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앞둔 많은 이들이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내가 은퇴 후에 써도 되는 돈은 과연 얼마일까?”이다. 이는 곧 ‘나의 숫자(은퇴 적정 자산)’를 의미하며, 노후 생활의 청사진을 그리는 핵심 지표다. 그러나 아무리 촘촘하게 계획을 세웠다 해도 몇 가지 잘못된 돈 습관이 재정 안정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
2025년 9월 14일, 나스닥닷컴(Nasdaq.com)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개인재무 전문 매체 ‘고뱅킹레이츠(GOBankingRates)’는 생성형 인공지능 ChatGPT에게 은퇴자 재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습관을 물었다. AI가 지목한 다섯 가지 문제 관행은 고금리 부채 상환 지연·사회보장연금 조기 수령·의료비 과소 추정·생활 규모 미조정·긴급자금 부족으로 요약된다.
다음은 각 항목별 핵심 내용과 전문가·기관 자료를 토대로 정리한 위험 요인 및 대응 전략이다.
1. 고금리 신용카드 부채 유지
고금리 부채는 어떤 가계에도 치명적이지만, 고정 소득 위주로 생활하는 은퇴자에게는 수익 창출 기회가 제한된다는 점에서 위험이 배가된다.
EBRI(미국 직원복리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은퇴자 부채 보유자 중 70%가 신용카드 빚을 안고 있으며, 이는 생활비 여유를 급격히 떨어뜨린다.
ChatGPT는 “은퇴 전 부채를 최대한 상환하고, 이미 은퇴했다면 고금리 잔액부터 우선 정리하거나 저금리 대환(밸런스 트랜스퍼·채무 통합)을 검토하라”고 제안했다. 특히 연 20% 내외의 카드 이자는 연금 수익률을 단숨에 잠식할 수 있으므로, 은퇴 설계의 첫 단추로 부채 제로를 목표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2.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 조기 수령
사회보장연금은 미국 65세 이상 인구 소득의 평균 30%를 차지한다(SSA 자료). 하지만 만 62세부터 조기 수령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서둘러 신청하면, 출생연도에 따라 최소 25% 이상 평생 감액된다.
CSA(Full Retirement Age·정식 은퇴 연령)까지 기다리면 월급여가 최대 100% 지급되며, 70세까지 지연 시 최대 124%까지 늘어난다. ChatGPT는 “건강 문제나 저축 부족 등 특수 사정이 아니라면 가능한 한 늦게 신청해 현금흐름을 극대화하라”고 권고했다.
※ 용어 설명
• FRA(Full Retirement Age) – 출생연도별로 66~67세 범위에서 결정되는 미국 사회보장제도의 정식 은퇴 연령.
• Delayed Retirement Credits – 70세까지 연금 수령을 미루면 월 급여가 매년 8%씩 증가하는 인센티브 제도다.
3. 의료비 과소 추정
헬스케어 비용은 은퇴 재무계획에서 가장 과소평가되기 쉬운 항목이다.
피델리티(Fidelity) 연구는 2025년 기준, 65세에 은퇴하는 부부가 앞으로 17만2,500달러를 의료비로 지출할 것으로 추산했다.
Medicare(정부 노령의료보험)가 있다고 해도, 치과·안경·장기요양 같은 비포함 분야는 전액 본인 부담이다.
이에 대해 ChatGPT는 “HSA(건강저축계좌)·보충의료보험·장기요양보험 등을 조기 가입해 지출 충격을 완화하라”고 조언했다. 한국 독자 입장에서 HSA는 연 65세 이전 고용 시 불입 가능하며, 나중에 의료비로 인출할 때 세금이 면제되는 미국식 절세 계좌로 이해하면 된다.
4. 생활 규모 미조정(다운사이징 실패)
은퇴 후에는 출퇴근이 없어지고 가족 구조도 변하면서, 넓은 주거공간이나 차량 2~3대가 더는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ChatGPT는 “큰 집 유지비나 값비싼 취미가 저금리 시대에도 자산을 지속적으로 잠식할 수 있음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주택을 작은 평수로 옮기거나, 보험·자동차·여가비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해 고정지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생활수준을 현실적으로 ‘리셋’하지 못하면 투자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아무리 높아도 원금이 빨리 소진될 수 있다.
5. 긴급자금(Emergency Fund) 부족
에어컨 교체·차량 엔진 수리 같은 갑작스러운 지출은 은퇴 이후에도 계속 발생한다. 저명한 재정 전문가 수지 오먼(Suze Orman)은 “은퇴자는 최소 12개월치 생활비에 해당하는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라”고 조언한다.
ChatGPT 역시 “시장 하락기 등에 예비비가 부족하면 시점이 나쁜 상태에서 은퇴계좌를 인출해 손실을 확대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비비를 머니마켓펀드·단기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배치해두면, 경기 변동성에도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충당할 수 있다.
전문가 시사점 및 체크리스트
위 5가지 리스크는 ‘소득 정체’와 ‘수명 연장’이라는 현대 은퇴 환경의 구조적 한계와 직결된다. 해법은 다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부채 제로 전략. 신용카드와 각종 할부금은 은퇴 전까지 최대한 상환해 순수익률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현금흐름 극대화. 사회보장연금·연금저축·즉시연금 등 다층적 소득원을 활용해 ‘매월 고정 현금’을 최대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셋째, 지출의 유연성. 주거·교통·여가 등 비필수 영역의 예산을 수시로 점검해 물가 상승·건강 악화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 EBRI 2024년 ‘Spending in Retirement Study’ 참고. 기사에 인용된 수치는 모두 미국 달러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