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중앙은행(State Bank of Pakistan, SBP)이 11%의 기준금리를 유지하며 세 번째 연속 회의에서 동결을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물가 상승 압력과 경기 부진이라는 이중 과제 속에서 통화 완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25년 9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SBP 금융통화정책위원회(Monetary Policy Committee)는 이날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의결했다. 이는 지난 두 차례 회의(2025년 5월·7월)에 이어 연속 세 번째 ‘동결’을 선택한 것으로, 중앙은행이 통화 완화(이자율 인하) 일정을 무기한 유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결정은 홍수 피해로 농업 생산이 급감해 식료품 가격이 치솟고 있다는 점, 그리고 취약한 경제 회복세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정책상의 딜레마를 반영한다. SBP는 물가 상승률이 단기간에 크게 변동할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경기 회복을 지나치게 제약하지 않는 선에서 방어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 ‘동결’ 결정의 핵심 배경
SBP는 성명에서 “최근 이어진 홍수로 농업 생산이 부진해 식품 인플레이션이 확대됐다”면서도, “경기 회복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급격한 정책 전환은 위험하다”고 밝혔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가격 안정과 금융 안정이 필요하다”
는 판단이 연속 동결로 이어진 셈이다.
통화정책 관점에서 ‘완화 사이클(pause in monetary easing cycle)’이란, 이미 인하했던 금리를 추가로 낮추지 않고 일정 기간 멈춘 상태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춰 대출 확대·투자 촉진 효과를 기대하지만,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 ‘멈춤’ 전략을 택해 불확실성을 관리한다.
2. 파키스탄 경제가 직면한 이중 과제
전통적으로 농업 의존도가 높은 파키스탄은 기후 재해가 식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SBP가 인플레이션 위험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제조업·서비스업의 회복은 아직 본격화되지 못한 상태다. 이자 비용 부담이 완화돼야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만, 물가 급등이 이어지면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어렵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파키스탄 국채 금리는 이미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리지 못하면 국채 조달 비용이 경직될 수 있지만, 급격한 물가 상승을 방치할 경우 실질 구매력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결정권자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3. ‘기준금리’란 무엇인가? *기초 용어 해설*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적용하는 최소 대출 금리 또는 금융기관의 초과지준(여분의 현금)을 예치할 때 적용하는 정책금리를 의미한다. 시중은행은 이 금리를 토대로 기업·가계 대출금리를 결정하므로, 기준금리 변동은 물가·환율·고용·투자 등 전반적인 거시경제 변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
파키스탄의 11% 기준금리는 신흥국 평균 대비 높은 편이다. 높은 기준금리=고금리 환경은 자본 유출을 막고 루피화 급락을 방어하는 한편, 내수 소비를 위축시켜 물가를 일정 부분 관리한다. 그러나 동시에 국가·기업·가계의 차입 비용을 끌어올려 성장 잠재력을 제약할 위험이 있다.
4. 전문가 시각 전문기자의 분석
SBP의 이번 결정은 딥페그(de-peg) 우려가 제기될 만큼 변동성이 큰 환율, 그리고 식료품 인플레이션이라는 복합적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스탠스 유지’로 읽힌다. 특히 홍수 피해로 농작물이 손상되면 주요 곡물·채소 가격이 급등하고, 전반적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빠르게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점이 우려 요인이다.
현재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불안정한 만큼, 통화 완화 재개 시점은 국제 유가·비료·사료가격 추이와 결부될 가능성이 높다. 만일 공급망 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SBP는 동결 기간을 한층 더 연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IMF(국제통화기금) 프로그램 이행 여부와 세수 확대 계획도 금리 경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강조하더라도, 정부의 재정 기조가 확장적이면 SBP는 물가 안정 목표 달성을 위해 보다 타이트한 스탠스를 고수할 수밖에 없다.※단, 기사 원문에는 IMF 관련 숫자나 구체적 합의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5. 국제적 시사점
현재 미국·유럽 등 주요국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자국 통화가치 방어와 경기 부양 사이에서 ‘소극적 동결’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파키스탄 사례도 이러한 세계적 흐름과 결이 닿아 있다. 실제로 최근 인도·인도네시아·필리핀 등도 잇따라 금리를 동결하거나 소폭 인하하는 선에서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파키스탄 국채·기업채는 여전히 상대 고금리·고위험·고수익 자산으로 분류된다. SBP가 금리를 급격히 낮추지 않는 한 고금리 매력은 유지될 수 있으나, 물가가 급등할 경우 실질 수익률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6. 향후 전망
SBP가 명시적으로 ‘물가 안정 우선’ 원칙을 내세운 만큼, 향후 몇 차례의 정책 회의에서도 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단, 농업 생산 복구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거나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을 되찾을 경우, 연말 이전 점진적 인하 시나리오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특히 11월께 발표될 3분기 GDP 성장률과 CPI 변동률이 통화정책 방향 결정에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만약 성장률이 기대치를 웃도는 반면 물가가 안정세를 보인다면 SBP는 2026년 상반기를 목표로 ‘관리된 인하’에 나설 수 있다. 반대로 식품·에너지 가격이 재차 급등한다면 동결이나 소폭 인상 카드가 다시 꺼내들어질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번 11% 동결은 파키스탄이 당면한 거시경제 구조적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례다. 통화당국이 신중함을 유지하는 가운데, 재정당국·민간 부문·국제기구가 모두 협력해 구조개혁과 투자 촉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본 기사는 인베스팅닷컴 원문(“Pakistan’s central bank keeps key interest rate at 11%”)을 한국어로 번역·재구성한 것이며, 원문에 포함된 모든 수치·기관명·날짜를 그대로 옮겼다. 추가적인 통계치나 미확인 정보는 삽입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