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에너지 전환, 배터리 저장시스템이 핵심 축으로 부상하다

배터리 에너지 저장시스템(BESS)이 인도의 에너지 전환 전략에서 중앙 기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낙폭이 큰 가격 하락, 정부의 공격적 지원, 그리고 전력망 안정화 수요가 맞물리면서 BESS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2025년 9월 1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기준 2시간 저장용 턴키 BESS 구축 비용은 최근 2년 동안 63%나 떨어졌다. 이는 전기차(EV) 배터리 공급 과잉과 원자재 가격 하락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인도 내 입찰가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2023년 초만 해도 1MWh당 월 50만 루피(약 800만 원)에 육박하던 가격이 최근 10만 루피(약 160만 원)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단가로 환산하면 저장 비용은 kWh당 3.5~5루피(약 57~82원)에 불과하다. 이는 낮 시간대와 저녁 시간대 전력 가격 차(평균 6루피/kWh)보다 낮아 상업적 독립형 배터리 사업의 경제성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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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nstein는 “최근 들어 송전 제한(curtailment)이 잦아져 충전 비용이 사실상 무료다”라고 분석하며, BESS 투자 매력도를 강조했다.

정책 지원:74GW 목표로 대폭 상향

인도 전력부(MoP)는 2032년까지 배터리 저장 목표치를 종전 47GW에서 74GW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입찰 규모 급증을 반영한 조치다. 현재까지 약 60GWh의 저장 용량이 이미 낙찰·진행 중이며, 2027/28 회계연도까지 31GWh의 독립형 BESS가 전력망에 연결될 예정이다.

더불어 태양광+배터리 결합 프로젝트도 속도를 내고 있다. 11GWh가 이미 낙찰됐고 18GWh가 추가 입찰 중이다. 인도 정부는 이러한 프로젝트 43GWh에 대해 Viability Gap Funding(VGF)을 확대해 재정 지원 범위를 넓혔다.

전력망 안정:재생에너지-화력 동시 관리

태양광·풍력 설비의 빠른 확대로 출력 제한이 잦아지고, 화력발전소는 최소 부하(55%) 규정에 묶여 운전에 제약을 받는다. 이에 국영 전력사 NTPC는 석탄화력 발전소와 BESS를 동일 부지에 배치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는 재생에너지 통합뿐 아니라 기존 화력 설비의 효율적 가동을 돕는 새로운 시도다.

기술 트렌드:나트륨이온·LFP 부상

중국의 CATL은 올해 40GWh 규모의 나트륨이온 배터리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나트륨이온은 리튬보다 원재료가 풍부하고 주기 수명이 길어 차세대 저장기술로 주목받는다. 성공적으로 상용화되면 리튬 자원이 부족한 인도의 공급망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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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부문도 발 빠르다.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RIL)는 2026년까지 40GWh 규모 LFP(리튬인산철) 셀 공장을 건설한다. Ola Electric, Exide, Amara Raja 등 국내 주요 기업도 설비 증설에 돌입했다.

BESS 비용 경쟁력 분석

현재 태양광+BESS의 전력 공급단가는 kWh당 4.5~5.5루피로, 신규 화력(5~6루피), 원전(6~7루피), 수력(5~6루피)을 모두 하회한다. 자료: Bernstein 리서치.
장시간 저장이 필요한 경우 양수식 발전이 여전히 경쟁력이 있으나, BESS가 단·중시간 영역을 사실상 장악할 것으로 전망된다.

용어 설명

  • BESS: Battery Energy Storage System의 약자로, 대용량 배터리를 이용해 전력을 저장·방출하는 설비를 말한다.
  • Curtailment: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력망 수용 한계를 초과할 때 출력이 강제로 제한되는 현상이다.
  • VGF: 민간투자 사업의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정부가 차액을 보조하는 제도다.

기자 시각 및 전망

배터리 가격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가파르다. 기자가 확인한 주요 금융·전력사 관계자들은 “BESS는 이미 단순 파일럿 단계를 넘어 상업 단계에 돌입했다”고 입을 모았다. 인도는 전력 수요 증가율이 연 6%대를 유지하고 있어, 저장 설비 없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확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화력과 원전 신규 투자는 환경·규제 리스크로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요인은 BESS의 투자 우선순위를 계속 끌어올릴 것이다.

또한 나트륨이온·LFP 등 비(非)리튬계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리튬 공급망 위험이 줄어든다. 이는 인도뿐 아니라 한국, 유럽 등 수입 의존국에도 긍정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궁극적으로 분산형 재생에너지+저장 생태계가 세계 전력 구조를 재편할 것이라는 데 업계 시각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