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의회 해산·2026년 3월 5일 총선 확정…첫 여성 과도 총리 수실라 카르키 임명

카트만두발 ― 네팔 대통령 라말찬드라 파우델이 의회를 해산하고 2026년 3월 5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2025년 9월 13일, 로이터(Reuters) 통신 보도에 따르면 파우델 대통령은 일주일간 이어진 유혈 충돌과 반(反)부패 시위 끝에 사임한 K.P. 샤르마 올리 전 총리를 대신해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과도정부 수반으로 수실라 카르키 전 대법원장을 임명했다.

대통령실 성명은 “대통령은 하원의원 전체를 해산하며, 헌법 76조 7항 및 85조 1항에 따라 2026년 3월 5일(목요일)을 차기 총선으로 지정한다”라고 밝혔다.

카르키 총리 임명은 지난 48시간 동안 파우델 대통령, 아쇼크 라즈 싱델 육군참모총장, 그리고 Z세대 시위대 지도부 간의 집중 협상 끝에 이뤄졌다. 이번 소요 사태로 최소 51명이 사망하고 1,300여 명이 부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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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이 같은 네팔의 정치적 전환을 환영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소셜 플랫폼 X(옛 트위터)에 “수실라 카르키 지의 네팔 과도정부 총리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인도는 네팔 형제·자매의 평화·번영·발전에 전적으로 헌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의 배경과 의미

전국적인 시위는 정부가 단행한 소셜미디어 전면 차단에서 촉발됐다. 정부는 온라인상에서 퍼진 부패 의혹 및 고용 부족 비판이 사회 혼란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해당 조치를 단행했지만, 여론은 이를 표현의 자유 침해로 규정하며 즉각 반발했다. 결국 정부는 차단 조치를 철회했으나, 올리 총리는 거센 퇴진 요구 속에서 9월 10일 사임했다.

‘Z세대(Gen Z)’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뜻한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 온라인 동원력이 높다는 특징을 지니며, 네팔에서도 주도적 시위 세력으로 부상했다. 이번 사태는 이들이 정치 변화를 이끌어낸 최초의 사례로 평가된다.


네팔의 만성적 정치·경제 불안

네팔은 2008년 왕정 폐지 이후 공화국 체제를 채택했으나, 잦은 정권 교체로 정치적 연속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실업률과 저임금 문제도 심각해, 중동·한국·말레이시아 등 해외로 나가는 노동자가 연간 수백만 명에 이른다. 이로 인한 송금 경제 의존도가 높아 구조적 개혁이 지연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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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도 채 되지 않는 히말라야 산악국 네팔(인구 약 3,000만 명)은 중국·인도라는 두 거대 경제권 사이에 위치해 지정학적 완충지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정치 불안이 이어지면서 대외 투자 유치와 인프라 개발에 속도를 내지 못한 상태다.


일상 복구 움직임

카트만두 시내는 9월 13일 오후 들어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되찾았다. 상점들이 다시 문을 열고 차량 통행이 정상화됐으며, 경찰은 초기 총기 대응을 중단하고 진압봉으로 전환 배치했다. 다만 야간 통행금지와 주요 관공서 주변 경계 태세는 당분간 유지될 예정이다.

수실라 카르키 총리는 대국민 담화에서 “헌법적 절차에 따라 자유롭고 공정한 총선을 치르는 것이 과도정부의 유일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시위로 희생된 이들의 정의 구현경제·사회 정상화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전망

전문가들은 신임 과도정부가 △선거 관리치안 안정청년 실업 대책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소셜미디어 차단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정보 통제·표현의 자유 갈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법·제도 개정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또한 이번 사태는 인도·중국 양국의 외교적 이해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나라 모두 국경 인프라·에너지 관통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네팔의 정치 안정 여부가 곧 지역 공급망관광 회복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네팔 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의 해산 결정이 공표된 직후 “선거 준비 일정국내·해외 투표인 명부를 곧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다가오는 2026년 3월 5일, 네팔 유권자들은 첫 여성 총리가 이끄는 과도정부 아래서 새로운 의회를 구성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