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시계 제조업체 스와치 그룹(Swatch Group)이 미국 시장에서 제품 가격을 최대 15%까지 올리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스위스산 수입품에 대해 39%의 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조치다.
2025년 9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스와치 그룹 최고경영자(CEO) 닉 하이예크(Nick Hayek)는 스위스 일요신문 ‘NZZ 암 존탁(NZZ am Sonntag)’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 가격 인상 계획을 공식 확인했다.
하이예크 CEO는 “브랜드별로 5%에서 15% 사이에서 가격을 조정할 예정”이라면서 “이전 관세율과 현재 39% 관세율 간 격차를 이전가격(Transfer Price)·마진·제품 원가 조정으로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캐나다와 멕시코에도 강력한 판매 네트워크가 있어, 미국 소비자들이 대체 구매처를 찾을 가능성도 있다”며 북미 전역의 시장 다변화를 언급했다.
하이예크 CEO는 카리브해 항로의 수백 척 크루즈선 면세점에도 스와치 제품이 입점해 있다고 덧붙이며 “해당 채널을 통해 관세 부담 없는 구매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8월 말 기준, 미국 시장에서 모든 브랜드 매출이 현지 통화 기준 약 15% 증가했다. 가격 인상 이후에도 미국 소비자는 여전히 구매를 이어가고 있다.” — 닉 하이예크 CEO
스와치는 관세 정책을 풍자한 특별 한정판 시계도 출시했다. 최근 선보인 ‘문스와치 문샤인 골드(MoonSwatch Moonshine Gold)’는 출시가가 400달러였으나 현재 450달러로 올라 있다.
하이예크 CEO는 “미국 고객들이 가격 인상을 달가워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조치가 스와치의 잘못이 아니라 미국 정부 정책 때문이라는 점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 용어 해설 및 시장 영향
이전가격(Transfer Price)은 다국적 기업이 국가 간 자회사·지사 사이에서 상품·서비스를 거래할 때 적용하는 내부 거래가격을 뜻한다. 이를 활용하면 관세·세무 부담을 조정할 수 있으나, 관세율이 급등하면 내부 가격 조정만으로는 비용 상승을 상쇄하기 어렵다.
스와치처럼 패션·럭셔리 시계 브랜드는 일반 소비재보다 가격 탄력성이 낮아, 일정 정도의 가격 인상에도 고객 수요가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39%라는 고율 관세가 장기화될 경우, 병행수입 증가·회색시장(Gray Market) 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전문가 시각
스위스 시계 산업은 이미 홍콩·중국 시장 둔화로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 비중은 더욱 중요해졌는데, 이번 관세 인상은 수익성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저가 세그먼트를 다수 보유한 스와치는 가격 경쟁력 유지가 필수적이지만, 고가 브랜드(오메가·블랑팡 등)는 브랜드 파워로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한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이 스위스·유럽 연합(EU)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시계·주얼리 업계 전반의 가격 재조정 및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기업 개요 및 향후 전망
스와치 그룹은 오메가·롱진·티쏘 등을 보유한 글로벌 시계 1위 제조업체다. 2024 회계연도 매출 75억 스위스프랑, 영업이익률 17%를 기록하며 견조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통화 강세·관세 장벽·소비 둔화 등 대외 변수에 직면해 있어, 주가 변동성과 투자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이번 가격 인상 효과가 미국 소비자 수요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은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가시화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가격 전가율(Pass-through Rate)과 판매량·이익률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