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원유 수출 축소 우려에 국제 유가 상승

서부텍사스산중질유(October WTI) 선물(코드 CLV25) 가격이 9월 12일(현지시간) 전장 대비 0.51% 오른 배럴당 0.32달러 상승 마감했다. 같은 만기 RBOB 휘발유(RBV25)도 0.31% 올라 0.0061달러 상승했다.

2025년 9월 14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 유가 반등은 러시아산 원유 수출 감소 가능성이 전 세계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직접적인 배경으로 지목된다.

미국 정부는 주요 7개국(G7)에 대해 “중국과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할 경우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러시아 재정에 압박을 가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더불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발트해 연안 러시아 원유 수출 허브 일부가 손상돼 원유 물류 흐름이 교란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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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S&P 500 지수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며 마감한 점 역시 경기 확장 기대를 반영, 에너지 수요 및 유가엔 호재로 작용했다.


정책·지정학적 변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인내심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며 추가 경제 제재를 시사했다. 지속되는 전쟁이 더 강력한 제재로 이어질 경우, 러시아 에너지 수출이 한층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우크라이나 드론·미사일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 시설 가동률은 8월 첫 27일 기준 509만 배럴/일로 3년 3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러시아 에너지부 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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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9월 12일 발표된 미시간대 미국 9월 소비자심리지수는 55.4로 4개월 만의 최저치로 후퇴해, 달러 강세와 함께 유가 상승폭을 일부 제한했다.


유럽·중동 긴장 고조

폴란드는 자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을 격추했다고 10일 발표했으며, 9일 이스라엘은 카타르 도하에 있는 하마스 고위 지도부를 겨냥한 공습을 단행했다. 카타르 정부는 이를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며 지역 분쟁 확대를 우려했다. 원유 공급의 약 3분의 1이 중동에서 나오기에, 지정학 리스크 상승은 유가에 순방향 압력을 가한다.


OPEC+와 공급 전망

OPEC+는 10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일 13만7,000배럴 소폭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8·9월 증산폭(54만7,000배럴)보다 크게 축소된 수치다. 나아가 166만 배럴의 유휴 생산 능력 재가동은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혀, 공급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반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일 보고서에서 2026년 글로벌 초과 공급 전망치를 일 333만 배럴로 상향 조정했다. OPEC+가 점진적으로 생산을 정상화할 것이라는 계산이 반영됐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아람코는 10월 아시아향 전 등급 판매 공식가를 배럴당 1달러 인하했다. 시장 예상(-0.5달러)보다 큰 폭의 할인은 수요 부진 징후로 해석돼 유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또한 선박 분석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9월 5일 기준 최소 7일 이상 정박해 있는 부유식 저장용 원유는 전주 대비 6.8% 증가한 7,769만 배럴로 집계됐다.


미국 에너지 지표

EIA 주간 보고서(9월 5일 기준)에 따르면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3.2% 낮고, 휘발유 재고는 0.6% 낮으며, 디스틸레이트 재고는 10.4% 낮은 수준이다. 주간 미 원유 생산은 1,349만5,000배럴로 사상 최고치(1,363만1,000배럴·2024년 12월 첫째 주)에 근접했다.

베이커휴스는 9월 12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가 416기로, 8월 초 기록한 4년 최저치(410기) 대비 6기 늘었다고 발표했다. 2022년 12월 627기에서 2년 반 만에 큰 폭 감소한 상황이다.


용어 해설

WTI(West Texas Intermediate)는 미국에서 생산·거래되는 대표적 경질유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주로 달러로 거래된다. RBOB(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는 미국 환경규제에 맞춰 산소 첨가제를 혼합하기 전 단계의 휘발유를 의미한다. 컨탱고·백워데이션, 부유식 저장 등 선물시장 용어는 원유 시장 구조 및 단기 수급을 가늠하는 지표로 널리 쓰인다.


기자 시각·전망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실제로 위축될 경우, 해상 물류 및 아시아 시장의 공급 격차가 확대돼 브렌트와 WTI의 프리미엄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사우디의 공격적 가격 인하, 글로벌 부유식 재고 증가, 미국 생산 증가는 상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G7 관세 압박이 현실화되면 중국·인도의 원유 도입비용이 상승해 대체 공급선 다변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중동·미국 공급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연료비 변동성에 대비한 헤지 전략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단기 유가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OPEC+ 생산 정책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지만, 2026년 이후를 내다본다면 IEA가 예고한 초과 공급 국면이 현실화될 경우 하향 안정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