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유럽중앙은행(ECB)의 평균 인플레이션 목표가 정책의 중심축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오스트리아 정책입안자 마틴 코허(Martin Kocher)는 유로존 회원국 간 인플레이션율이 장기적으로 더 벌어지는 사태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9월 1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코허는 오스트리아 일간지 디 프레세(Die Presse)와의 인터뷰에서 “프랑크푸르트에서 중요한 것은 유럽 경제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으며 유로존 전체의 평균 인플레이션율이 얼마인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유럽에서 인플레이션율이 더 이상 벌어지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장기적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회원국별 인플레이션이 큰 격차를 보이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그는 재차 강조했다.
ECB는 2021년 전략 검토 이후 중기적으로 2%에 근접하되 이를 약간 상회할 수 있는 대칭적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회원국 간 물가상승률이 지나치게 벌어져 단일 통화정책의 효과가 희석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실제로 남유럽과 북유럽 국가는 경제 구조가 달라 서로 다른 인플레이션 경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마틴 코허는 오스트리아 노동·경제 장관으로,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Eurogroup)에도 정기적으로 참석한다. 중앙은행 통화정책 위원은 아니지만, “실물경제 관점에서 인플레이션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해 온 인물이다.
유로화 도입 초기인 2000년대 중반, 독일은 저인플레이션 환경에 놓인 반면 스페인·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는 높은 물가상승을 경험했다. 이러한 괴리가 2009년 이후 유럽 재정위기의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ECB는 국가별 인플레이션 격차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별 물가상승률을 일정 범위로 묶지 못하면 통화정책 전송경로가 왜곡돼 단일금리 체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2022년 이후 에너지 가격 충격과 공급망 불안은 각국의 에너지 믹스·임금협상 구조·재정정책 여력 등에 따라 상이한 인플레이션 경로를 야기했다.
용어 해설
평균 인플레이션(Average inflation)은 유로존 20개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가중평균한 값으로 ECB 통화정책의 핵심 지표다. 반면 인플레이션 분산(Inflation dispersion)은 국가별 CPI 상승률 차이의 표준편차를 뜻하며, 분산이 클수록 정책 일관성이 떨어질 우려가 커진다.
코허의 발언은 단순히 물가 목표치를 언급한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회원국마다 다른 경제 현실을 안고 있지만, 동일한 통화정책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며 조정이 필요할 경우 공동 재정정책이나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고 시사했다.
필자 의견: 이번 인터뷰는 ECB 내부에서 부상하는 ‘탈동조화(Decoupling)’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을 반영한다. 평균 물가 목표만으로는 금융 조건이 균등하게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당국이 국가별 재정 기조·임금협상 체계·에너지 구조 등을 고려한 새로운 도구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