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화 지수(DXY)가 13일(현지시간) 소폭 상승하며 외환시장에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10년물 미국 재무부채권(이하 T-노트) 금리가 오르면서 달러 금리차(interest-rate differential)가 확대된 것이 주요 배경이다. 반면 미시간대 9월 소비심리지수가 예상보다 크게 하락하자 한때 달러 매수세가 주춤했고,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하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 수요도 다소 약화됐다.
2025년 9월 1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연말까지 연방준비제도(Fed)의 완화 사이클이 가속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9월 16~17일 FOMC 회의에서 0.25%p 인하가 100% 확정적이라고 보고 있으며, 0.50%p 전격 인하 가능성도 6%가량 반영하고 있다. 이어 10월 28~29일 회의에서 두 번째 0.25%p 인하가 이루어질 확률은 91%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연방기금금리는 현재 4.33%에서 3.63%로 총 0.70%p 낮아질 것으로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달러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요인도 존재한다. 시장에서는 ‘연준 독립성 훼손’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는 시도를 이어가는 가운데,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Council of Economic Advisors)이 현직을 유지한 채 연준 이사직에 오르고자 하는 의사를 밝히면서 해외 투자자들의 달러 자산 회피 심리가 자극되고 있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9월 소비심리지수는 55.4로 전월 대비 2.8포인트 하락하며 4개월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시장 예상 58.0).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8%로 전월과 동일했으나, 5~10년 기대 인플레이션이 3.5%→3.9%로 올라 인플레이션 기대안정에 균열이 엿보였다.
유로화: ECB 긴축 종료 기대 속 제한적 반등
유로/달러(EUR/USD)는 같은 날 0.03% 오른 1.07달러대를 회복했다. 장 초반 강달러 흐름에 밀렸으나, EC B 이사회 위원이자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인 요아힘 나겔이 “차입비용을 추가로 낮추는 것은 중기적 2% 물가안정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계한 발언이 나오자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는 쇼트 커버링이 유입됐다. 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미 금리 인하 사이클을 사실상 마무리했으나, 연준은 연내 세 차례 추가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 통화정책 디커플링이 유로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조짐도 유로화를 압박 중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이 ‘잠정 중단(pause)’ 상태”라고 밝힌 데 이어, 폴란드가 9월 11일 자국 영공을 침범한 무인기를 격추하며 “침략 행위”라고 규정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됐다.
엔화: 재무·재무성 공동성명 여파로 약세 지속
달러/엔(USD/JPY)은 0.22% 상승해 149엔선에 근접했다. 미국 재무장관 메건 베센트와 일본 재무장관 가토 카즈오는 공동성명에서 “환율은 시장에 의해 결정돼야 하며,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할 때만 개입이 정당화된다”고 재확인했다. 이는 일본은행(BOJ)의 시장 개입 가능성이 낮아졌음을 시사해 엔화 매도 압력을 키웠다. 여기에 니케이225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안전자산 수요가 줄었고, 미 국채 금리 상승이 엔화 약세를 가속화했다.
일본 정치권 불확실성도 엔 약세 재료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참의원·중의원 재보궐 선거 연패 후 사임하면서, 재정 확대 전망이 부각됐다. 통상 확장적 재정정책은 국채 발행 증가→금리 상승→엔화 약세로 이어진다.
한편 일본 7월 산업생산 확정치는 전월 대비 –1.2%(속보 –1.6%)로 상향 수정됐다.
귀금속: Fed 완화 기대·유럽 지정학 리스크로 상승
12월 인도분 금 선물(Comex Gold)은 온스당 0.35%(12.8달러) 오른 3주 만의 고점을 기록했다. 은 선물은 1.62% 급등하며 최근월물 기준 14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는 미국 고용지표 둔화·물가 안정세로 최소 25bp 금리 인하 기대가 굳어진 가운데, 연내 세 차례 인하 전망이 추가 부각된 데다, 유럽 전장 악화로 안전자산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중국인민은행(PBoC)이 8월 금 보유량을 6만온스(약 1.87t) 늘린 뒤 10개월 연속 매입 행진을 이어간 점도 금값 지지 요인이다. 최근 프랑스·일본 정치 혼란에 대한 우려, 미국 관세 정책 불확실성 등도 귀금속 매력을 높였다. 특히 ETF(상장지수펀드) 내 금·은 보유고가 각각 2.25년·3년 만에 최고치에 이르며 기관 자금도 유입되고 있다.
알아두면 좋은 경제용어
• T-노트(Treasury Note): 만기 2~10년 사이의 미국 국채로, 대표적인 벤치마크 금리 지표다.
• 쇼트 커버링(Short Covering): 공매도 투자자가 주가 상승을 예상해 주식을 되사며 포지션을 청산하는 행위다.
• 디커플링(Divergence): 두 개 이상의 경제지표 또는 통화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이다.
※ 본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판단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