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NFLX)의 콘텐츠 라이선스 전략과 향후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파라마운트(PSKY)와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 간의 잠재적 합병이 실제 현실화될 경우, 넷플릭스가 과연 얼마나 큰 타격을 받을지를 다각도로 평가하고 있다.
2025년 9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Bernstein)은 같은 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넷플릭스의 외부 스튜디오 콘텐츠 의존도는 생각보다 낮으며, 설령 PSKY와 WBD가 합병해 라이선스 계약을 중단하더라도 넷플릭스의 충격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제기한 “PSKY의 WBD 인수설”을 언급하며, “만약 두 회사가 결합해 넷플릭스와의 라이선스 관계를 단절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들은 “두 미디어 그룹은 스트리밍 부문 성장과 스튜디오 부문 실적 개선으로 기존 선형(Linear) TV 감소분을 상쇄하고 있다”며 “넷플릭스와 구축한 상호 의존적이고 복합적인 파트너십도 최근 수년간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압도적 비중
번스타인은 넷플릭스가 2025년 연초 이후 집계한 자체 데이터를 인용해 “전체 TV 히트작의 90% 이상이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글로벌 ‘TOP 10’에 이름을 올린 151편의 TV 시리즈 가운데 PSKY·WBD에서 라이선스한 작품은 단 5편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이를 근거로 “TV 부문에서 외부 콘텐츠 비중은 미미하며, 계약 중단 시 사실상 영향이 ‘무시할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영화 부문에서는 노출도가 다소 높다. YTD(연초 이후) 기준 흥행 영화 가운데 약 70%가 외부 라이선스이며, 그중 약 30%가 PSKY·WBD산(産)이다. 그러나 번스타인은 “영화는 TV 시리즈보다 시청 시간(Engagement)이 낮아, 전체 플랫폼 충성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부연했다.
“결국 넷플릭스는 PSKY·WBD의 ‘콘텐츠 고객’일 뿐만 아니라 강력한 마케팅 플랫폼이자, 향후 번들(Bundle) 파트너(묶음 상품을 함께 판매하는 협력사)로 기능한다. 따라서 합병 법인이 넷플릭스를 전면적으로 배제할 가능성은 낮다.” — 번스타인 보고서
번스타인의 투자 의견 및 목표주가
번스타인은 “넷플릭스 투자의 본질은 플랫폼 경쟁력이고, 오리지널 콘텐츠 강점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기존 ‘아웃퍼폼(시장수익 상회)’ 의견을 유지했다. 목표주가는 주당 1,390달러로 제시됐다. 이는 15일 종가 대비 20% 이상 상향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용어 해설
라이선스(License)란 특정 작품의 배급·방송·스트리밍 권리를 일정 기간 빌려오는 계약을 의미한다. 번들(Bundle)은 여러 스트리밍 서비스나 상품을 묶어 할인형 패키지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최근 미디어 업계에서 고객 유지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선형(Linear) TV’는 전통적인 채널 기반 방송을 지칭하며, 시청자는 편성표에 따라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시청해야 한다. 반면 스트리밍은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즉시 재생하는 형태다.
기자 시각
본지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협업과 경쟁’이라는 역설을 재확인한다. 독점 콘텐츠는 플랫폼 차별화의 핵심이지만, 동시에 타 스트리밍 플랫폼에 라이선스해 수익을 다각화하려는 스튜디오들의 전략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 넷플릭스는 방대한 오리지널 라이브러리를 기반으로 한 자생력을 갖췄고, 파라마운트·워너브라더스 역시 넷플릭스의 막대한 글로벌 가입자 수를 이용한 홍보·수익 창구를 포기하기 쉽지 않다.
향후 합병이 현실이 되더라도, 두 회사는 자사 플랫폼(파라마운트+·맥스) 성장이라는 장기적 목표와 단기적인 현금흐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넷플릭스와의 ‘절연’은 실익보다 손실이 크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넷플릭스의 콘텐츠 자립도와 글로벌 스케일이 다시 한 번 검증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결론
번스타인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외부 스튜디오, 특히 PSKY·WBD에 의존해 왔다는 우려는 과장됐다”. TV 부문의 영향력은 사실상 미미하며, 영화 부문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시청 시간 때문에 타격은 제한적이다. 합병 시나리오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당장 넷플릭스의 펀더멘털을 흔들 변수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시장 컨센서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