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호주 금융권 최대 노조인 파이낸스 섹터 유니온(Finance Sector Union·FSU)이 15일 호주 공정근로위원회(Fair Work Commission)에 긴급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호주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시가총액 기준 가장 작은 ANZ그룹(ANZ Group)이 3,500명을 감원하기로 한 계획에 대해 “당사자와의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2025년 9월 15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노조는 ANZ를 “위기에 빠진 은행”으로 규정하며, 수천 가구가 장래를 알지 못한 채 ‘암흑 속’에 방치됐다고 비판했다. 노조 측은 특히 “경영진이 보너스를 지키는 동안 노동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는 강한 표현을 사용하며 중재 필요성을 강조했다.
FSU는 성명에서 “우리가 ANZ를 공정근로위원회로 가져간 이유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정직성과 확실성을 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해당 위원회는 호주 전체 고용 관계를 감독·조정하는 준사법 기구로, 기업·노동자 간 분쟁 발생 시 강제 중재 및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다.
ANZ의 대규모 구조조정 배경
ANZ는 불과 일주일 전 “운영을 단순화하고 핵심 우선순위에 집중하기 위해”라는 명분으로 3,500명 감원을 포함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세부 일정, 대상 부서, 전환 지원책 등에 관한 구체적 설명이 부족해 이해당사자의 반발을 샀다.
“노조와 실질적 협의를 거쳤다”는 은행 측 입장과 달리, 현장 직원들은 “메일 한 통으로 해고 사실을 알게 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ANZ는 이날 로이터의 질의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노조는 이를 두고 소통 부재이자 금융 산업 전반 신뢰 훼손 요소라고 주장한다.
호주 금융산업‧노동시장 파장
ANZ의 감원 규모 3,500명은 단일 기업 기준으로 최근 5년 새 최대 수준이다. 호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금융·보험업 전체 종사자(약 47만 명)의 0.7%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 가속과 금리 변동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구조조정 배경으로 지목한다. 그러나 노조는 “효율성 개선이라는 명분 뒤에 숨은 비용 절감”이라며 “은행이 막대한 배당과 임원 보수를 유지하기 위한 희생”으로 해석한다.
공정근로위원회의 판정은 대법원급 구속력을 갖기 때문에, 결정에 따라 ANZ의 감원 일정이 중단되거나, 추가 협상·보상안이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 노동법 전문가인 시드니대학교 존 커티스 교수는 “위원회가 ‘충분한 사전 협의’ 의무 위반을 인정할 경우, 징벌적 벌금과 이행 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ANZ, ‘사상 최대’ 벌금 2억4,000만 호주달러에 합의
한편 같은 날 ANZ는 또 다른 악재에 직면했다. 호주 증권투자위원회(ASIC)는 정부 채권 거래에서의 ‘부당 행위’ 및 사망 고객 대상 수수료 부과 등 ‘시스템적 실패(Systemic failures)’ 사례를 들어, 단일 기관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2억4,000만 호주달러(미화 약 1억5,991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은행은 이를 전액 납부하기로 합의했다.
해당 금액은 2024 회계연도 ANZ 순이익(71억 호주달러)의 약 3.4%에 이른다. 로이터는 “벌금과 대규모 감원으로 투자자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시장 반응을 전했다.
용어‧기관 설명
1 공정근로위원회(Fair Work Commission)는 호주의 국가 차원 노동관계 재판소로, 임금‧근로조건‧해고 분쟁 조정 및 중재 권한을 가진다.
2 ASIC(Australian Securities and Investments Commission)은 금융시장 감독을 담당하는 연방정부 기관이다.
3 ‘시스템적 실패(Systemic failure)’는 조직 내부 통제 미비로 인한 반복적・광범위한 위법·위반 행위를 의미한다.
전망 및 시장 반응
금융 애널리스트들은 감원 효과가 분명해지려면 최소 12~18개월이 걸릴 것으로 본다. 또한 고령 고객층을 중심으로 지점 폐쇄에 따른 접근성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ANZ 주가는 전일 대비 0.8% 하락에 그치며 제한적 충격을 보였다. 시장 관계자들은 “조직 개편이 비용 절감과 디지털 역량 강화로 이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주주가치가 개선될 여지도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노조는 “단순 비용 절감 논리가 아닌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야 한다”며, 금융서비스 접근성 약화를 막기 위한 정부·의회 차원의 정책적 개입도 요구하고 있다.
관련 법적 절차 일정
공정근로위원회는 9월 셋째 주 내 양측(ANZ·FSU)을 소환해 첫 조정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조정 실패 시 공식 심문(Full Bench hearing)으로 절차가 넘어가며, 모든 서류와 증언이 공개 기록으로 남는다. 판정까지 평균 30~60일이 소요된다.
한편 ASIC의 벌금 부과 건은 연방법원 비준을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승인 과정에서 은행 측이 개선 계획을 추가로 제시할 경우, 일부 조건부 감경 가능성도 남아 있다.
결론
ANZ가 대규모 구조조정과 사상 최대 벌금이라는 이중 악재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향후 금융시장과 노동시장 모두의 관심사다. 특히 공정근로위원회의 조정 결과에 따라, 호주 은행권 전반의 인력 구조조정 관행과 노사 관계 프레임이 재정립될 가능성이 있다. 노조는 “이번 판정이 선례가 될 것”이라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투자자들은 “장기적 불확실성 해소 여부”를 지켜보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