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이 추진 중인 ‘원 빅 뷰티풀 법안(One Big Beautiful Bill·OBBB)’은 미국 내 납세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 거주하는 미국 시민권자·영주권자들에게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해외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현지 금융자산을 보유한 미국인에게는 세율 인상·공제 축소·보고 의무 강화 등 복합적 변화가 예고된다.
2025년 9월 1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세무 소프트웨어 회사 터보택스(TurboTax)의 대변인 리사 그린-루이스(Lisa Greene-Lewis)와 국제 조세 전문 변호사이자 공인회계사(CPA)인 채드 커밍스(Chad Cummings)는 “이번 법안은 해외 거주 미국인(이하 엑스패트·expat)의 재무 구조 전반에 걸쳐 리스크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린-루이스와 커밍스는 외국소득 과세, 해외 송금세, 사업체 관련 규정, 개인 공제·세액공제 등 네 갈래로 분류해 주요 변화를 분석했다. 두 전문가는 엑스패트의 재정 상황이 대체로 복잡한 만큼, ‘맞춤형 세무 점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사업체에 대한 위험 증대·세부담 상승
커밍스는 “OBBB는 핵심 국제조세 조항의 명칭을 바꾸고 내용을 대폭 개정해 노출 위험(exposure)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 14% 단일 세율을 해외 자회사 소득에 적용
• 물적 자산(공장·설비 등)에 연동돼 있던 과세 면제 규정 폐지
• 외국납부세액공제(Foreign Tax Credit) 상계 한도 축소
이에 따라 해외에서 법인을 운영하는 엑스패트는 세액 증가, 보고 서류 증가, 절세 수단 감소라는 삼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인은 국적 기반 과세(citizenship-based taxation) 체계 하에 전 세계 소득을 신고해야 한다. 새 법안은 이를 더욱 강화한다.” ― 채드 커밍스 변호사‧CPA
사업 구조 재점검이 시급
커밍스는 “지금이야말로 해외 거주 미국인이 법인 형태, 소득 흐름, 보고 정확성을 재확인할 적기”라고 조언했다. 그는 실무 행동지침으로 ▲법인 형태 검토(CFC* 규정 적용 여부), ▲국제조세 전문회계사 협업, ▲연금·투자 포트폴리오 진단, ▲FBAR·FATCA 연례 보고 준수, ▲과거 신고 오류 자진정정 프로그램 활용 등을 제시했다.
*CFC(Controlled Foreign Corporation): 미국 납세자가 의결권의 50% 이상을 보유한 해외 법인으로, CFC로 분류될 경우 배당 여부와 무관하게 미국에서 과세 대상이 된다.
효과가 줄어든 해외근로소득 공제·외국납부세액공제
OBBB는 해외근로소득 공제(Foreign Earned Income Exclusion·FEIE) 한도를 2025년 기준 약 13만 달러로 동결했다. 물가연동 인상이나 적용 대상 확대는 없다. 외국납부세액공제 또한 유지되지만, 새로운 제한 규정 때문에 완전 상계가 어려워졌다.
따라서 저세율 국가 또는 무(無)세국에 거주하는 엑스패트는 현지 세금을 낸 뒤에도 미국에 추가 세금을 납부해야 할 수 있다. 또한 배당·이자·양도차익에 부과되는 순투자소득세(Net Investment Income Tax) 감면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은퇴계좌 불일치 문제
엑스패트 커뮤니티에서는 ‘Roth IRA(비과세 계좌)·401(k)(세금이연 계좌)를 해외에서도 손쉽게 운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으나, OBBB는 이 부분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외국 연금제도 역시 미국 세법상 인정되지 않아 이중과세 위험이 남는다.
예컨대 해외 근로자가 현지 연금(퇴직연금)에 불입하면 현지 국가는 인출 시점에 과세하지만, 미국은 납입 시점에 과세할 수 있어 ‘과세 시기 불일치(mismatch)’가 발생한다.
1% 해외 송금세·GILTI 공제 축소로 서류 업무 폭증
그린-루이스는 “미국에서 해외로 현금·머니오더·ACH 방식으로 자금을 이전할 때 1% 송금세(remittance tax)가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엑스패트는 ‘은행 간 이체·신용카드·직불카드’로 자금 이동 방식을 전환해야 추가 비용을 피할 수 있다.
또한 2025년 12월 31일 이후 글로벌무형저세소득(GILTI) 공제율이 줄어들어, 관련 서식을 작성해야 하는 기업·개인 모두 세무신고가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영수증 보관·원천징수 조정 필요
개인·법인세 조항이 모두 바뀌면서 영수증·계약서·송금 기록을 장기간 보관해야 한다고 그린-루이스는 조언했다. 그는 “해외에 거주해도 미국 세금 신고 의무는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공제·세액공제를 받으려면 근거 자료 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 내 근로·배당·임대소득이 있는 엑스패트는 원천징수액(W-4)을 조정하거나 분기별 추정세(estimated tax)를 납부해 $1,000 이상의 추징을 피해야 한다.
해외 이주 예정자에게 주는 조언
향후 해외 거주를 계획 중인 미국인은 ‘전 세계 소득 과세 원칙’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이들은 ① 외국납부세액공제 또는 ② 해외근로소득 공제 중 하나만 택해 이중과세를 방지할 수 있다. 두 전문가는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개인별 소득 구성·거주국 세율에 따라 달라지므로 국제 조세 전문가와 상담하라”고 권고했다.
전문가 시각: ‘더 간단해질 것’이라는 기대는 접어야
필자는 다년간 해외 금융·조세 분야를 취재하며 ‘미국의 국적 기반 과세 체계’가 글로벌 이동성을 제약한다고 지적해 왔다. 이번 OBBB 역시 규제 단순화보다는 과세 저변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고 판단한다. 특히 FEIE 동결 및 외국납부세액공제 축소는 “해외에서 번 돈은 해외에서 써라”는 역진적 시그널로 읽힌다.
결국 엑스패트가 체감하는 정책 메시지는 분명하다. 첫째, 미국은 당신의 소득을 끝까지 추적할 준비가 돼 있다. 둘째, 전문 회계·법률 자문 없이 ‘절세 DIY’를 시도하면 위험하다. 안전지대는 좁아지고, 대응 비용은 오를 것이다. 이는 글로벌 인재 유치를 목표로 하는 다른 선진국과 대비되는 방향이다.
다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일부 조항이 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2017년 세제개혁 당시에도 ‘경쟁력 저하’ 우려가 불거지자 GILTI 세율과 공제율이 수정된 바 있다. 이해관계자들의 로비와 국제 협의에 따라 최종안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보 업데이트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주요 용어 한눈에 보기
• FEIE(Foreign Earned Income Exclusion) – 해외 근로소득 중 일정 금액을 미국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제도.
• Foreign Tax Credit – 해외에서 이미 납부한 세금을 미국세액에서 공제해 이중과세를 완화하는 장치.
• CFC(Controlled Foreign Corporation) – 미국인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해외 법인.
• FBAR(Report of Foreign Bank and Financial Accounts) – 해외 금융계좌 잔액이 연간 한도(통상 1만 달러) 이상이면 의무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
• FATCA(Foreign Account Tax Compliance Act) – 해외 금융기관에 미국 납세자 금융정보 제공을 요구하는 법.
• GILTI(Global Intangible Low-Taxed Income) – 해외 무형자산에서 발생하는 초과수익에 매기는 추가 과세.
이처럼 OBBB는 법적 용어가 난해하고 조항 간 상호작용이 복잡해, ‘전문 번역’뿐만 아니라 ‘전문 해설’이 필수적이다. 엑스패트 및 해외 이주 예정자라면 세무 리스크 시뮬레이션, 자금 흐름 재설계, 보고 의무 이행을 결합한 통합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