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Z, 채권 거래 ‘부당 행위’ 인정… 호주 증권감독원과 2억4천만 호주달러 합의

ANZ 은행, 채권 시장 조작 혐의 합의

©로이터 통신 원문 번역

ANZ 그룹(호주뉴질랜드은행그룹)이 자사 채권 거래 서비스에서 ‘unconscionable conduct(부당·비양심적 행위)’를 인정하고, 호주 증권투자위원회(ASIC)와 A$2억4천만(미화 약 1억5,950만 달러) 규모의 벌금·과징금 지불에 합의했다.

2025년 9월 1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연방 법원의 최종 승인을 조건으로 하며, 은행 내 ‘호주 마켓 & 리테일 사업부’에서 진행 중이던 5건의 별도 규제 조사*를 일괄 타결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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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조사 대상은 호주 국채 발행 과정에서의 시장 조작채권 거래 데이터 허위 보고가 핵심이다. 특히 ANZ 직원들은 국채 발행 시 호가를 조작해 시장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행위는 공정·투명성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호주 금융 규제 역사상 손꼽히는 고액 벌금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핵심 인물·기관 발언

호주 리테일 부문에서 비재무적 리스크 관리가 미흡했다는 점이 명백하다” — 누노 마토스(Nuno Matos) ANZ 최고경영자(CEO)

마토스 CEO는 “핵심 우선순위에 집중하고 고객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시에 2025년 9월 30일까지 호주 건전성 규제기관(APRA)에 ‘Root Cause Remediation Plan(근본원인 시정 계획)’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 이행에만 A$1억5천만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2026 회계연도 중 기타 프로젝트를 축소해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용어 해설: ‘Unconscionable Conduct’란?

Unconscionable conduct는 호주 소비자법(Competition and Consumer Act)·기업법(Corporations Act)에서 규정하는 개념으로, ‘양심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한 상행위’를 가리킨다. 단순 위반(모범 규제 위반)을 넘어선 중대한 법규 위반으로 간주돼, 고액 벌금 및 경영진 책임 추궁이 뒤따른다.


배경과 파장

ANZ는 과거에도 채권 트레이더 일탈 행위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2020년대 초 언론 보도를 통해 “거래 호가 담합” “매매 기록 미조정” 의혹이 제기되자, 은행은 해당 직원을 정직·해고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 조직 차원의 통제 부실이 광범위한 문제로 확인돼, ANZ의 ‘리스크 문화’가 도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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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전문가들은 “세계 중앙은행 금리 인상기, 채권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은행들의 내부통제 리스크가 증폭되고 있다”며, 이번 사례가 국제 공조 규제 강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향후 일정 및 재무 영향

법원의 최종 승인 절차는 수주 내 마무리될 전망이다. 승인 즉시 ANZ는 규제 미준수 충당금 차감 및 순이익 감소를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애널리스트들은 2026 회계연도 이익 전망치를 1~2%가량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근본원인 시정 계획 비용을 포함하면, 총 규제 관련 현금 유출액은 A$3억9천만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거시적 의미

이번 제재는 호주 4대 시중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을 다시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최근 ▲바젤Ⅲ 최종규칙 도입 ▲글로벌 자금세탁방지(AML) 기준 강화 등 복합 규제 환경 속에서, 은행들은 비재무적 리스크(Non-Financial Risk, NFR) 관리 역량 강화에 막대한 투자를 요구받고 있다.

특히 데이터 정확성·투명성에 대한 시장·규제기관의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트레이딩 시스템 자동화·AI 기반 모니터링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내 금융 IT 기업 및 레그테크(RegTech) 기업에 새로운 성장 기회로 연결될 수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 의견

Sydney-based 금융 컨설팅사 ‘맥도널드 파트너스’의 리사 맥도널드 이사는 “이번 사건은 호주 금융권에 ‘기업문화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을 재확인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간 주가에 부정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거버넌스 수준 제고가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환율 참고

기사 작성 시점 기준 1미국달러=1.5047호주달러가 적용됐다. 이에 따라 2억4천만 호주달러는 약 1억5,950만 미국달러에 해당한다.


기자 해설

이번 사건은 채권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과 투자자 신뢰를 동시에 흔든 사례다. 기자가 취재한 복수의 기관 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조차 호가 조작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실시간 거래 데이터를 활용해 자체 검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아울러, 영국·미국 등에서도 리보(LIBOR)·외환(FX) 스캔들처럼 시장 조작 사례가 반복되어 왔다. 따라서 글로벌 은행들은 ‘문화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새로운 인센티브 설계와 내부고발 채널 강화가 필수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