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미국 정유 대장주 두 곳, 셰브론(Chevron Corp.)과 엑슨모빌(Exxon Mobil Corp.)의 장단점을 총괄적으로 분석하며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했다. 특히 셰브론의 헤스(Hess) 인수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18개월 내 자유현금흐름(FCF)이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2025년 9월 14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BoA는 셰브론의 목표주가를 종전 180달러에서 185달러로 2.8% 상향하고 투자의견 ‘매수(Buy)’를 유지했다. 반면 엑슨모빌은 ‘중립(Neutral)’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를 118달러에서 120달러로 소폭 높였다.
1. 헤스 인수로 ‘업스트림’ 비중 극대화
BoA는 “헤스 합병으로 셰브론의 2026년 업스트림(탐사·생산) 이익 비중이 83%에서 86%로 뛰었다”면서 “엑슨모빌의 업스트림 비중 67%와 대비된다”고 분석했다.
※ 업스트림: 원유·가스의 탐사·생산을 의미하며, 미드스트림·다운스트림과 함께 에너지 밸류체인을 구성한다.
두 회사의 업스트림 포트폴리오는 ‘셰일 40%·전통유전 25%·깊은바다(딥워터)와 액화천연가스(LNG) 각 12~15%’로 큰 틀에서 유사하다. 엑슨모빌은 퍼미언 분지에서 직접 운영 중인 유정 실적이 우수하지만, BoA는 “셰브론이 참여하는 대규모 비(非)운영 지분 또한 비슷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2. ‘미드사이클’ 논쟁과 밸류에이션 괴리
BoA 애널리스트들은 “화학(chems) 부문이 ‘미드사이클(중간 사이클 하단)’에 머무는 반면, 원유·정제(oil/refining)는 사이클 중간 부근이라 밸류에이션이 비슷할 경우 투자자들은 엑슨모빌에 좀 더 호감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이는 셰브론의 FCF 인플렉션(급증 구간)이 저평가돼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BoA 추정치에 따르면 셰브론의 주당 FCF는 2024년 7.6달러에서 2027년 말 17.4달러로 두 배 넘게 확대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엑슨모빌은 8.2달러에서 10.6달러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나, 2030년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3. ‘프리미엄’ 요인과 전략적 행보
BoA는 “화학(chems) 및 퍼미언 통합 시너지를 감안하면 엑슨모빌이 일정 프리미엄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양사 간 밸류에이션 격차는 점차 좁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엑슨모빌은 퍼미언 분지 내 추가 자산 인수를, 셰브론은 합작사 CPChem을 통한 다운스트림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헤스 인수를 통해 셰브론은 기존보다 한층 공격적인 성장 구간에 진입했고, 장기 프로젝트 가동과 자본지출(CapEx) 축소가 맞물려 2025~2027년 FCF가 눈에 띄게 급증할 것이다.” — BoA 에너지 리서치팀
4. 용어·개념 간단 정리
• 업스트림·미드스트림·다운스트림 : 원유·가스 산업의 가치사슬로, 탐사·생산(업스트림), 운송·저장(미드스트림), 정제·판매(다운스트림) 세 영역으로 나뉜다.
• FCF(자유현금흐름) :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에서 투자지출을 제외하고도 남는 현금. 배당, 자사주 매입, 부채 상환 여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 미드사이클 : 경기 또는 상품 가격 사이클에서 평균 수준에 해당하는 구간. 애널리스트들은 산업별 실적을 평가할 때 ‘피크(고점)·밸리(저점)·미드(중간)’를 구분해 밸류에이션을 판단한다.
5. 기자의 시각
두 기업 간 ‘구조적 프리미엄’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셰브론의 헤스 인수·프로젝트 가동 시점·CapEx 절감이라는 세 축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면 시장이 밸류에이션을 재평가할 여지가 충분하다. 반면 엑슨모빌은 퍼미언 통합·화학 부문 회복이 서서히 반영되며 장기 성장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관점에선 단기 FCF 레버리지가 필요한 경우 셰브론, 화학·셰일 통합 프리미엄에 주목한다면 엑슨모빌이 더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