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에 따라 코코아 선물 가격 하락

코코아 선물 시장이 달러 강세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12월물 ICE 뉴욕 코코아(CCZ25)는 전 거래일 대비 -108포인트(-1.43%) 떨어진 채 마감했다. 같은 기간 ICE 런던 코코아 12월물(CAZ25) 역시 -90포인트(-1.73%) 하락했다.

2025년 9월 1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 달러화 지수(DXY00)가 강세를 보이자, 투기적 순매수 포지션을 정리하려는 롱 리퀴데이션(long liquidation)이 촉발돼 코코아 가격이 압박을 받았다. 환율 변동은 원자재 시장 전반에 걸쳐 가격 결정 요인의 핵심으로 작용하며, 달러가 오르면 달러 표시 상품의 상대적 가격 매력이 떨어지는 구조다.

하락 하루 전인 목요일에는 서아프리카 산지의 기상 악화가 부각되며 1주 만의 고점을 터치했으나, 금요일 장에서는 달러 영향력이 이를 상쇄했다. 아이보리코스트의 폭우로 인해 농부들의 현장 접근성이 떨어졌고, 포트(항구)로 향하는 수송 물량도 축소됐다. 반면 가나와 나이지리아는 건조한 날씨 탓에 코코아 꼬투리(cocoa pod)가 시들어 수확량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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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 감독 하에 미국 항만에 보관 중인 코코아 재고는 4.25개월 만의 최저치인 2,092,823 자루로 감소”

라는 통계는 공급 타이트닝(tightening)에 대한 시장 불안을 다시 키우고 있다.

아이보리코스트 수출 속도 둔화도 주가를 떠받치는 요인이다. 현지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4/25 마케팅 연도(10월 1일~9월 7일) 누적 선적량은 181만 t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으나, 지난해 12월 기록한 전년 대비 35% 급증세와 비교하면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반면 지난 화요일 코코아 선물은 1.5개월 저점까지 추락했다. 높은 원자재 가격과 관세가 초콜릿 수요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스위스 초콜릿 업체 린트&슈프륀글리(Lindt & Sprüngli AG)는 7월 실적 발표에서 상반기 매출 부진을 이유로 연간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했고, 바리 칼리바우트(Barry Callebaut AG) 역시 올 들어 두 번째로 판매량 전망을 낮췄다.

시장 일각에서는 올해 서아프리카 작황이 양호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몬델리즈(Mondelez)는 최근 팟 카운트(pod count) 조사 결과, 서아프리카 코코아 나무의 꼬투리 숫자가 최근 5년 평균 대비 7% 높고, 전년보다도 “유의미하게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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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공급 리스크와 기상 변수

지난달 코코아 가격은 두 달 만에 최고치를 찍은 바 있다. 60일 기준 강우량이 1979년 이래 가장 적은 기록을 나타내며 기상 이변에 따른 흑반병(black pod disease) 확산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특히 10월 시작되는 주 수확기(main crop)에 앞서 꼬투리 착과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지적됐다.

중간 수확기(mid-crop)가 진행 중인 아이보리코스트에서는 품질 저하가 문제로 떠올랐다. 라보뱅크(Rabobank) 분석에 따르면 늦은 우기로 인해 열매 성장 기간이 짧아지면서 품질이 떨어졌으며, 올해 중간 수확량은 40만 t으로 작년(44만 t) 대비 9% 감소가 예상된다.

나이지리아의 장기 생산 전망도 부정적이다. 나이지리아코코아협회는 2025/26 생산량이 30만5,000 t으로 1년 전보다 11% 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2024/25년산 예상 수출량은 34만4,000 t이며, 6월 한 달 동안 수출은 14,597 t으로 소폭(+0.9%) 늘었다.

수요 측면: 전 세계 그라인딩 감소

수요 부진은 코코아 시장의 하방 압력 요인이다. 7월 17일 유럽코코아협회(ECA)는 2분기 유럽 그라인딩(원두 분쇄) 물량이 전년 대비 7.2% 줄어든 331,762 t라고 발표했다. 아시아 코코아협회도 2분기 아시아 그라인딩이 17만6,644 t으로 16.3% 감소해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북미 지역 역시 101,865 t으로 2.8% 감소했으나, 아시아·유럽보다 하락 폭이 작았다.

공급 – 수요 균형 전망도 엇갈린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지난 5월 30일 2023/24 연도 글로벌 공급 부족을 -49만4,000 t으로 상향(2월 추정치는 -44만1,000 t)하며 “60년 만의 최대 적자”라고 평가했다. 다만 2024/25 연도에는 14만2,000 t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2월 예측을 유지했으며, 생산량은 7.8% 증가한 484만 t으로 전망했다.


전문가 시각 및 함의

달러 강세 → 상품 가격 하락이라는 고전적 상관관계가 재확인됐지만, 서아프리카 기상 리스크와 재고 감소, 그리고 장기적인 생산 불확실성은 시장 하방을 단단히 지지하는 양상이다. 투자자라면 단기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환율과 강우 패턴, 각국 수출 동향을 복합적으로 추적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라인딩 감소세가 장기 수요 둔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높은 가격에 대한 일시적 수요 위축인지 판별하는 것이 가격 방향성을 가늠할 핵심 변수다.

선물·옵션 시장 입문자를 위한 용어 해설
롱 리퀴데이션: 보유 중인 매수 포지션을 청산해 이익을 실현하거나 손실을 제한하는 행위.
스톡스-투-그라인딩 비율: 전 세계 재고를 연간 분쇄(소비)량으로 나눈 값으로, 낮을수록 공급 압박이 높다.
그라인딩: 코코아 원두를 분쇄해 코코아 리커(liquor)로 만드는 공정. 실질 초콜릿 수요 지표로 활용된다.

본 기사에서 언급한 자료는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필자는 해당 유가증권에 직·간접적으로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