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포인트
- 오라클의 공격적인 클라우드 투자가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 경영진은 향후 5년간 뚜렷한 수치 목표를 제시했다.
- 목표를 달성한다면 주가는 현 수준에서 2배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2025년 9월 15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사 오라클(티커: ORCL)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6% 급등해 시가총액 9,220억 달러를 기록했다. 불과 5년 전 2,000억 달러에도 못 미쳤던 몸값이 단숨에 1조 달러 문턱에 근접한 셈이다.
‘텐 타이탄즈(Ten Titans)’로 불리는 성장주 그룹(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애플·알파벳·아마존·브로드컴·메타 플랫폼스·오라클·테슬라·넷플릭스) 가운데, 이미 2조 달러를 돌파한 기업은 엔비디아ㆍ마이크로소프트ㆍ애플ㆍ알파벳ㆍ아마존 다섯 곳이다. 기사에 따르면 오라클은 2030년까지 2조 달러 클럽에 합류할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현재 2조 달러에 약 16% 모자란 브로드컴과 메타도 근시일 내에 해당 임계치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클라우드 인프라 성장 시나리오
오라클이 제시한 회계연도 2026년 1분기(2025년 9월 9일 발표)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OCI) 매출은 현 회계연도 180억 달러에서 2030년 1,44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연평균 50%가 넘는 고성장을 전제한 수치다.
비교를 위해 2024년 기준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 매출을 살펴보면, 구글 클라우드 331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1,054억 달러, 아마존웹서비스(AWS) 1,080억 달러다. 오라클의 예측대로라면 4년 뒤 OCI 매출이 현재 AWS 규모를 넘어서는 셈이므로, 이는 올해 IT 업계가 제시한 전망 중 가장 공격적인 가이드라인으로 평가된다.
오라클은 백로그(수주 잔고) 해소를 위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증설 중이다. 최근 분기 실적 발표에서 오라클은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 등 3대 하이퍼스케일러와 협력해 멀티클라우드 데이터센터 37곳을 추가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총 71곳으로 확대된다. 2025년 6월 기준 23곳이 가동 중이며 12개월 내에 47곳이 새로 지어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어, 지난 분기 동안 10곳을 추가 가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별도로 AI 작업 및 전용 데이터베이스 서비스(Exadata)를 위한 독립형 데이터센터도 건설 중이다.
차세대 데이터센터의 경쟁력
오라클 데이터센터는 RDMA(Remote Direct Memory Access) 기반 마이크로초 단위 지연(cluster networking)을 통해 50% 개선된 가격 대비 성능 및 고성능컴퓨팅(HPC) 작업 시 3.5배 시간 절감 효과를 제공한다고 회사 측은 강조한다.
RDMA는 네트워크를 거치면서도 CPU 개입 없이 서버 간 메모리를 직접 읽고 쓸 수 있게 해 주는 기술로, 지연 시간을 극단적으로 줄여준다. HPC나 대규모 AI 모델 학습처럼 데이터 전송량이 막대한 워크로드에서 성능 향상에 결정적이다. 오라클은 이러한 RDMA 기술을 ‘베어메탈 인스턴스’와 결합해 타사 대비 경쟁력 있는 가격 정책을 제시한다.
전문가들은 오라클이 브로드컴과 유사한 위치를 선점했다고 분석한다. 브로드컴이 맞춤형 AI 칩(XPU)으로 엔비디아와 ‘경쟁이자 협력’ 관계를 형성하듯, 오라클 역시 기존 클라우드 강자들과 부분적 경쟁이면서도 상호보완적 관계를 구축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2조 달러 행진, 그러나 가시밭길도 존재
아마존 시가총액 2조 4,600억 달러 중 AWS 가치만 1조 5,000억 달러로 추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OCI만으로도 2조 달러 가치 평가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오라클이 2030년까지 목표를 근접 달성한다면 전체 시총 역시 2조 달러를 돌파할 공산이 크다.
관건은 막대한 선투자에 따른 비용 구조다. 현재 오라클은 데이터센터 신증설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 중이어서 수익성 지표만 놓고 보면 실적이 부침을 겪는다. 하지만 인프라 확충이 일단락되면, 자본적 지출 감소→영업이익률 개선→현금흐름 확대라는 선순환 루프가 가능하다.
투자자 입장에서 오라클 주식은 클라우드 시장 재편을 장기적으로 확신할 경우 매수·보유 전략이 유효하다. 반면, 막대한 백로그가 실제 매출로 전환돼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확인하고 투자’하려는 신중파라면 관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 RDMA: 원격 시스템의 메모리에 CPU 개입 없이 직접 접근해 네트워크 지연 시간을 최소화하는 기술.
• 베어메탈 인스턴스: 가상화 계층 없이 물리 서버 자원을 단독으로 활용하는 형태.
• HPC: 과학·공학 계산처럼 막대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해야 하는 고성능컴퓨팅 영역.
• 멀티클라우드: 두 개 이상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조합해 사용하는 전략.
“오라클이 내세운 수치는 올해 어떤 기술 기업이 발표한 가이던스보다도 가장 과감하다.”
시장관계자들은 오라클의 ‘대담한 수치’가 현실화되기까지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텐 타이탄즈’를 이끄는 다른 빅테크와 어깨를 나란히 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만은 부인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