양분된다. 특히 알토·홈트랙처럼 중개사 전산·데이터 자산이 별도 매각될 경우, 신규 인수자들은 라이트무브에 맞설 플랫폼 + 소프트웨어 + 데이터 결합모델을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타 변수도 주목된다. 코스타는 이미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에서 B2B·B2C 부동산 포털을 운영하며 ‘글로벌 콘솔리데이터(global consolidator)’로 불린다. 업계에서는 “코스타가 ZPG 자산 전부 혹은 일부를 노릴 경우, 라이트무브·온더마켓(OntheMarket)·조플라 간 3파전‘라이트무브 vs 코스타’ 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전문가 의견

런던 시티 소재 대형 운용사 A자산운용의 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네트워크 효과로 무장한 1등 플랫폼이라도, 자본시장에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과도해지는 순간 매도 압력이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라이트무브는 75% 트래픽 점유율과 90% 이상의 브랜드 인지도를 자랑하지만, 조플라가 공격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태울 경우 중장기적으로 ‘광고주 전환율’이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부 애널리스트는 “에이전트 스틱니스(agent stickiness)—비교 가능한 대체재 부족, 계약 갱신 구조, 사용자 경험(UX)—를 감안하면 라이트무브의 방어력은 여전히 탄탄하다”고 반박한다.


용어·배경 설명

네트워크 효과: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서비스 가치가 커져 신규 이용자를 계속 끌어들이는 현상.
프리플로트(free float): 최대주주·경영진 등 지분을 제외하고 실제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주식 비율.
PEG 비율: PER ÷ 예상 이익 성장률로 계산, 성장 대비 주가 고평가·저평가 판단 지표.
Agent Stickiness: 부동산 중개인(에이전트)이 특정 포털에 계속 머무르는 성향.


결론 및 전망

제퍼리스는 “4월 작성한 리포트의 핵심 가정 대부분이 여전히 유효하지만, 실버레이크의 자문사 선임·코스타의 해외 인수 완료·라이트무브 주가 리레이팅 등 세 가지 새 변수가 등장하며 경쟁 구도가 다시 주목받는다”고 요약했다.

라이트무브가 향후 12개월 안에 평균 경쟁 대비 최대 33%까지 밸류에이션이 조정될 수 있다는 제퍼리스 전망이 현실화될지, 아니면 지속적인 서비스 혁신과 가격 전략으로 방어에 성공할지는 잠재적 조플라 거래의 규모·성격·참여자가 가늠자를 제공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향후 실버레이크·코스타·ZPG·라이트무브 간 추가 뉴스플로와 영국 부동산 시장의 매물 회전율·중개인 광고 예산 변화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