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전자상거래·핀테크 공룡 메르카도리브레(MercadoLibre, NASDAQ: MELI)가 세계 증시의 ‘언더독’에서 ‘숨은 챔피언’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무게추가 쏠린 S&P 500과 달리, 이 기업은 시가총액 1,190억 달러 수준에 그치지만 폭발적인 성장률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2025년 9월 1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메르카도리브레는 올해 38% 급등하며 같은 기간 S&P 500의 12% 상승률을 크게 앞질렀다. 특히 이 회사는 미국 지수 편입 대상이 아니어서 국내 투자자가 간과하기 쉽지만, 전자상거래(이커머스)와 핀테크 두 축을 중심으로 장기 성장 여력을 인정받고 있다.
세계 증시에서 ‘대형 기술주 효과’가 심화되면서, ‘초거대 종목’들이 지수 흐름을 사실상 좌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집중 현상은 상대적으로 작은 시가총액을 가진 우량 성장주가 조명을 받지 못하도록 만드는 역설을 낳는다. 메르카도리브레는 바로 그 숨은 보석 중 하나다.
① 전자상거래: 침투율 14%의 거대한 기회
메르카도리브레의 핵심 사업은 아마존과 유사한 마켓플레이스 플랫폼이다. 회사는 아르헨티나·브라질·멕시코 등 18개 라틴아메리카 국가에서 서비스를 운영한다. 동 지역의 이커머스 침투율은 14%에 불과해 미국(26%)과 중국(31%) 대비 현저히 낮다. 이는 향후 막대한 성장 여백을 의미한다.
경영진은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해 무료 배송 기준을 브라질에서 70헤알(R$)→19헤알(R$)로 인하하고, 판매자 배송비도 절감해 비용 절감 효과를 소비자에게 돌려줬다. 또한 디즈니플러스(Disney+) 시청권·캐시백·‘멜리 배송 데이’ 무료 배송 등 다양한 혜택을 묶은 멜리 멤버십을 강화했다.
그 결과 2025년 2분기 기준 활성 이용자 수가 전년 대비 25% 증가했고, 통화 중립 기준 총 상품판매액(GMV)이 37% 뛰었다. 판매된 상품 수는 31% 늘어났으며, 구매자 1인당 구매 빈도도 5% 향상돼 신규 고객 유입에도 불구하고 충성도까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매 빈도 상승은 판매자 유입을 촉진해 상품 구색을 풍부하게 만들고, 이는 다시 구매자를 끌어들이는 ‘네트워크 효과’를 형성한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는 경쟁사가 쉽게 모방하기 어렵다는 강력한 진입장벽이 된다.
② 핀테크: ‘언더뱅크드’ 시장을 겨냥한 파괴적 혁신
메르카도리브레는 원활한 결제 환경 조성을 위해 디지털 월릿 ‘메르카도파고(MercadoPago)’를 출시했고, 현재는 예금·결제·신용까지 아우르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라틴아메리카는 전통적으로 ‘언더뱅크드(Underbanked)’ 인구 비중이 높다. 이는 은행 계좌나 금융 서비스 이용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브라질의 경우 소수 대형 은행이 시장을 과점해 수수료가 높고 계좌 개설 문턱이 높았다. 메르카도리브레는 모바일 기반의 접근성과 낮은 수수료를 내세워 이 장벽을 허물고 있다.
회사 측 자료에 따르면, 메르카도파고는 멕시코·아르헨티나·칠레 등 3개 핵심 시장에서 월간 활성 사용자(MAU) 1위를, 브라질에서는 누뱅크(NuBank)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2025년 2분기 말 운용자산(AUM)은 139억 달러로 작년 대비 109% 급증했으며, 총 신용 포트폴리오 역시 91% 성장했다.
이처럼 방대한 거래·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회사는 신용평가 모델을 고도화해 연체율을 낮추고 있다. ‘결제—대출—쇼핑’으로 이어지는 통합 생태계가 사용자 이탈을 최소화하며, 이는 곧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된다.
③ 수익성·밸류에이션: 성장주이지만 흑자 구조
메르카도리브레는 2분기 영업이익 14% 증가, 영업이익률 12%를 기록했다. 조정 기준 잉여현금흐름(FCF)은 4억5,400만 달러로, 고성장·고마진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1년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35배, 주가/자유현금흐름 비율(FCF multiple) 20배 정도로, 동종 고성장 기술주 대비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주가가 이미 크게 올랐음에도 추가 상승 여력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④ 향후 전망과 리스크 요인
라틴아메리카는 인구 구조가 젊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이커머스·핀테크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될 경우 소비·투자 심리가 회복돼 메르카도리브레의 거래액·대출 성장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환율 변동성, 규제 리스크, 로컬 경쟁 심화 등은 잠재적 변수다. 예컨대 브라질·멕시코 정부가 핀테크 규제를 강화하거나, 아마존·월마트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가격 공세를 강화할 경우 단기 수익성에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투자자는 이러한 요소를 감안해 분산 투자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기자 의견
메르카도리브레는 ‘전자상거래+핀테크’ 융합 모델을 통해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이를 다시 금융·물류·콘텐츠로 확장하는 플랫폼 파워를 강화하고 있다.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한 드문 사례로, 현재 주가 수준은 중장기 관점에서 매력적인 진입 시점으로 판단된다. 1,000달러 규모의 소액이라도 분할 매수해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기에 적합한 ‘궁극의 성장주’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