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벵갈루루] 로이터 통신은 31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를 인용해,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ank Indonesia·BI)이 이번 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15일 보도했다.
2025년 9월 15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단행된 스리 물야니 인드라와티(Sri Mulyani Indrawati) 재무장관의 전격 해임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흔들고 루피아화 약세를 촉발하면서, 중앙은행은 물가보다 외환시장 안정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번 인사 파동은 7월 중순 미국과의 무역 협정 체결 이후 이어졌던 루피아 강세를 거의 지워버렸다. 중앙은행이 시장 안정을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루피아는 해당 무역 합의 이후 약 1% 추가 하락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이은 금리 인하(7월·8월 각 25bp) 이후 통화가치가 다시 흔들리자, BI가 추가 금리 인하 대신 관망을 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설문 결과: 만장일치로 ‘동결’
9월 9~15일 실시된 설문에서 31명의 이코노미스트 전원이, 9월 17일 회의 종료 시 7일물 역레포금리(Indonesia 7-Day Reverse Repo Rate)를 현행 5.00%로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 역레포금리란?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으로부터 국채를 매입(재매도 전제)하면서 지급하는 금리로, 인도네시아 통화정책의 대표 지표다.
동시에 오버나이트 예치금리(4.25%)와 대출우대금리(5.75%)도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격적인 재무장관 교체는 정부의 재정 건전성 의지를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루피아가 다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BI는 외부 건전성 유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 크리스털 탄(Krystal Tan), ANZ 이코노미스트
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전개가 동결 전망을 더욱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통화정책 독립성 논란
시장 일각에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 약화를 우려한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BI는 ‘부담 공유(burden-sharing)’ 틀을 통해 정부 예금을 중앙은행에 맡기는 대가로 지급금리를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로 간주하며, 중앙은행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는 2025년 4분기에 16조2,300억 루피아(미화 약 9억8,930만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를 발표하며 선심성 지출을 확대하고 있다. 로이터 설문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통화정책에 미칠 위험’을 묻자, 7명은 ‘다소 걱정된다’, 1명은 ‘매우 걱정된다’, 2명은 ‘걱정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부담 공유 구상은 총선 공약과 연결된 대규모 재정지출을 중앙은행이 뒷받침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중앙은행 독립성이 약화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 쿠날 쿤두(Kunal Kundu), 소시에테제네랄 이코노미스트
그는 “다만 이런 흐름은 인도네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관찰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로이터가 7월 실시한 별도 조사에서도, 응답한 50명의 이코노미스트 중 36명(70% 이상)이 미국 연준(Fed)의 정치적 독립성 약화를 우려한다고 답한 바 있다.
“정부가 노골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하거나 중앙은행 수뇌부 교체, 국채 직접 매입이 재개되는 시점이 오면 독립성 훼손이 더욱 명확해질 것” — 제이슨 투비(Jason Tuvey), 캐피털이코노믹스 부수석 이머징마켓 이코노미스트
향후 정책 경로: ‘루피아 안정 후 완화 재개’ 시나리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동결하더라도, 통화 완화 기조(비둘기파 스탠스)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 25명의 연말 전망 응답자 중 14명은 12월까지 25bp 인하(4.75%)를, 10명은 연내 두 차례 25bp 인하(4.50%)를, 1명은 연내 75bp 인하(4.25%)를 각각 예상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아담 아흐마드 삼딘(Adam Ahmad Samdin) 이코노미스트는 “루피아가 조기에 안정을 찾는다면 금리 인하 쪽으로 기울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BI의 기본 기조는 완화적(dovish)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 해설: 역레포금리·부담 공유란 무엇인가?
일반 투자자에게 생소할 수 있는 ‘7일물 역레포금리’는 중앙은행이 보유하던 국채를 하루 단위로 다시 매입해주는 조건(Reverse Repurchase)에 따라 시중은행에 지급하는 금리를 말한다. BI는 2016년 8월부터 이 지표를 기준금리로 채택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단일 지표’ 체계를 구축했다.
‘부담 공유’는 정부 지출 확대에 따른 국채 발행 비용을 중앙은행이 부분적으로 분담하는 구조다. 팬데믹 이후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한국·일본·호주 등도 비슷한 형태로 국채를 매입하거나 금리를 조정해 재정을 지원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물가 목표제 위반, 통화 팽창 위험이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에디터 시각
글로벌 중앙은행이 정치적 압력과 경기 둔화라는 ‘이중 난제’에 직면한 가운데, 인도네시아 사례는 신흥국 통화정책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미 연준이 같은 날 새벽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큰 만큼, BI가 마냥 동결 기조를 지속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환율 방어와 성장 부양 사이에서의 균형이 향후 정책 방향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루피아가 안정을 찾으면 11~12월 추가 인하에 나설 여지는 충분하다. 다만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이 지속될 경우, 해외자본 유출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어 정책당국의 세밀한 대응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