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이찌산쿄 주식회사(Daiichi Sankyo Company Limited, 도쿄증권거래소: 4568)와 머크 앤드 컴퍼니(Merck & Co., Inc., 뉴욕증권거래소: MRK)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항암신약 후보물질 ‘랄루도타투그 데룩스테칸(raludotatug deruxtecan)’에 대해 혁신 치료제(Breakthrough Therapy) 지정을 받았다고 16일 양사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2025년 9월 15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지정은 백금제제(platinum) 기반 화학요법에 내성을 보이는 성인 상피성 난소암·원발성 복막암·난관암 환자 중 베바시주맙(bevacizumab)을 이미 투여받은 이력을 가진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다. 해당 질환은 재발 속도가 빠르고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어서, FDA가 혁신 치료제 지정을 통해 임상시험·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환자 접근성을 높이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혁신 치료제 지정이란?
FDA가 심각하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에 대해 예비 임상·임상 데이터상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개선 가능성’이 입증된 후보물질에 부여하는 제도다. 지정 시 개발사는 FDA와 보다 긴밀하게 협의해 임상 설계 최적화·제출 서류 간소화·우선 심사 등의 혜택을 받는다. 이 제도를 통해 환자는 신약을 더 빠르게 접할 수 있고, 기업은 연구개발(R&D) 비용·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주요 임상 근거
FDA는 이번 지정을 1상 임상시험 데이터와 REJOICE-Ovarian01 2/3상 다국가 임상시험 중간 결과를 종합해 결정했다. 양사는 구체적인 수치 대신 “객관적 반응률(ORR)과 무진행생존기간(PFS)에서 임상적으로 고무적인 효능이 확인됐다”고만 밝혔으나, 미국·일본·유럽 등 총 15개국에서 430여 명의 환자를 모집한 대규모 연구라는 점이 주목된다.
현재 2/3상 시험은 11차 엔드포인트로 무진행생존기간, 2차 엔드포인트로 전체 생존기간(OS), 안전성, 삶의 질 개선 등이 설정돼 있다.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는 “치료 군에서 의미 있는 위험도 감소가 관찰됐다”는 사전 평가 의견을 제시했으며, 이는 혁신 치료제 지정의 결정적 근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이이찌산쿄 모토유키 오카다 글로벌 R&D 총괄은 보도자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랄루도타투그 데룩스테칸은 자사의 ADC(항체-약물 접합체) 플랫폼 ‘DXd’ 기술의 최신 성과물로, 난소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머크 엘리엇 밥슨 항암제 개발본부 책임자도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치료 옵션이 거의 없는 난치성 난소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열렸다.”
전문가 해설: ‘ADC(항체-약물 접합체)’ 기술의 의의
ADC는 항체가 목표 암세포에 결합한 뒤, 연결 고리(Linker)를 통해 독성 약물을 세포 내부로 전달해 정밀 타격하는 차세대 플랫폼이다. 일반 화학요법 대비 표적성·효율성이 높고, 정상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이이찌산쿄와 머크가 이전에 공동 개발한 엔허투(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 역시 같은 DXd 계열 ADC로, 유방암·위암 치료제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지위를 확보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과로 다이이찌산쿄의 ADC 포트폴리오 신뢰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면서도, “REJOICE-Ovarian01의 최종 분석에서 안전성 프로파일과 내성 기전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시장 파급효과·재무적 함의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랄루도타투그 데룩스테칸이 2027년 이후 연간 최대 25억 달러(약 3조 3,000억 원) 매출을 올릴 잠재력이 있다”는 컨센서스를 제시했다. ADC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세이진·길리어드·화이자 등 경쟁사 주가도 동반 상승세를 보이며, ‘차세대 정밀 항암제’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다만, 미국 내 동일 적응증에서 아스트라제네카·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이 개발 중인 후보물질도 경쟁적으로 임상에 진입하고 있어, 향후 가격 책정·보험 등재 과정에서의 경쟁 구도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환자·의료진이 알아야 할 포인트
• 본 후보물질은 아직 허가 전(Pre-approval) 단계다. 의료진은 임상시험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 전, 이전 치료 이력·전신 상태·동반 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 부작용으로는 간독성·골수억제·간질성폐질환이 보고된 바 있어, 정기적인 혈액 검사·영상 검사를 통한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다.
• 혁신 치료제 지정은 승인 가능성을 높이지만 승인을 보장하지 않는다. 최종 승인을 위해서는 3상 임상에서 유의미한 생존 혜택과 안전성이 입증돼야 한다.
기자 견해·전망
기자는 엔허투 성공 경험을 토대로, 다이이찌산쿄·머크의 임상·규제 대응 역량이 이미 글로벌 톱 티어 수준에 올라섰다고 판단한다. 특히 DXd 플랫폼은 약물 독성 제어에 강점을 보유해, 난소암 같은 복강 내 고형암에도 적용 가능성이 높다. 다만 ADC 클래스 전반에서 나타나는 간질성폐질환과 같은 치명적 부작용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하며, 환자 안전성 확보가 장기적 성공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또한 머크는 자사의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의 병용(Combination) 전략을 통해 적응증을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병용투여에서 시너지 효과가 입증된다면, 난소암 치료 패러다임은 단일 표적→다중 표적·병용요법으로 급속히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유럽은 물론,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속심사제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랄루도타투그 데룩스테칸의 혁신 치료제 지정은 난치성 난소암 영역에서 새로운 치료 옵션을 모색하는 글로벌 연구·개발 생태계에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추가 데이터 공개와 규제기관 협의 과정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