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에 본사를 둔 바이오테크 기업 몬테 로사 테라퓨틱스(Monte Rosa Therapeutics, 나스닥: MTRA) 주가가 프리마켓에서 65.3% 급등해 1주당 7.94달러를 기록했다. 급등 배경은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Novartis)와 신규 전략적 협업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다.
2025년 9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양사는 면역 매개 질환(immune-mediated diseases) 치료를 목표로 하는 ‘분자 글루 분해제(Molecular Glue Degraders, MGD)’ 공동 개발에 합의했다.
계약에 따라 노바티스는 공개되지 않은 단일 탐색 타깃에 대한 독점적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추가로 두 개의 전임상 면역학 프로그램을 선택적으로 인수할 수 있는 옵션을 얻게 된다. 몬테 로사는 선급금 1억 2,000만 달러를 수령하며, 옵션 유지 수수료(option maintenance fees), 개발·허가 단계별 마일스톤, 그리고 글로벌 순매출에 대한 구간별(tiered) 로열티를 받을 자격을 갖는다.
총 계약 가치는 최대 57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 국내 원화로 환산하면(9월 15일 환율 1달러=1,300원 가정) 약 7조 4,000억 원 규모다.
마르쿠스 바무트(Markus Warmuth) 몬테 로사 CEO는 “이번 확장된 협업은 자사의 VAV1 분해제 포트폴리오(MRT-6160 포함) 위에 구축된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당사의 QuEEN 플랫폼에 대한 노바티스의 신뢰를 재확인해 준다”라고 평가했다.
노바티스 역시 협업을 통해 표적 단백질 분해(targeted protein degradation) 접근법을 면역학 분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오나 마셜(Fiona Marshall) 노바티스 생의학 연구 부문 사장은 “치료 대안이 부족한 면역 질환 영역에서 단백질 분해 기술은 유망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몬테 로사는 이번 현금 유입이 자사의 현금 보유 기간(financial runway)을 크게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Th1, Th2, Th17 축이 관여하는 자가면역 질환뿐 아니라 파트너십 프로그램과 자사 독자 프로그램 모두를 가속 개발할 계획이다.
Lazard는 이번 거래에서 몬테 로사의 단독 재무 자문사(exclusive financial adviser)로 참여했다.
분자 글루 분해제(MGD)란 무엇인가
MGD는 ‘분자 접착제’처럼 작용해 표적 단백질과 E3 유비퀴틴 리가아제를 인위적으로 결합시켜, 체내 단백질 분해 시스템(프로테아좀)을 통해 병리적 단백질을 제거하는 차세대 치료 기술이다. 기존 저분자화합물(small molecule)이 억제(inhibition)에 머무르던 한계를 넘어 ‘제거(degradation)’로 패러다임을 전환함으로써, ‘약물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단백질까지 표적화할 수 있다는 점이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Th1·Th2·Th17 축과 자가면역질환
Th1, Th2, Th17은 보조 T세포(helper T cell)의 하위 유형으로, 각각 대식세포 활성화·알레르기 반응·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 등에 관여한다. 해당 축의 불균형은 건선, 아토피 피부염, 류머티즘 관절염 등 다양한 면역매개질환의 병태생리와 직결되며, 업계는 이 신호경로를 조절할 수 있는 고선택성 치료제 개발에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전문가 시각으로 보면, 최대 57억 달러 규모의 이번 계약은 중소형 바이오텍이 대형 제약사와 맺는 라이선스·협업 계약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메가딜’로 꼽힌다. 특히 경기 침체와 금리 상승으로 바이오 섹터 자금조달이 위축된 상황에서, 대규모 선급금을 확보했다는 점은 몬테 로사에 ‘개발 가속’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한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대형 기술 이전(tech-out) 사례가 바이오 업종 전반의 투자 심리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향후 마일스톤 지급과 로열티 수취는 임상 개발·규제 허가 등 복수의 불확실성에 좌우되므로, 장기 투자자들은 해당 리스크 요인도 감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