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전략 집중 점검] 글로벌 투자은행과 주요 증권사가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엔비디아, 애플, 브로드컴, 오라클 등 핵심 기술기업에 대한 시각을 대거 조정했다. 분석가들은 각 사의 인공지능(AI) 성장 궤적과 밸류에이션을 재평가하며 목표주가 및 투자의견을 변경했으며, 이는 곧바로 시장 심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25년 9월 1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AI 인프라 수요가 가파르게 확대된다는 전제 아래 개별 종목의 실적 추정치와 멀티플을 다시 계산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가 ‘AI 성장에 대한 가장 저렴한 직접 투자처’로 꼽힌 반면, 애플은 단기 성장 모멘텀과 AI 혁신 부재를 이유로 잇달아 하향 조정을 받았다.
‘AI 슈퍼사이클’이라는 문구가 월가 보고서에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각 기업이 처한 환경과 매출 구조, 정책 리스크는 저마다 다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단순히 주가 흐름만이 아니라, 하이퍼스케일러(거대 클라우드 기업)의 설비투자(capex) 방향, 커스텀 애플리케이션 특수용 집적회로(ASIC)의 채택률, 미·중 무역 규제 등 복합 요인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엔비디아: ‘가장 저렴한’ AI 순수 플레이
D.A.데이비드슨은 엔비디아(NASDAQ: NVDA)를 중립(Neutral)에서 매수(Buy)로 상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210달러로 제시했다(종전 195달러). 애널리스트 길 루리아는 “AI 컴퓨트(연산) 수요의 폭발적 증가가 다른 모든 리스크를 압도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128배(2026회계연도 예상 PER)라는 멀티플이 연 40%에 달하는 이익 성장률을 감안할 때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 축소 가능성, 구글 TPU 등 커스텀 실리콘 경쟁, 중국 매출 둔화, 전력·반도체 공급망 제약 등은 여전히 주시해야 할 리스크로 꼽혔다. 그럼에도 루리아는 “궁극적으로 컴퓨트 수요의 기하급수적 증대가 모든 우려를 상쇄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애플: 밸류에이션 부담·AI 혁신 지연
필립증권은 애플(NASDAQ: AAPL)을 중립에서 감축(Reduce)으로 내리고 목표주가는 200달러로 유지했다. 애널리스트 헬레나 왕은 “관세, CAPEX(설비투자) 확대, 중국 시장 약세가 단기 역풍”이라며 “AI 혁신도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9월 9일 개최된 ‘Awe-Dropping’ 이벤트에서 초박형 iPhone Air(두께 5.6㎜)와 A19 Pro 칩을 탑재한 Pro·Pro Max 모델이 공개됐지만, 그는 이를 “점진적 개선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특히 새로운 Siri 개편이 2026년으로 미뤄졌다는 점을 들어 “애플이 AI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관세 및 생산비 상승 부담까지 자사 마진을 압박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6월 분기 애플의 총마진은 전년 대비 140bp 축소됐다.
바클레이즈: S&P 500 목표 상향·기술 섹터 긍정적
한편 바클레이즈는 2025년 말 S&P 500 지수 목표치를 6,450(이전 6,050)로, 2026년 목표치를 7,000(이전 6,700)으로 올렸다. EPS(주당순이익) 예상치를 2025년 268달러, 2026년 295달러로 각각 6·10달러 상향 조정했으며, 기술주 비중 확대를 권고했다.
전략가 베누 크리슈나는 “견조한 실적과 AI 기반 성장세가 노동시장 약화라는 거시 리스크를 상쇄한다”면서도 실업률 상승에 따른 변동성을 경고했다. 그는 연준의 세 차례 금리인하가 증시에 완충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즈호: 브로드컴 목표 410달러로 상향
미즈호증권은 브로드컴(NASDAQ: AVGO)의 목표주가를 410달러(종전 355달러)로 제시했다. 브로커는 AI 매출 전망을 2026년 390억 달러, 2027년 600억 달러, 2028년 750억 달러로 상향하며 “연평균 56% 성장”을 예측했다. 이는 컨센서스보다 8~13% 높은 수치다.
분석팀은 커스텀 ASIC과 스케일업·스케일아웃 네트워킹 플랫폼 확대가 핵심 동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구글·메타 등 하이퍼스케일러뿐 아니라 OpenAI, 애플, ARM까지 신규 고객층이 확대되고 있어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 중이다. 그 결과 2026년 잉여현금흐름이 4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라클: AI 인프라 ‘숨은 강자’로 부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오라클(NYSE: ORCL)을 매수(Buy)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368달러(종전 295달러)로 인상했다. 1분기 실적 발표 후 잔여 수행의무(RPO)가 전 분기 대비 230% 급증하며 OCI(Oracle Cloud Infrastructure)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근거다.
BofA 애널리스트 브래드 실스는 “오라클은 OpenAI, xAI, 메타, 엔비디아, AMD 등 톱티어 AI 고객을 확보하며 AI 인프라 시장의 핵심 주체로 자리매김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2027년까지 OCI 매출이 4년 연평균 5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오라클의 ‘엔지니어링 퍼스트’ 문화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기술력이 저비용 컴퓨트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2026년 자본지출(CAPEX)은 350억 달러로 확대될 예정이며, AI 인프라 투자 수익률은 FY27에 ‘50%대 초반’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 해설: 하이퍼스케일러·ASIC·CAPEX란?
하이퍼스케일러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를 수백·수천 개 단위로 운영하며 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 기업(예: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을 지칭한다. 이들의 설비투자 방향은 AI 칩 수요와 직결된다.
ASIC(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은 특정 목적에 최적화된 주문형 반도체를 의미한다. 일반 범용 GPU 대비 전력 효율과 성능이 우수해, 대규모 AI 학습·추론 환경에서 채택이 빠르게 늘고 있다.
CAPEX(Capital Expenditure)는 설비·기계·부동산 등 장기 자산 취득에 들어가는 자본적 지출을 말한다. 기술 기업의 성장 단계와 투자 여건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거시 지표가 불안하지만, AI 중심의 구조적 성장이 주식시장의 ‘유리 반쪽’을 밝히고 있다.” – 바클레이즈 전략가 일동
결국 시장은 AI를 둘러싼 기대 vs. 현실 사이 균형점을 찾아가는 중이다. 투자자들은 기업별 수익성 추정치와 공급망 리스크, 그리고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까지 다층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