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라인메탈, 뤼르센 그룹 해군조선 자회사 NVL 인수 추진

[독일 방산업계 빅딜 성사 임박] 독일 뒤셀도르프에 본사를 둔 라인메탈(Rheinmetall AG)이 함정 전문조선사 엔브이엘(Naval Vessels Lürssen·NVL) 인수를 공식 발표했다.

2025년 9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라인메탈은 NVL의 모기업인 뤼르센 그룹(Lürssen Group)과 지분 양수 계약을 체결했으며, 규제 당국의 승인을 전제로 2026년 초 거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계약 금액은 비공개이지만, 이번 인수를 통해 라인메탈은 자사의 육·공군 중심 방위체계 포트폴리오함정 건조 및 해군 시스템을 추가하게 된다. 회사 측은 보도자료에서 ‘현재 국제 분쟁 양상은 해군력 강화의 중요성을 재차 입증하고 있으며, 당사는 고성능 통합 솔루션으로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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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VL은 2024년 매출 약 10억 유로를 기록했으며, 2,1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독일 북부 함부르크의 블롬+포스(Blohm+Voss), 포겔스트의 페네-베르프트(Peene-Werft)네 개의 조선소를 운영한다. 전신인 ‘뤼르센 디펜스’ 시절부터 세계 50개국 해군과 해안경비대를 위해 총 1,000척 가량의 선박을 건조한 경험을 보유한다.

라인메탈은 하노버·킬 지역에 분포한 자사 차륜·궤도 차량 생산 시설과 NVL의 북부 조선 인프라 사이에 공간·기술적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는 NVL의 설계·용접·함체 통합 노하우를 활용해 자사 무인 수상정, 해군용 레이더 플랫폼 등 신규 프로그램의 생산 능력 확장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용어 설명: ‘시너지’는 두 기업 결합으로 인해 단순 합계 이상의 성과가 창출되는 효과를 뜻한다. ‘규제 승인’은 경쟁당국이나 국가안보 관련 부처가 기업결합으로 인한 시장 독점, 기술 유출 가능성을 검토·허가하는 절차다.

독일 정부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방위비 1,000억 유로 특별기금을 조성해 자국 방산기업에 대한 발주를 확대하고 있다. 해군 부문에서는 F126 다목적 프리깃, 212CD 차세대 잠수함 등 굵직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며, 라인메탈-NVL 결합은 이러한 국내 수요를 흡수함과 동시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향 수출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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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들은 라인메탈이 2023년 인덱스 편입 이후 DAX 40에서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음을 지적하며, 해군 부문 진입이 멀티도메인 방산기업으로의 포지셔닝을 완성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면, 일부에서는 대규모 통합으로 인한 초기 비용 증가와 함정사업 특유의 장기 개발 사이클을 리스크로 꼽는다.

거래 종결 전까지 독일 연방카르텔청(Bundeskartellamt)과 연방경제기후보호부(BMWK)가 안보·경쟁성 심사를 진행하며, EU 집행위원회도 합병 규정(EUMR)에 따른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라인메탈은 ‘양사 기술 자산은 상호보완적이므로 시장 지배력 우려는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라인메탈은 ‘육·공·해 전 영역에서 방산 솔루션을 제공하는 유럽형 종합 방위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 협상 진척 상황은 추후 규제 승인 결과에 따라 변동될 수 있지만, 방산업계는 독일 내부에서 해상·지상 역량을 동시에 갖춘 ‘챔피언 기업’ 탄생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NVL이 과거 건조한 대표 선박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 해군의 알-자바르급 다목적 코르벳, 독일 해군의 F125급 프리깃, 브라질 해군의 타마랑다레급 호위함 등이 있다. 특히 F125 프로그램은 자동화·장기파병 개념을 적용해 국제 해군조선 시장에서 혁신 사례로 꼽힌다.

라인메탈은 자사 포탑·센서·지휘통제(C2) 시스템을 NVL의 플랫폼에 통합해 완제품(턴키) 형태로 수출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해상 전투체계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통합 공급자는 고객의 후속 운용 비용까지 최적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이 최종 성사되면, 라인메탈은 독일 조선사 중 유일하게 육상 장갑차·포병·탄약해상 플랫폼을 동시에 제공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는 프랑스의 나발 그룹(Naval Group),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Fincantieri) 등 유럽 방산조선사와의 경쟁 구도를 재편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NVL 직원 대표위원회는 고용 유지 및 지역경제 기여를 조건으로 인수안을 지지한다고 밝혔으며, 노조 측은 ‘기술력과 숙련 인력이 그대로 남아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