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미국, 트럼프 국빈방문 계기 기술·원자력 협력 및 철강 관세 최종 타결 박차

영국과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례 없는 두 번째 국빈방문을 계기로 기술·원자력 분야 협정을 공식 발표하고, 이른바 ‘간판 성과’로 꼽히는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하를 최종 확정할 전망이다.

2025년 9월 1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국빈방문은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추진해 온 대미 통상전략의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17일(수) 런던에 도착해 버킹엄궁 마차행렬, 왕궁 만찬, 군 항공기 편대비행, 축포 의식 등 영국 왕실 특유의 화려한 의전을 풀코스로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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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는 왕실의 ‘소프트 파워(연성 권력)’를 활용해 방위·안보·에너지 협력 강화라는 실리를 얻겠다는 의도다. ‘소프트 파워’란 군사력이나 경제제재가 아닌 문화·가치·외교력 등을 통한 영향력을 뜻한다.


◼︎ 기술 파트너십·원자력 협정 서명

영국 총리 대변인은 “양국 정상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동맹대규모 민간 원자력 협정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민간 원자력(civil nuclear)’은 군사용이 아닌 원전 설계·연료주기·방폐물 관리 등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필요한 상업적 원자력 산업 전반을 가리킨다.

18일(목) 치커스 총리 별장에서는 키어 스타머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 글로벌 공급망, 인도·태평양 안보까지 포괄하는 심도 깊은 회담을 갖고 철강·알루미늄 관세율 인하에 최종 서명할 계획이다.


◼︎ 관세 협상 배경과 세부 내용

스타머 총리는 지난해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먼저 자동차·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낮추는 ‘미니 딜’을 타결한 바 있다. 자동차 관세는 6월 이미 세부사항이 확정됐지만 철강·알루미늄은 아직 세부 문안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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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카일 영국 기업부 장관은 14일 BBC 인터뷰에서 “철강 문제에 관해서는 최대한 이른 시점에 발표하도록 하겠다”며 구체적 타임라인을 시사했다.


◼︎ 12억 5,000만 파운드 美 투자 유치

이번 방문을 앞두고 영국 정부는 페이팔,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으로부터 총 12억 5,000만 파운드(미화 약 16억 9,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를 발표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엔비디아·오픈AI 역시 기술 협정의 일환으로 신규 투자를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코어위브(CoreWeave)도 이번 주 중 영국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 만델슨 경질 파문과 방미 조율

스타머 총리실은 “영국 관료 대표단이 16일(월) 미국으로 향해 방문 마무리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피터 만델슨 주미 대사가 제프리 엡스타인 연루 의혹으로 전격 경질되면서 일정 조율이 복잡해졌다는 후문이다.

엡스타인은 2019년 미성년자 성범죄로 기소된 뒤 수감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인물로, 글로벌 정·재계 인사들과 관리들이 연루돼 파장이 컸다.

불과 1년 전 ‘가장 선망받는 외교직’으로 불린 주미 대사에 임명했던 만델슨을 해임한 것은 스타머 정부에 적잖은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


◼︎ 두 달 새 두 번째 방문…문화·스포츠 협력도 확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말 스코틀랜드 골프장에서 시간을 보낸 지 채 두 달이 안 돼 다시 영국을 찾는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이번 일정에는 농구 저변 확대, 문화·유산기관 교류 등 문화적 연대 강화 방안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 전문가 시각: 영·미 ‘골든 브리지’ 재건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전통적 동맹인 미국과의 특수관계를 ‘골든 브리지’로 표현하며 경제·안보 협력을 복원하려 애써 왔다. 이번 협정들은 양국 간 무역 장벽을 낮춰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고, 원자력·AI·반도체 등 첨단기술 공급망을 공동 구축하는 테스트베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민간 원자력 협력이 가시화될 경우, 원전 노후화와 에너지 가격 급등에 시달리는 영국에 에너지 주권 확보라는 장기적 이득이 돌아갈 전망이다. 동시에 미국은 고부가가치 원전 기술과 부품 수출로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이번 국빈방문은 관세·투자·기술·문화 등 전방위 이슈를 패키지로 묶어 ‘동맹 재설계’ 수준의 변화를 시도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환율 기준: 1달러 = 0.7377파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